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中에 밀려 초조해진 日, '겸손의 미덕' 잃었다

입력 : 2014.07.31 05:25

-일본사회 '자화자찬 신드롬'
방송·출판계, 日우월성 강조… 일왕제·야스쿠니 신사도 칭찬
"原電사고·주변국들 득세에 여유 없는 모습 드러내는 것"

일본인은 비록 겉으로나마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 왔다. 이 겸손함은 경제력과 함께 세계에서 일본이 존경받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일본의 미덕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세계에서 일본인이 가장 우수하고, 가장 존경받는 국가라고 뻐기는 '자화자찬(自畵自讚) 신드롬'이 일본 사회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혐한(嫌韓)·혐중(嫌中) 서적을 쏟아내던 일본 출판계는 최근 '일본은 왜 아름다운가' '일본은 세계로부터 존경받는다' '세계가 절찬하는 일본인' '일본인으로 태어나 정말 다행이다' 같은 책들을 경쟁적으로 펴내고 있다. 일본의 우월성을 강조하다 보니 황당한 내용도 많다. 영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쓴 '일본이 영국보다 50년 앞섰다'는 책은 '영국에서 살아 보니 일본이 천국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영국인은 비만하지만, 일본인은 슬림하다' '런던은 만성 교통 정체가 있지만, 도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본이 우월한 이유로 꼽았다.

일본을 자화자찬 하는 책들.
일본 우월성 입증을 위해 외국인도 동원한다. 인구 3만의 소국 산마리노 공화국의 주일 대사라는 만리오 가데로가 쓴 '그래서 일본은 세계로부터 존경받는다'는 일왕제와 야스쿠니 신사(神社)에 대한 찬사까지 늘어놓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도 가세, '일본 경제가 세계경제의 희망이 된다' '지지 않는 일본 기업' '만일 일본이 없어진다면' 같은 책들을 펴내고 있다.

NHK는 매주 '쿨 재팬, 발굴 멋있는 일본'이라는 방송을 통해 외국인들의 일본 칭찬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니혼 TV, TV 아사히는 오락 프로그램에도 외국인을 대거 등장시켜, 일본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신드롬에 불을 붙인 것은 정치권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 "이 나라에서 태어나 다행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도쿄신문은 30일 "'자화자찬 신드롬'으로 겸허함을 미덕으로 삼던 일본인들이 이제 일본의 단점을 말하면 '자학(自虐)'이라는 비판을 던질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우스이 마후미 니가타세이료(新潟靑陵)대학 교수는 "일본이 압도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을 자랑하던 시절에는 겸허함이 있었지만, 대지진과 원전 사고, 한국과 중국의 대두로 여유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다카하시 기요시(高橋凊貴) 게이센(惠泉)여자학원대 교수는 "일본 자화자찬은 주변국에 대한 숨겨진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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