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01 16:50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보양식이나 보약을 먹는 것입니다. 그런데 툭 하면 벼슬을 그만두거나 아예 쫓겨나 귀양을 가곤 했던 조헌 선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죠. 그런데 선생은 당시에는 별로 먹지 않던 소의 위장을 아주 싼 값에 사고, 인근의 인삼밭에 가서 하등품을 싸게 구해서 ‘양탕(䑋湯)’을 끓여 제자들에게 먹였습니다. 선생도 기본적인 한의학 공부를 했기에 ‘양’이 보양식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양탕을 비롯한 면역력 증강 음식을 알려드리죠.

양탕을 만드는 방법

조헌 선생 집안의 양탕은 먼저 암소의 사골을 구해서 잘 씻어낸 다음 24시간 동안 기름을 걷어내면서 푹 고아 육수를 냅니다. 우유처럼 뽀얗게 우러난 육수에 ‘양’과 함께 인삼, 대추, 밤을 넣고 6시간 푹 끓였습니다. 그래서 양탕은 선비들이 허약한 몸을 추스르고 원기를 회복하는데 아주 좋은 음식이 되었던 것이죠.

궁중의 탕류에도 ‘양포탕’이 있는데, 일반 서민들에게는 병을 앓은 뒤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는 음식이나 환절기의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래서 끓이는 방법도 지역이나 집안의 가풍에 따라 다양합니다. 생강, 진피(陳皮: 귤껍질), 사인(砂仁: 소화제) 등을 함께 넣고 푹 삶아 먹으면 ‘양’의 냄새도 없어지고 더욱 효과가 큽니다. 마늘을 함께 넣어도 좋은데, 기와 혈이 부족한 경우에는 인삼과 황기를 넣고 푹 삶아 먹으면 좋습니다. 재료들이 모두 따뜻한 성질이므로 열이 많은 분은 주의해야 합니다.

‘양’으로 몸보신을 하려면 구이가 좋을까, 탕이 좋을까?

비위장이 허약하여 소화가 잘되지 않는 경우에는 탕을 먹는 것이 소화, 흡수가 잘되어 효과적으로 몸을 보충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후에 허약한 분이나 노약자의 경우에 양곰탕이나 설렁탕이 좋은 보양식이 됩니다. 음식물 가운데 건더기는 음기를 돕고 물기는 양기를 돕는 것이므로, 탕국은 주로 양기를 많이 도와준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탕이 발전한 이유가 워낙 고기가 귀했었기에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양탕을 먹을 때 국은 마시고 수육도 전통간장에 찍어먹으면 됩니다. 노인들은 수육을 씹어 드시기 어려우므로 썰어서 다진 뒤에 찹쌀을 넣고 ‘양죽’을 끓여 드리면 됩니다. 옛날에는 노인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자리끼 대신 ‘양죽’을 드셨다고 하는데, 단백질이 풍부해 영양도 많고, 고소하고 깊은 맛이라 먹기도 부드러워 원기를 돋우는 음식으로 안성맞춤이죠. 기운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을 때 양죽을 먹으면 든든하고 피부에 윤기가 흐르며, 특히 어린아이들의 발육에도 좋습니다. 아기들의 이유식으로도 좋습니다.

‘양’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

양은 살코기에 비해 연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나는데다 비타민 B2와 철분이 풍부하고 좋은 단백질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고 다이어트에 좋은 섬유질도 많아 체중이 늘어날 우려도 없습니다. 양은 두껍고 클수록 맛있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풀을 먹고 자란 소가 좋다고 합니다. 풀을 먹으면서 되새김질을 많이 해야 위장이 두꺼워지기 때문이죠.

중국의 황제가 먹었던 비위장을 돕는 음식

‘청궁팔진고(淸宮八珍糕)’라는 떡입니다. 인삼, 연밥, 마, 율무 등으로 이루어져 비위장의 기능을 보충하는 효능이 크고 기와 혈을 자양하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습기를 없애줍니다. 만성적으로 허약한 환자가 오래 먹으면 질병에 대항하는 항병력이 증강되고 정기를 충족시키며, 질병이 없는 사람이 장기 복용하면 건강이 유지되고 노화가 억제된다고 하였습니다. ‘건륭팔진고’를 매일 4개 이상 먹었던 건륭황제는 무려 89세까지 살아서 역대 황제 가운데 가장 장수했었죠.

