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껏 誤讀(오독)하라, 그것도 관람객의 권리"

입력 : 2014.09.04 05:32

-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미술관장
미술관에 수없이 가는 사람들… 기억남을 개성있는 미술관 돼야
다른 미술관들 "보러 오라"할 때 "보러 오라, 우리도 간다" 차별화

1959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뱅글뱅글 돌아가는 달팽이 모양의 미술관이 등장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6년이나 공들여 설계한 이 건물은 훗날 20세기 미술관 건축의 아이콘이 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다. 1997년 쇠락하던 스페인의 철강 도시 빌바오는 캐나다 출신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물결치는 듯한 형태로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미술관 역사의 새 장(章)을 열어온 '구겐하임'의 현 수장(首長)인 리처드 암스트롱(65)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장이 한국을 찾았다. 2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리움 개관 10주년·광주비엔날레창설 20주년 기념 포럼 '확장하는 예술 경험' 참석 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2008년부터 뉴욕 관장을 맡은 그는 빌바오·베네치아·아부다비(건립 중)·헬싱키(건립 중)의 구겐하임미술관 분관(分館)도 총괄하고 있다.

2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만난 리처드 암스트롱 뉴욕 구겐하임관장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서달라고 했다. 그는 서세옥 화백의‘군무(群舞)’를 택했다. 서 화백의 집에도 가봤다는 그는“그의 아들인 작가 서도호의 작품도 좋아한다”고 했다.
2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만난 리처드 암스트롱 뉴욕 구겐하임관장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서달라고 했다. 그는 서세옥 화백의‘군무(群舞)’를 택했다. 서 화백의 집에도 가봤다는 그는“그의 아들인 작가 서도호의 작품도 좋아한다”고 했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구겐하임의 명성을 구축한 일등 공신이 '독특한 건축'이다. 아부다비 분관 설계도 빌바오의 성공을 이끈 프랭크 게리에게 맡겼다. '실용적인 미술관'보다 '특이한 미술관'을 지향하는가.

"미술관에서 아름다움(beauty)이 우선이냐, 유용성(utility)이 우선이냐고? 난 새 용어를 쓰겠다. '아름다운 유용성(beautiful utility)'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할 만한(memorable) 공간'이냐도 중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미술관에 수도 없이 간다. 어떤 작품을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도 못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미술관이 돼야 한다. 개성 있는 건축이 중요한 이유다. 이 측면에서 서울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좋은 전시 공간이라고 본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미술관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곳, 그리고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곳. 10대 시절 워싱턴 정가(政街)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여름에 더위를 피해 미술관을 다녔다. 파리 유학 시절엔 겨울에 추위를 피해 따뜻한 루브르박물관을 찾곤 했다(웃음). 미술관을 다니면서 이 세상이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호기심을 갖게 됐다. 관람객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작품을 볼 때 장애물을 없애주는 것, 그게 내 임무다."

―구겐하임이 관객들에게 주려는 경험은 무엇인가?

"관람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지식을 얻으려는 이들과 즐기러 오는 이들. 전자에겐 제작 연도, 작가, 작품 설명 등 필요한 정보를 친절히 주려 한다. 후자는 감각적으로 분위기를 즐기려는 이들이다. 이들에겐 마음껏 오독(誤讀)할 수 있는 권리를 배려한다. 난 관람객의 모든 자유를 보장한다. 단, 작품만 만지지 않는다면(웃음)."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경쟁적으로 세(勢) 확산을 하고 있다. 구겐하임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뉴욕현대미술관(MoMA), 테이트 같은 미술관은 'You come to me(보러 오라)'라고 한다. 반면 우리는 'You come to me, and we come to you(보러 오라, 우리도 간다)'라고 한다. 헬싱키 등 새로운 도시로 분관을 확장하는 이유다."

―세계 여러 도시에 진출하고 있다. 그 도시의 문화 지형을 바꾸는 큰일 아닌가.

"미술을 수출하거나, 문화 식민지를 만든다는 접근은 아니다. 예술에 대한 생각을 해당 도시와 공유(sharing)하는 것이다. 구겐하임은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예술을 접하도록 하고, 그 도시들은 역으로 예술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구겐하임에 알려준다."

―한국에선 과거 일본 미술로 향했던 서구의 관심이 한국을 뛰어넘어 중국 미술로 바로 옮아가는 건 아닐까 우려한다.

"걱정할 필요 없다. 한국 작가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뭣보다 한국 밖에서 활동하는 실력 있는 한국 작가를 한국 스스로 발견해내는 노력이 많아졌다. 이게 힘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한진 같은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외 미술관을 후원한다. 7~8년 전 일본 기업이 그랬지만, 요즘은 아니다. 이런 후원이 한국 예술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 삼성 후원으로 뉴욕구겐하임에 만들어진 삼성아시아미술 수석큐레이터 프로그램으로 알렉산드라 먼로가 큐레이터가 되면서, 2011년 이우환 개인전도 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작가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가.

"몇 명과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작가 이름을 묻자 그가 눈을 찡긋했다. "절대 비밀! 이름이 발설돼 미술 시장에서 미리 그 작가 작품 값이 요동치는 건 원치 않으니까."


▶인터뷰 전문은 premium.chosun.com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