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24 05:33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죽었지만 살아 있고, 영혼 없이도 행동하는 사람들. TV, 영화, 비디오게임에선 '좀비'가 대세다. 아이티에서 시작된 부두교(Voodoo) 단어로 '부활한 시체'라는 의미의 좀비(Zombie). 왜 하필 21세기 오늘날 좀비들이 열광을 받고 있을까? 물론 영화 속 같은 좀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자아와 영혼 없이도 행동할 수 있는지 과학적인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정신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종교, 철학, 과학적 답들이 가능하다.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함께 DNA의 나선형 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정신을 아름다운 음악과 비교한 바 있다. 뇌는 오케스트라이고, 바이올린·첼로·피아노 연주자들은 뇌의 다양한 기능들이라고 상상해보자. 지휘자 없이도 연주자들은 가지각색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음악은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를 잘 조합해야만 가능하다. 비슷하게 시각·청각·기억·감성 같은 뇌의 기능들이 정교하게 통합되어야만 '정신'과 '자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그렇다면 뇌의 '지휘자'는 누구일까?

최근 조지 워싱턴대학 쿠베이시(Mohamad Koubeissi) 교수팀이 사람의 의식을 전기적 자극을 통해 켜고 끌 수 있는 '정신 스위치'를 발견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신 스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claustrum'이라는 피각(putamen)과 뇌섬엽(insular cortex) 사이 작은 영역이다. 뇌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는 이곳을 자극하면 환자는 마치 로봇이나 좀비가 된 것같이 행동한다. 몸을 지탱하며 숨 쉬고 눈은 뜨고 있지만, 더 이상 의식적 지각이나 행동이 불가능해진다.

양심이나 개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그들이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한다. 쿠베이시 교수의 결과가 더 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된다면 앞으로 우리는 아베 신조 같은 정치인은 제정신이 아닌 게 아니라 'claustru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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