조선의 임금께서 드셨던 떡은 ‘구선왕도고(九仙王道糕)’로서 청궁팔진고와 비슷한 약재들이 들어가는데, 궁중에서 감기 예방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규합총서(閨閤叢書),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의 생활백과사전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흉년에 먹는 구황식품이기도 한데, 실험연구에 의하면 면역기능을 증가시키고 비만을 방지하는 효과를 나타내었습니다.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음식과 약

대표적인 것으로 김치, 된장을 비롯하여 인삼, 황기, 오미자, 산수유, 하수오, 오디, 표고버섯, 더덕, 마늘 등입니다. 인삼은 정기를 크게 보강해 주므로 면역력과 항병력을 강하게 하고 사기(邪氣)를 없애줍니다. 실제로 인삼이 감기나 신종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각종 독감 등의 감염성 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는 면역력 증강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국내외 연구진에 의해 동물실험과 인체 임상시험을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대한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되었고, 백혈구의 탐식능을 증강시키고 면역세포 가운데 자연살해세포 (natural killer cell)의 활성을 증강시키고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킨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인삼을 투여한 결과 면역세포가 증가되면서 에이즈 발병이 억제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인삼은 열이 있는 체질이면 피해야 하고, 열이 없는 체질이라도 이미 감기나 독감이 시작되었다면 중단해야 합니다. 인삼을 쪄서 말린 홍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삼과 마늘
인삼과 마늘
마늘의 강력한 면역 증강 효과

마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돌림병 예방에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공사에 동원된 노예들에게 마늘을 먹였던 것은 피로 회복과 체력 증진 때문이기도 했지만 돌림병을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즉, 방역 효과를 위해서였죠. 중세 유럽에서는 마늘이 페스트나 결핵, 콜레라 같은 전염병의 치료제로 사용되어 효과를 보았습니다. 여러 해 전 세계적으로 사스, 즉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 유행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도 마늘의 1인당 소비량이 세계 제일인 것과 유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의서에는 마늘이 ‘벽예구사(辟穢驅邪)’, ‘벽오산사(辟惡散邪)’라고 하여 나쁜 기운이나 물질을 밖으로 몰아낸다고 하였고, ‘제풍사(除風邪)’, ‘살독기(殺毒氣)’라고 하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해당되는 풍사를 물리치고 병균이나 바이러스에 해당되는 독기를 없앤다고 하였습니다. 더욱이 ‘벽온역(辟瘟疫)’이라 하여 온역을 몰아낸다고 하였는데, ‘온역’은 급성 전염성 질병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천연두, 콜레라, 장티푸스, 페스트 등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마늘이 강력한 면역 증강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죠.

마늘의 주성분인 ‘알리신’은 페니실린에 견줄 만큼 면역력이 아주 강하여 사스 뿐만아니라 감기, 독감 등 각종 감염성 질병에 대한 예방 효과를 나타냅니다. 면역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나타내어 면역 시스템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시켜 주는 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알리신은 항균 효과도 탁월하여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장염균, 비브리오균을 비롯하여 연쇄상구균, 대장균, 폐렴간균 등에 강력한 항균력을 나타냅니다. 알리신을 10만배로 희석한 용액에서도 콜레라균, 장티푸스균, 이질균에 대하여 살균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늘도 인삼과 마찬가지로 열이 있는 체질에는 맞지 않습니다.
표고버섯
표고버섯
열이 많은 분들의 면역 기능을 돕는 음식은?

서늘한 성질을 가진 구기자, 표고버섯, 뽕나무 열매, 더덕 등입니다. 표고버섯의 포자 속의 리보핵산은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인터페론의 생성을 촉진하여 감기와 알레르기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습니다. 표고버섯은 감기 걸렸을 때도 좋은데, 열이 많은 편인 어린이들이 꾸준히 먹으면 감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면역 기능이 강해지려면 약이나 음식 보다 과로, 과음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말고 풀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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