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29 13:33
청문회 단골메뉴 “표절”의 사례들을 보니…
몇 번 들어도 웃음이 나는 조오크―.
육사 동기생 전두환, 노태우, 김복동 등 세 사관생도가 학기말 시험을 치고 있었다. 서양사 시험 때 쉐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하나를 쓰라는 문제에서 셋 중 가장 머리가 좋다는 김복동은 “베니스의 상인”이라고 정답을 썼다. 바로 뒤에 앉았던 노태우는 김의 답안을 그대로 베끼는 건 자존심이 상해 살짝 “페니스의 상인”이라고 고쳐 썼다. 노태우 뒤에 앉아있던 전두환은 노의 답안을 순수한 우리말로 다시 고쳐 “고추장사”라고 써냈다….
우스개 소리지만, 표절의 전형적인 유형을 보여주는 조오크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페니스’는 penis의 정확한 발음이 아니고 ’피이너스’가 정확한 발음에 가깝다.)
몇 번 들어도 웃음이 나는 조오크―.
육사 동기생 전두환, 노태우, 김복동 등 세 사관생도가 학기말 시험을 치고 있었다. 서양사 시험 때 쉐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하나를 쓰라는 문제에서 셋 중 가장 머리가 좋다는 김복동은 “베니스의 상인”이라고 정답을 썼다. 바로 뒤에 앉았던 노태우는 김의 답안을 그대로 베끼는 건 자존심이 상해 살짝 “페니스의 상인”이라고 고쳐 썼다. 노태우 뒤에 앉아있던 전두환은 노의 답안을 순수한 우리말로 다시 고쳐 “고추장사”라고 써냈다….
우스개 소리지만, 표절의 전형적인 유형을 보여주는 조오크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페니스’는 penis의 정확한 발음이 아니고 ’피이너스’가 정확한 발음에 가깝다.)
이 표절사건에 대해 NBC-TV Tonight Show 진행자 지미 홸런은 “월쉬 의원은 자기가 표절한 일이 없다면서 ‘나는 나쁜 짓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해보세요!(Senator Walsh says he did not plagiarize. He said, "I am not a crook.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앞부분은 닉슨 대통령이 워러게이트(Watergate)사건 때 한 유명한 말이고, 뒷부분은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그러니까 월쉬는 자신의 표절 사실을 부인할 때도 남의 말을 표절했다는 조오크다.
표절은 plagiarism(플레져리즘), 표절하는 것은 plagiarize(플레져라이즈), 표절자는 plagiarizer(플레져라이저)라 한다. ‘해적’ 또는 ‘해적질 한다’는 뜻의 pirate(파이럿트)도 ‘표절’의 뜻으로 쓰인다. 저작권침해는 copyright infringement(카피라잇 인후린지먼트)라 한다.
‘Publish or perish’란 말이 있다. 미국 대학교수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말이다. 연구논문을 써서 발표하지 않으면 교수로서는 망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강박관념 때문에 대학교수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논문을 써서 발표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학자로서, 교수로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 교수들은 표절까지 해서 논문을 쓰게 된다. 사소한 표절은 적당히 넘어가기도 하지만 중대한 표절은 결국은 발각되어 표절교수가 망신을 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징계를 당하거나 아예 강단에서 쫓겨난다. 그래서 또 생긴 말이 Plagiarize and perish. 즉 “표절하고 망해라”이다.
한국에서도 총리나 장관후보 국회 청문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게 표절 의혹이다. 가장 최근의 예가 교육부장관(부총리급)후보가 남의 글 표절과 자기 논문 중복 사용 의혹 때문에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유명 표절 사례를 몇 가지 모아 보았다.
미국에서는 남의 글을 베껴 자기 것처럼 위장하는 것 즉 표절을 매우 중대한 죄악으로 생각한다. 중고교 학생이 숙제를 할 때 남의 글을 베끼는 것에서부터 대학원 학생의 리포트나 논문 작성 시의 표절은 물론이고 대학교수 등의 학자, 문학인, 예술인, 정치인 등의 표절이 들통나면 대단한 사회적 지탄을 받을 뿐만 아니라, 직장을 잃는 일도 많다.
