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기사보기

    음식 사진 공유 '먹스타그램'(먹다+SNS 인스타그램) 열풍

입력 : 2014.08.30 07:22

풍경·인물 사진보다 네티즌 호응 높아
특히 다이어트 20~30代 여성들에 인기
"배고플 때 보며 눈으로라도 식욕 해소"

먹스타그램
‘먹스타그램’에 심취한 대학생 공민정씨와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음식 사진들. /공민정씨 제공
대학생 진은혜(25)씨는 취업 스트레스를 '먹스타그램'으로 푼다. 먹스타그램은 '먹다'와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음식 사진을 뜻하는 말. 진씨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나 잠들기 전 틈틈이 새로 올라온 먹스타그램을 본다. 직접 먹스타그램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먹스타그램은 풍경이나 인물 사진에 비해 인기가 높다. 진씨는 "다른 사진은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10명 정도만 돼도 많은 편인데 먹스타그램은 올린 지 몇 분만 지나도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이 금방 서른 명은 된다"고 했다.

'#먹스타그램'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hashtag)다. 해시태그는 '#' 뒤에 사진 주제를 표현하는 단어를 붙인 것. 예를 들어 피아노를 찍은 사진을 올리고 '#피아노'라고 하는 식. 인스타그램의 대표적 인기 해시태그인 '셀카' 태그를 단 사진이 390만개 정도인 반면 먹스타그램 태그를 단 사진은 690만개에 육박한다. 지난 26일 저녁 식사 시간인 오후 6시쯤 인스타그램에 '먹스타그램'이라는 검색어를 넣자 분당 100개 이상의 속도로 새로운 사진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에 '먹스타그램 열풍'이 부는 가장 큰 요인은 인스타그램이 대표적 '여초' SNS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미국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전체 이용자 중 68%가 여성이다. 또 이용자 전체의 90% 이상이 35세 이하다.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외식 경험 같은 일상의 사소한 활동에서 재미나 가치를 느끼고 이를 공유하려는 경향이 크다. 먹스타그램의 인기는 이 때문이다"라고 했다. 대학생 공민정(24)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친구 2명과 함께 먹스타그램만 올리는 공동 계정을 만들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음식 사진을 정리해서 블로그에도 올렸는데 책 관련 포스팅을 올릴 때보다 20·30대 여성 방문객이 훨씬 많이 늘었다"고 했다.

20~30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몰두하는 것도 먹스타그램 열풍을 부추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3년간 19~24세 사이 여성의 60%가 아침 식사를 걸렀다. 점심 결식률은 17.6%, 저녁 식사 결식률도 18.4%에 달했다. 반면 다른 연령대 여성의 결식률은 10% 미만이었다.

다이어트 중인 여대생 신모(23)씨는 침대에서 먹스타그램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신씨는 "잠들기 전 한 시간이 넘게 먹스타그램만 본 적도 있다. 먹스타그램 감상은 내게 일종의 '의식(儀式)'"이라면서 "배고플 때 먹스타그램을 보면 눈으로라도 먹는 것 같아 오히려 식욕이 해소된다"고 했다.

굶으면서 격렬한 운동을 해 최근 30㎏을 감량한 대학원생 장모(26)씨도 다이어트 당시 음식 사진에 집착했다. 장씨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대리 만족도 되면서, 남들은 이런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니까 살이 찌지만 난 저런 걸 안 먹는다는 우월감도 들었다"고 했다.

김율리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 장애 환자 중에 강박적으로 음식 사진을 찾아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음식에 대한 욕망은 표현하면서 '먹는 행위'에 대한 불안은 건드리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핑턴포스트도 최근 캐나다 출신 정신과 교수 발레리 테일러의 말을 인용, "SNS에 지속적으로 음식 사진을 올리는 행위가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현정 | 인턴기자(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졸)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