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9.19 05:47 | 수정 : 2014.09.19 16:45

성직자와 자동차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때 '쏘울' 승용차를 타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큰 체구를 준중형차에 '구겨 넣고' 차창을 열어 손 흔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를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준 것.

여러 해 전 '성직자와 자동차'에 관한 기사를 준비한 적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마지막까지 구형 그랜저를 타는 모습을 보고서다. 그랜저 이전 김 추기경은 쏘나타를 탔다. 천주교 각 교구장의 자동차를 알아봤다. 대부분 중형차였고, 연식(年式)이 오래된 모델이었다. 그중 서울서 열리는 회의에 단골로 지각하는 한 교구장이 있었다. 낡은 차가 툭하면 고속도로에서 퍼지는 바람에 그랬다고 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이를 계기로 이웃 종교 유명 성직자들의 자동차도 알아봤다. 내심 '성직자들이 이렇게 검소하게 살고 있다'는 취지의 결론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이내 기사를 포기했다. 대형 고급차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대형차를 이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낮이고 밤이고, 서울로 지방으로 고속도로, 국도 타고 이동이 잦은 만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중형차 타고 싶은데 신자들이 자신의 차를 가져다주면서 타라고 권하는데 그 정성을 마다하기가 곤란해서.' '저 사찰(교회) 스님(목사님)은 좋은 차 타는데 우리 스님(목사님)이 꿀리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속세 사람들 역시 똑같은 이유로 힘만 닿는다면 고급차, 대형차를 타고 싶어 한다. 그렇게 기사는 포기했고, 여러 해가 흘렀다. 그리고 우리는 눈앞에서 '쏘울 탄 교황'을 만나게 됐다. 그러나 교황은 주로 시내에서 이동할 때 쏘울 승용차를 탔고 지방으로 움직일 때는 헬기나 KTX를 탔다. 우리나라 성직자와 단순 비교는 어려웠지만, 입맛은 썼다.

하지만 몇 년 전 취재 때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성철 스님이 늘그막에 벤츠를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알려진 대로 성철 스님은 승복조차 덕지덕지 천을 덧대 기운 것을 평생 입었던 분. 그런데 벤츠라니? 사연은 이랬다. 대통령이 보자 해도 해인사 백련암에서 나오지 않았던 스님이지만 병원을 간다든지, 법문을 하기 위해 외출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독실한 불자였던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이 자신의 승용차를 백련암으로 보내드린 것. '내 차'를 갖지 않으니 세상 고급차가 다 '내 차'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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