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13 14:12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서양에는 ‘죽음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인생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공부하고, 죽음을 존엄하게 맞는 대응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죽음준비 교육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4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활발하고, 인구고령화에 따라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죽음학 학자 파이펠(Feifel)의 ‘죽음의 의미(The Meaning of Death)', 퀴블러 로스(Kübler-Ross)의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이라는 책이 발간되어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죽음교육의 확산에 기여를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죽음교육이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죽음준비교육이 초·중·고교와 대학의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 죽음교육이 이처럼 확산되면서 ‘죽음학’이라는 학문 분야로까지 정립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서강대 한림대 등 소수의 대학들이 대학생들을 위한 교양과목으로 죽음교육 강좌를 개설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부 대학병원과 사회복지관들이 복지서비스와 환자교육의 일환으로 죽음준비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공부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 ‘제2의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은퇴자들에게 필자는 죽음준비교육을 한번 받아보시길 강력히 권유한다. 죽음교육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달아 삶의 만족도가 상승하고, 죽음에 대한 불안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학자들의 보고다.

결론적으로 말해, 죽음에 대한 생각과 공부는 은퇴 후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런 점에서 행복한 은퇴설계의 끝은 ‘죽음에 대한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죽을지에 대한 웰다잉(well-dying) 계획이 없다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웰에이징(well-aging‧품위 있게 늙어가기)도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 ‘엔딩 노트(ending note)’라는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었다. 영화 속에서, 40여년에 걸친 샐러리맨 인생을 마치고 퇴직한 남자 주인공은 은퇴를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우연히 받은 건강검진에서 암 선고를 받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그때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마지막 시간 동안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자신의 엔딩 노트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죽음 앞둔 환자들이 후회하는 25가지 잘못
이 영화 상영 이후 일본에선 엔딩 노트 쓰기가 크게 유행했는데, 엔딩 노트란 한마디로 말해 죽기 직전에 자기가 해야 될 일을 적은 노트를 말한다.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야 할 가족들의 재정적 뒷받침을 어떻게 할 것이며, 또 친구들과는 어떻게 작별할 것인가를 써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엔딩 노트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어보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와도 비슷하다.

엔딩 노트는 유언장과 달리 법적으로 아무 구속력이 없다. 일기를 쓰듯이, 가볍게 작성하면서 자신의 노후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엔딩 노트의 목적이다. 엔딩 노트와 버킷 리스트 작성은 자신의 죽음을 후회 없이 맞도록 도와주고,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도록 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끝자락에서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는 방법이다.

일본 호스피스 전문의인 오츠 슈이치(大津秀一)는 4년 전 병상에서 죽어가는 환자들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남긴 말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냈다. 일본과 한국에서 100만권 넘게 팔려 나간 이 베스트셀러의 이름은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평소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의 마음을 글이나 말로 표현했더라면, 좀 더 겸손하게 인생을 살았더라면, 건강을 소중하게 여겼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미리 알았더라면… ’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말기 환자들이 말하는 인생의 후회거리는 우리가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다. 죽을 때에 이런 후회를 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이 바로 ‘웰에이징(well-aging)’이 아닌가 싶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토로한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잘못’은 다음과 같다.

ㆍ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더라면
ㆍ두 번째 후회: 진짜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ㆍ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ㆍ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다면
ㆍ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ㆍ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ㆍ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ㆍ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ㆍ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ㆍ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ㆍ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ㆍ열두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ㆍ열세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ㆍ열네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 보았더라면
ㆍ열다섯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ㆍ열여섯 번째 후회: 결혼을 했더라면
ㆍ열일곱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ㆍ열여덟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ㆍ열아홉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ㆍ스무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ㆍ스물한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ㆍ스물두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ㆍ스물세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ㆍ스물네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ㆍ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사람은 죽을 때에 가장 솔직해지고 진실한 마음을 갖는다. 병실에서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암 환자들이 마음속으로부터 절절히 토로하는 인생의 아쉬움은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한 삶의 경고들이다. 살아 생전에 마음 속에 새겨보는 것은 어떠할까? 특히 인생의 후반전에 돌입한 사람들에게 말기 환자들이 말하는 삶의 경고들은 ‘엔딩노트’를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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