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자 속 '집밥천국'

입력 : 2014.08.27 05:36

[손질된 재료·요리법 집으로 배달하는 '레시피 박스' 인기]

번거롭게 장 볼 필요없이 집에서 요리만 하면 완성
대부분 30~40대 맞벌이 부부 이용

사진가 강진주(39)씨는 한 달에 서너 번 '테이스트샵'으로부터 흰색 스티로폼 상자를 배달받는다. 상자에는 깨끗이 씻고 다듬어서 2인분, 4인분씩 진공 포장한 식재료와 요리 레시피가 들어 있다. 서울 가로수길 '류니끄'의 류태환 오너셰프나 경기도 판교 '로네펠트 티하우스' 이찬호 총괄셰프 등 유명 요리사들이 개발한 레시피다.

싱글인 강씨는 "장 보고 재료를 다듬는 번거로움 없이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바빠서 외식을 엄청 많이 해요. 그렇다고 모처럼 주말에 집에서 먹는데 배달음식이나 완제품을 사다가 먹는 건 너무하다 싶었죠. 평소 내가 먹을 음식은 요리 선생님이 개발한 일상적인 음식을, 손님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 때는 유명 음식점 요리사들이 개발한 좀 더 특별한 음식을 주문하는 편이에요."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레시피와 식재료를 스티로폼 상자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인기다.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레시피와 식재료를 스티로폼 상자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인기다. /테이스트샵 제공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식재료와 레시피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재료를 사다 다듬어서 요리하는 '집밥'과 짜장면·피자·치킨 등 배달음식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서비스다.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테이스트샵'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고 원하는 음식을 선택해 매주 수요일까지 신청하면 금요일에 집으로 '레시피 박스'를 배달해준다. 지난해 9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 '푸드마스'는 정기구독을 1주일·3개월·4개월 단위로 신청하면 매주 2가지 또는 3가지 메뉴로 구성된 '정기구독 상자'를 보내준다. '레시피패스'는 매일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2~3일 뒤 손질된 식재료와 레시피를 보내준다.

외국에서는 3~4년 전 등장해 급성장한 시장이다. '레디 투 쿡 밀(ready to cook meal) 딜리버리 서비스' 또는 '쿡앳홈 밀 키트(cook-at-home meal kit)'라고 부른다. 3년 전 등장한 헬로프레시(HelloFresh)는 매달 100만 개 식사를 미국과 유럽에서 배송한다. 미국 '블루에이프런(Blue Apron)'은 창업 2년 만에 매달 60만 개 식사를 주문받는다.

국내에서는 강진주씨 같은 싱글족보다는 30~40대 '젊은 엄마'들이 애용한다. '푸드마스' 이현구(28) 대표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싱글족을 주 타깃층으로 잡았지만, 구매자 조사를 해보니 2인 가구 즉 맞벌이 부부나 어린 자녀가 있는 3인 가구의 주부가 대부분이었다"며, "식재료와 조리 과정의 안정성에 관심이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이스트샵' 김규민(29) 대표는 "1인 가구는 요리에 관심은 있지만 직접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두 달 전부터 이용하고 있다는 맞벌이 부부 곽예진(29)씨는 "소량의 재료로 요리해 남김없이 먹게 되니 오히려 경제적이라 계속 주문해 요리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비용은, 재료를 마트에서 사다가 만들어 먹을 때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외식보다는 저렴하다. '테이스트샵'에서 판매하는 류태환 셰프의 '생강간장소스와 돼지삼겹 샤부샤부'는 2인분 기준 1만6400원이다. 요리연구가 강지영씨는 "요리가 단순히 끼니 해결 차원을 넘어 트렌디한 '취미' 또는 '여가생활'로 인식되고 있다"며 "요리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극대화시키는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성윤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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