입력 : 2014.10.20 10:03 | 수정 : 2014.10.20 11:48
2008년 12월에 발생한 조두순 사건, 혹시 기억하세요?

술에 취한 조두순이 등굣길의 8살 나영이를 학교 근처 교회 안 화장실로 끌고 가 강간한 사건입니다. 화장실 바닥에 버려졌던 나영이는 8시간의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소실돼 배에 구멍을 뚫는 조치를 받았습니다. 강간 후 조두순의 만행 때문입니다. 나영이는 결국 배변주머니를 달게 되었지요.

재판부는 조두순에게 징역 12년에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열람 5년을 선고했습니다. 조두순이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 형량을 낮춰 선고한 것입니다.

그러나 조두순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12년형이 과하다며 이를 항소했고 당시 담당형사에게 “감옥에서 운동해서 나올테니 두고 보자'”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수감 중인 조두순이 지난 2010년 3월16일 경북 청송교도소의 CCTV에 촬영된 모습. 그는 지난 2009년 나영이를 강간상해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뉴시스
수감 중인 조두순이 지난 2010년 3월16일 경북 청송교도소의 CCTV에 촬영된 모습. 그는 지난 2009년 나영이를 강간상해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뉴시스
2013년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아동성폭행을 다룬 영화 ‘소원’이 개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인터넷상에서 ‘조두순 재처벌’ 청원운동이 다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사실상 재처벌은 불가능합니다.

나영이는 지금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배변주머니는 제거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전한 얘기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SBS에서 추석특집영화로 ‘소원’을 방영했는데, 나영이는 ‘소원’이 방영된 이후 범인이 5년 후면 출소한다는 것을 알게 돼 불안해한다”고 합니다. 또한 “나중에 유명한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알려져서 자신이 세상에 드러나면 보복당할까봐 두려워 유명한 의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도 했답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일반적으로 드러내는 반응으로 보복에 대한 공포,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나는 표현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상담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말씀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을 감추고 싶어하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하거나 이름을 바꾸고 가명을 쓰기도 한답니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은 2020년이면 만기 출소합니다. 이때 나영이는 고작 20세입니다. 그러니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고통은 그 끝을 짐작키 어려운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암담합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성범죄 발생추이를 보면 2012년엔 소폭 감소됐다고는 하나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돼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먼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 추이를 살펴볼까요?

■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의 추이
아동대상 성폭력범죄의 연도별 추세 (가해자 기준, 단위:건)
아동대상 성폭력범죄의 연도별 추세 (가해자 기준, 단위: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건수의 연도별 추세(가해자 기준, 단위: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건수의 연도별 추세(가해자 기준, 단위:건)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17.5%는 과거에 성범죄경력(동종범죄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54.9%가 1회 이상의 범죄경력(동종전과+이종전과)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재범발생 비율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6년 전 조두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런데 법 집행은 어떨까요? 강간의 경우 최종심 징역형 비율은 2007년 67.8%에서 2012년 58.0%로 낮아졌습니다. 대신 집행유예 비율은 높아져 30.4%에서 42.0%로 증가해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6년 전 조두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한편 전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평균연령은 13.11세였으며, 범죄유형별로는 강제추행 12.06세, 강간 14.27세, 성매매 알선·강요 15.97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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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유엔에서 “HE FOR SHE” 캠페인 홍보대사인 엠마 왓슨이 한 연설이 생각납니다.
“내가 아니라면 누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IF NOT ME, WHO? IF NOT NOW, WHEN?”

4대 악 중 하나인 성폭력,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내가, 지금, 나서야 할 시급한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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