★ 한 여고생이 지역 신문에 기고한 글 5편에 표절이 많이 들어있었다고 해서 하버드 대학은 2003년 그 학생의 입학허가를 취소한 일이 있다. 뉴우욕에서 가까운 뉴저지 주 무어즈타운 하이스쿨 졸업반이었던 이 여학생은 2003년 3월 29일 지역 신문 학생 투고란에 북한 핵문제에 관한 글을 투고했는데, 그 글은 스티브 라몬태뉴라는 핵문제 전문가가 쓴 글을 거의 그대로 표절한 것이었다. 그녀의 다른 4편의 글에서도 표절이 발견되어 결국 하버드 대학은 이 여학생의 입학허가를 취소했다. 고교생의 표절이니 애교로 봐주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그만큼 표절은 미국에서 일종의 범죄로 취급된다는 증거다.
★ 몇 년 전에는 하버드대학 2학년생 카비야 비스와나단(19세·인도이민 2세 여학생)이 쓴 소설 “How Opal Mehta Got Kissed, Got Wild and Got a Life”가 유명 출판사 Little, Brown & Co.에 의해 출판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소설의 상당 부분이 이미 다른 여성 작가가 쓴 소설 “Sloppy Firsts”에서 베낀 것이었다. 출판사는 즉각 사과하고 서점에서 표절 소설을 몽땅 회수해 폐기처분했다.
★ 하버드 대학 교수들도 최소한 4명이나 표절 사건에 휘말렸다. 가장 유명한 것은 헌법학 권위자로 유명한 Laurence H. Tribe 교수가 1984년에 출판한 책 “God Save This Honorable Court”에 표절이 들어있는 사실이 19년 뒤인 2003년에 발각된 것이다. 트라이브 교수는 자기보다 먼저 이미 같은 주제를 다룬 책 “Justices and Presidents” (버지니아 대학 Henry J. Abrahams 교수의 저서)에서 상당량을 베낀 것이 한 익명의 투서에 의해 드러났다.
그 당시 트라이브 교수는 동료 법학교수 Charles Ogletree의 표절시비를 옹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신의 표절 사건은 더욱 학계와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남의 표절을 변명해주다 자신의 표절이 폭로됨으로써 트라이브 교수는 미국 대법원 판사가 되는 꿈을 접어야했다. 2000년 대선 때 훌로리다 주 검표 문제가 대법원에 상정되었을 때 민주당 대선후보 Al Gore 부통령의 변호인으로도 이름을 날렸던 트라이브 교수는 언제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대법원 판사가 되는 건 떼어놓은 당상처럼 보였었다.
★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하버드 교수는 트라이브와 오글트리 외에 두 명이 더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 역사에 정통한 Doris Kearns Goodwin 교수인데, 그녀는 케네디 대통령 집안 내력을 연구한 “The Fitzgeralds and The Kennedys”를 쓰면서 남의 책에서 적지 않은 양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 학자들의 표절은 대개 그들의 저서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정치인의 경우는 공개 석상에서의 연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조오 바이든(Joe Biden) 미국 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1988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영국 노동당수 니일 키녹(Neal Kinnock)의 연설문과 흡사한 연설을 한 게 들통이 나서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다음은 키노크의 연설문 일부와 바이든의 연설문 일부를 차례로 나열한 것이다.
Why am I the first Kinnock in a thousand generations to be able to get to university? Why is Glenys the first woman in her family in a thousand generations to be able to get to university? Was it because our predecessors were thick? Does anybody really think that they didn't get what we had because they didn't have the talent or the strength or the endurance or the commitment? Of course not. It was because there was no platform upon which they could stand.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키노크家에서 왜 내가 처음으로 대학에 갈수 있었겠습니까? 왜 내 아내만이 역사 깊은 우리 처가 가문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갈수 있었겠습니까? 우리 조상들은 머리가 나빠서 대학에 가지 못했을까요?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것을 우리 조상들이 누리지 못한 것은 그들이 재능이 없어서, 힘이 없어서, 인내력이 없어서, 아니면 확고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디디고 일어설 받침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노크 연설에서)
Why is it that Joe Biden is the first in his family ever to go to a university? Why is it that my wife who is sitting out there in the audience is the first in her family to ever go to college?
Is it because our fathers and mothers were not bright? No, it's not because they weren't as smart. It's not because they didn't work as hard. It's because they didn't have a platform upon which to stand.
바이든家에서 왜 저 조오 바이든이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저기 청중 가운데 앉아있는 우리집 사람은 왜 자기 가문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우리 조상들은 똑똑하지 못해서 대학에 못 갔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 대학에 못간 것도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못간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이 디디고 일어설 받침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연설에서)
바이든의 표절은 학문적 표절이 아니라 정치인의 연설이므로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으나 그에게 치명적인 과거사 하나가 공개되면서 문제가 확대되었다. 바이든이 시라큐즈 대학 Law School 재학시절 쓴 논문에 표절이 발각되어 한 과목 낙제를 한 사실을 누군가가 언론에 제보를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의원은 상습적 표절자로 낙인찍히게 되었고 결국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을 포기하고 말았다.
