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8.08 16:13 | 수정 : 2014.08.08 16:16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16일 오전 10시 처음 서면보고를 받은 뒤 오후 5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할때까지 박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밝히라는 건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이 지난 3일자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이다. 산케이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일정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것과 관련, 익명의 증권가 관계자 등을 인용하면서 당시 박 대통령이 과거 보좌관인 정윤회씨와 접촉했다는 식의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측은 사실 확인 없이 소문과 추측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떠도는 얘기를 짜깁기했다는 것이다. 산케이 보도는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청와대는 즉각 산케이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방침을 밝혔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것을 기사로 썼다.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엄하게 끝까지 대처하겠다”고 했다. 그는 “산케이 기사를 받아서 악의적으로 보도한 국내 언론사도 소송 대상”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 하원 군사위 의원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 하원 군사위 의원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산케이 보도로 인해 억측과 소문은 더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야당은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행적을 정확히 밝히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통령이 무엇을 보고 받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일정을 담당하는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의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 “청와대 경내에 있었지, 어디에 있었겠나”

야당의 주장대로 청와대가 대통령의 7시간을 속시원하게 밝힐 수는 없는 걸까.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야당이 비서를 불러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밝히겠다는 것인데 국가 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밝힌다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가”라며 “청와대 경내에서 있는 모든 것을 다 밝히라는 얘기인데 이것이 과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정말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에게 특정 시간에 일일이 뭐 했느냐고 내놓으라고 하나”라며 “그 시간에 대통령이 청와대 안에 있지 어디에 있었겠나. 상식적인 것 아니냐. 그런데도 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옳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한 친박 핵심 의원도 “대통령께서는 당연히 청와대 경내에 있었겠지”라며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보안 사항이라 일일이 어디에 있었다고 얘기할 수 없는 사항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산케이 신문의 보도는 정말 터무니 없는 보도”라고 했다.

박영선 “대통령이 집무실에 안 계셨다는 얘기지요?”
김기춘 “그렇지 않습니다”

‘7시간 논란’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7월7일 국회 운영위 청와대 업무보고때 한 답변에서 사실상 시작됐다. 김 실장은 당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대통령께서 어디에 계셨나’라고 묻자 “그 위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이후 의혹이 커졌다.
그런데 당시 국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그때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당시 속기록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박영선 원내대표(박)= 김기춘 비서실장님, ‘대통령께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서면보고로 10시에 했다’라는 답변이 있었지요?
김기춘 비서실장(김)= 예.

박= 지금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때 대통령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김= 그것은 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국가안보실에서 1보를 보고를 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어디에 계셨는데 서면보고를 합니까?
김= 대통령께 서면보고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박= “많이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긴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청와대가 인지하지 못했나요?
김= 그렇지 않습니다.

박= 그런데 왜 서면보고를 하지요?
김= 아마 정확한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압니다.

박= 그럼 대통령께서 집무실에 계셨습니까?
김= 그 위치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박= 비서실장님이 모르시면 누가 아십니까?
김= 비서실장이 일일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저희가 알고 있는데요. 집무실에 안 계셨다는 얘기지요, 지금?
김= 그렇지 않습니다.

박= 그렇지 않은데, 집무실에 계신데 왜 서면보고를 하나요?
김= 집무실도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서면으로 많이 올립니다.”

위 속기록 내용 중 박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집무실에 안 계셨다는 얘기지요”라고 묻자 김 실장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한 대목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을 거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여권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속시원한 내용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를 통해 계속 이 문제를 부각 시킬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 논란은 당분간 여야간 공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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