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 만에 만나는 새로운 '천경자'

입력 : 2014.08.19 05:41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展]
상설전 대폭 교체… 30여점 새 공개

천경자씨 사진
서울시립미술관이 원로 화가 천경자(90·사진) 화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을 전시하는 '천경자실' 그림이 12년 만에 전면 교체됐다. 최근 생사 여부가 논란이 됐던 천 화백의 새로운 작품을 대거 볼 수 있는 자리다.

천 화백은 1998년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며 자신의 작품 93점과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서울시에 기증하고 뉴욕으로 떠났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02년 현재 서소문 본관을 개관하면서 2층에 천경자 상설전시실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천경자의 혼'이란 주제로 10년 이상 같은 전시를 열면서 작품은 1~2점씩만 부분 교체해왔다.

전시 주제를 바꾸고 작품을 대폭 교체하는 것은 12년 만에 처음. 서울시립미술관 도수연 큐레이터는 "관람객들에게 천 화백 작품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올 초부터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전시의 주제는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 꿈과 환상에서 비롯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작품에 투영하는 천 화백의 작품 세계를 펼친다.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드로잉' '자유로운 여자'의 4개 섹션으로 구성돼 최근 수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30여점을 선보인다.

천경자 작품 ‘황혼의 통곡’ 사진
천경자 작품 ‘황혼의 통곡’. 종이에 채색, 96×129㎝, 1995.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특히 작품 보존 때문에 2008년부터 사본이 걸려 있었던 1951년작 '생태'를 원화로 볼 수 있다. 발표 당시 숱한 화제를 일으키며 한국 화단에 천 화백의 존재를 각인시켰고 작가가 가장 아끼는 그림이다. 당시 실패로 끝난 첫 결혼과 가난, 두 혈육을 떠나보낸 슬픔을 징그러운 뱀 무더기를 그림으로써 극복하고자 했다. '드로잉' 섹션에 걸린 누드 10여점은 채색화가로 알려진 천경자의 색다른 모습을 조명한다.

'황혼의 통곡'(1995), '환상여행'(1995) 등 10년 만에 수장고에서 나온 말기 대작들도 반갑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특유의 여인상은 1990년대에 이르러 관능적 포즈를 취한 여인군상으로 바뀐다. 턱을 괴고 길게 누운 여인, 고개 숙여 엎드린 여인, 공중에서 힘없이 몸을 늘어뜨린 여인…. '황혼의 통곡'에 등장하는 여인군상에서 천경자 말년의 고독과 쓸쓸함이 감지된다. 무료. (02)2124-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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