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2월 서울종합예술학교 입학식에 대거 등장한 전·현직 국회의원들…그들은 왜 그곳에?

입력 : 2014.08.06 11:30

야당 의원 3명에 로비 의혹 받는 김민성 이사장, 정·관계 인사들과 유대 넓히려 시도

야당 중진 의원 3명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종합예술학교(SAC·이하 서종예)는 화려한 입학식으로 유명하다. 지난 2월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4년 입학식에도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김병찬 아나운서(아나운서·쇼호스트학부 교수)와 배우 이인혜(연기예술학부 교수)씨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엔 가수 화요비와 영지, 정성조 재즈밴드가 공연을 펼쳤고, 신인그룹 Got7도 등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김재윤 의원, 새누리당 박창식·정병국·김용태 의원 등의 축사도 이어졌다. 이 중 일부는 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날 서종예 김민성(55) 이사장은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했다며 과거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이규택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박창식 의원,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에게 ‘SAC공로상’을 수여했다.

2003년 직업학교로 출발한 서종예는 2009년 4년제 학사 학위를 딸 수 있는 ‘학점은행제 평생교육기관’으로 승격됐다. 실용음악·음악·연기·방송영화·무용 등 10개 학부를 운영하면서 ‘연예인 사관학교’로도 불렸다. 하지만 아직은 일반인들에겐 낯선 이 직업학교에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특히 이날 입학식에서 축사를 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김재윤 의원은 같은 당 신계륜 의원과 함께 김민성 이사장으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작년 9월 직업훈련 시설인 서종예의 명칭에서 ‘직업’이라는 단어를 빼고 ‘학교’만 쓸 수 있도록 ‘근로자 직업 능력 개발법’을 바꾸도록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왼쪽부터)신계륜 의원, 김재윤 의원, 신학용 의원.
(왼쪽부터)신계륜 의원, 김재윤 의원, 신학용 의원.
검찰은 김 이사장 등 학교 간부들에 대한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입법 로비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학사 학위 교육기관으로 인가(2009년)받는 등 학교를 키워나가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과 유대를 넓혀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런 정황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 이사장은 올해 초 서종예 6대 학장으로 교육부 국장 출신인 한모씨를 영입했고, 작년 7월엔 4선 의원 출신인 이규택 전 의원을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이 전 의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정치인이다.

물론 거론된 의원들이 모두 로비와 연관된 건 아니다. 김 이사장이 학교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의원들과 인연을 만들고 이용하고 부풀렸을 수 있다. 이규택 전 의원은 “작년에 놀고 있을 때 아는 후배 소개로 석좌교수 제안을 받고 응했을 뿐 김 이사장은 몰랐다”며 “강의 한 두번 정도 하고 작년 9월에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되면서 석좌교수를 그만뒀는데, 끝나고 나니까 공로패 같은 걸 주더라”고 했다. 그는 “석좌교수 된 다음에 한 두 번 정도 김 이사장과 식사한 게 전부”라며 “김 이사장은 바쁜 사람이라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성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김민성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김 이사장이 충북 사람이어서 충청향우회에서 알게 됐다”며 “김 이사장이 행사가 있으면 와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올해 2월 입학식 때는 내가 바빠서 영상으로 축사만 보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이 처음부터 정치권과 끈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본래 KBS 탤런트(1985년) 출신이었으나 배우로선 크게 빛을 못봤다. 2년 남짓 TV에 얼굴을 비치다 1987년 한국방송문화원이란 연기학원을 차린 뒤 1989년 국내 최초의 미국식 매니지먼트 회사인 MTM을 세워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은하, 고소영, 안재욱, 김희선, 송혜교 등 유명 탤런트 등을 발굴해 업계에선 ‘스타 제조기’로 불렸다.

하지만 자본력을 가진 회사들이 많이 생기면서 스타급 연예인들을 많이 빼았겼다고 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배신당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게 사실 스타들의 생리 아니겠느냐. 그걸 몰랐던 게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다 2003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를 세우면서 본격적인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연기학원과 매니지먼트를 통해 얻은 재산의 상당액을 이 학교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시설 확충과 교수진 확보에 2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는 말도 있다. 학교 설립 이후 배우 이준기, ‘응답하라 1994’의 민도희 등 스타들이 대거 이 학교에 진학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서울종합예술학교를 서울예대나 한국예술종합대학에 필적할 만한 전문학교로 육성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무척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서종예의 한 전직 직원은 “김 이사장은 아침 일찍 나와 밤 12시나 새벽 1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다 횡령과 로비 의혹까지 번진 것 같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종예의 한 교수는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에게 가야 할 돈이 다른 쪽에 투자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 연예기획사 사장은 “김 이사장이 이전부터 곳곳에 로비를 잘 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결국 정치권까지 손을 뻗치다 사고를 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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