많은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남의 글을 베껴서 숙제도 하고 리포트도 써내고 논문도 써낸다. 그러나 이제는 표절을 발견해내는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 Google 때문에 최소한 인터넷에서 표절한 것은 조만간 발각이 되게 되어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 학장의 표절이 Google 때문에 들통난 일이 2003년에 있었다.
★ 미조리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이 대학교 문리대 학장인 Brian LeBeau는 2003년 이 대학 졸업식에서 축하연설을 했다. 2년 후 한 여성학자가 “History is a slaughterhouse.”(역사는 도살장이다)라는 문장을 Google 검색하자 미조리대학교 르보우 학장의 졸업축사와 Cornel West라는 다른 대학 교수의 1993년 글이 동시에 떴다. 그래서 르보우 학장의 2003년 연설 일부가 웨스트 교수의 저서에서 표절한 사실이 발각되었던 것이다.
르보우 학장은 교수단의 사퇴 압력을 받았고, 마침 그 때 그를 학장으로 스카웃하려던 De Paul 대학은 스카웃 제의를 취소했다. 졸업축사를 그럴듯하게 하려고 남의 글을 표절한 대학장이 표절 때문에 신세를 망친 것이다. 르보우는 나중에 퓰리처상 수상자 Russell Baker의 글도 표절하여 연설한 사실도 추가로 폭로되었다.
★ 세계 최대 대형 할인점 체인 WalMart 창업자의 자녀 가운데 한 명인 Elizabeth Paige Laurie는 로스앤젤레스의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을 2004년에 졸업했으나 그녀의 기숙사 룸메이트가 그녀의 졸업 논문을 써 준 사실을 TV에 나와 폭로했다. 월마트 상속녀는 작년에 USC 졸업장과 학사학위를 반납했다.
★ 대만(타이완)에서는 딸이 어머니의 옛 논문을 베꼈다가 망신당한 표절사건도 있었다. 대만 중국문화대학(中國文化大學)의 한 여학생은 이 대학 이사장인 어머니의 옛날 석사논문을 그대로 베껴 자신의 학위논문으로 제출했다가 이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어 모녀가 대망신을 당했다.
★ 또 중국의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사회학 교수 왕밍밍은 미국 버만트 대학 윌리엄 해빌랜드 교수의 유명한 인류학 저서 “Cultural Anthropology” (문화인류학)에서 광범위하게 표절하여 1987년에 책을 쓴 사실이 한 박사학위 과정 학생에 의해 폭로되자 대학당국은 왕교수의 강의권을 박탈하고 중국 공산당은 그의 당원증을 몰수했다.
(이상은 famousplagiarists.com을 비롯한 표절관련 인터넷 웹사이트들을 참고하여 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표절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한국에서 외국어학습 교재 출판으로 급성장한 N출판사는 2001년 2월 English Expression Dictionary (한글로 찾는 영어회화 마스터 사전)이라는 568쪽 짜리 책을 출판했다. 저자는 경남의 한 고등학교 교사.
미국이나 기타 영어사용국에서 살아본 일도 없는 한국의 한 지방 고교 교사가 쓴 책이 영어회화부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그런데 2006년 6월 잘 나가던 이 책과 관련 오디오 제품 일체가 갑자기 “품절”이라는 이유로 전국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 책이 한 동안 사라진 이유는 “품절” 때문이 아니라 “표절” 때문이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의 대부분이 조화유의 “이것이 미국영어다” 전10권에서 베낀 사실이 5년만에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영어다”는 조선일보사가 1993년부터 2000년까지 발행하여 국내에서만도 약 1백만부 이상 보급되었고 중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에서도 그 나라 출판사들이 번역 출판했다. 조화유는 그 책 저자와 출판사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과 민사소송를 동시에 제기 하여 모두 승소했다. 표절저자와 출판사는 합계 1억7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조화유에게 지불했고, 형사고소사건에서도 1000만원의 별금을 당국에 내야만 했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순수한 표절 사건으로는 현재까지 배상액이 가장 높게 판결된 사건으로 기록되어있다.
한국도 표절에 대한 의식이 많이 높아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표절 유혹에 빠진 사람들은 Plagiarize and perish!란 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