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소하지 않아 몸에는 더 좋다?

입력 : 2014.10.08 05:35

-볶지 않고 짜서 먹는 '생기름'
참깨·들깨 고온서 과하게 볶으면 오메가3·항산화 물질 등 손상
독소 빼주는 '오일풀링'에 활용… 공복에 먹으면 배변도 원활해져

한의사 박성진씨는 생들기름을 매일 아침과 저녁 공복(空腹)에 한 숟가락씩 마신다. 벌써 5개월째다. 박씨는 "예전에는 오메가3가 많이 든 올리브오일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의 들기름이 더 맞기 때문에 생들기름으로 바꿨다"고 했다. "음식물과 같이 먹을 때보다 공복에 섭취해야 흡수가 더 잘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생기름을 '오일풀링(oil pulling)'에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오일풀링이란 기름 한 모금을 입에 5~20분 동안 머금었다가 뱉으면 몸 안의 독소가 빠져나간다는 건강법이다.

참깨와 들깨를 볶지 않고 기름을 짠 생참기름·생들기름은 일반 참기름·들기름보다 색이 훨씬 옅다. 왼쪽부터 생참기름, 일반 참기름, 생들기름, 일반 들기름.
참깨와 들깨를 볶지 않고 기름을 짠 생참기름·생들기름은 일반 참기름·들기름보다 색이 훨씬 옅다. 왼쪽부터 생참기름, 일반 참기름, 생들기름, 일반 들기름.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볶지 않은 참깨와 들깨에서 짜낸 '생(生)참기름'과 '생들기름' 등 '생기름'이 관심을 끌고 있다. 보통은 참깨와 들깨를 볶은 다음 그 기름을 짠다. 맛과 향, 색이 진해지고 추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참기름과 들기름이 열기에 취약하다는 점. 항산화 물질인 세사몰, 콜레스테롤 생성을 방지하는 불포화지방산, 필수지방산인 올레인산·리놀렌산, 오메가3 지방산, 로즈메리산 등 몸에 이로운 성분이 손상되거나 파괴된다. 너무 높은 온도에서 과다하게 볶으면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생성되기도 한다. 생기름이 새삼 각광받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서울 역삼동에 문 연 '쿠엔즈버킷(Queens Bucket)'은 생기름 전문점이다. 볶지 않은 참깨와 들깨를 냉압착(cold pressing)' 방식으로 기름을 뽑는다. 추출 온도가 섭씨 40도로 차갑다기보단 따뜻한 수준이나, 기존의 참기름·들기름을 200~300도에서 뽑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10년 전부터 생들기름을 생산해온 충북 음성의 '코메가'에서는 콜드 프레싱으로 3일 동안 한 번 짜낸다. 코메가 대표 정훈백씨는 "이렇게 해야 몸에 좋은 보약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기름은 불로 조리하는 요리에 사용하기보다는 샐러드 드레싱 등 날것으로 먹는 요리에 사용하는 편이 더 유익하다.
생기름은 불로 조리하는 요리에 사용하기보다는 샐러드 드레싱 등 날것으로 먹는 요리에 사용하는 편이 더 유익하다. /유창우 기자
이렇게 추출한 생기름은 '과연 참기름·들기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과 향이 약하다. 생참기름은 황금빛이 아니라 밝은 노란빛을, 생들기름은 짙은 갈색이 아니라 부드러운 황갈색을 띤다. 병뚜껑만 열어도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기존의 참기름·들기름과 달리 향도 옅다. 생기름을 입에 넣고 오물거려야 비로소 풍미가 느껴지는데, 그것도 참깨를 씹거나 들깨차를 마실 때 정도로 부드럽다.

게다가 생기름은 유익한 성분이 풍부한 대신 변질되기 쉽다. 상미기간(맛있게 먹을 수 있거나 품질 변화가 없는 기간)이 3~6개월 정도로 기존 참기름·들기름(1년 이상)보다 훨씬 짧다.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는 "참깨를 볶으면 참깨의 약리 성분이 방부 성분으로 바뀌어 부패를 막아준다"고 말했다. 가격도 비싼 편. 맛과 향이 약해 일반 참기름·들기름보다 훨씬 많이 넣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6개월 전부터 생기름을 먹고 있다는 김정은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교수는 "생기름은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오히려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샐러드에 드레싱처럼 뿌려요. 나물은 볶은 다음 넉넉하게 붓고 버무리듯 해서 먹어요. 여름에는 현미와 귀리를 많이 섞어서 지은 잡곡밥에 열무김치 넣어 비벼 먹기를 즐기는데, 생참기름을 한 큰술 이상도 먹겠더라고요. 전날 섬유질 섭취가 부족하거나 밀가루를 많이 먹어서 배변이 원활치 않다 싶으면 아침 공복에 먹는데, 그러면 바로 '신호'가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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