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기준… KAIST가 33년만에 수술

입력 : 2014.07.21 05:42

[개점 이후 첫 개정… 내달 발표]

舊刊 지표 '스테디셀러' 부활… 전자책도 집계 기준에 포함
사재기 행위 규제 위해 순위 급상승한 책 정보 제공

교보문고는 단순하고 역동성이 부족하며 사재기에도 취약한 현행 베스트셀러 집계 기준을 대폭 수정할 계획이다.
교보문고는 단순하고 역동성이 부족하며 사재기에도 취약한 현행 베스트셀러 집계 기준을 대폭 수정할 계획이다. /정경열 기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집계 기준이 33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교보문고는 최근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 '베스트셀러 기준 재정립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출판문화협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개선안은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정의 자체를 바꾼다. 교보 관계자는 "베스트셀러 집계 기준에 새로운 장르를 추가한 적은 있지만 뼈대까지 바꾸는 것은 1981년 개점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베스트셀러, 무엇이 문제인가

KAIST 연구진은 "현행 집계 기준은 개별 도서의 라이프사이클(수명 주기)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판매량은 일반적으로 출간 첫 달에 가장 높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특히 첫 4~6개월 동안 낙폭이 크다. 대부분의 도서가 초반 모멘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출간 후 4~6개월이 지나 모멘텀을 잃은 신간의 경우, 초반에 활약하지 못하면 누적 판매량이 많아도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짝인기를 누렸다가 금세 사라지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데 비해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교보는 2010년부터 베스트셀러 세부 항목에서 스테디셀러를 제외했다. 대신 웹사이트에서 연간 100권 이상 연속으로 판매된 도서를 스테디셀러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100권이라는 기준은 사재기나 할인, 마케팅으로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숫자다.

베스트셀러 왜곡이 빈번히, 쉽게 일어나는 취약점도 확대되고 있다. 주간·월간 베스트셀러는 꾸준한 판매량과는 관계없이 '지난 일주일'이나 '지난 한 달' 판매량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의도적 할인 판매, 협찬 형식의 대리 구매, 과도한 경품도 문제로 꼽힌다. 김원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집계 방식을 단순화해 발생한 결함"이라며 "전자책이라는 도서 형태가 등장하고 시장이 커질 전망인데 지표에는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디셀러 부활, 전자책 포함

먼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정의가 달라진다. 신간에 대한 지표를 베스트셀러, 구간(출간 18개월이 지난 책)에 대한 지표를 스테디셀러로 구분한다. 구간이 대폭 할인 행사를 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하는 일이 원천봉쇄되는 것이다. 또 판매 모멘텀이 살아 있는 신간과 그것을 잃은 책(준신간)으로 분류해 베스트셀러 지표를 따로 만드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원준 교수는 "상승 모멘텀을 잃은 도서를 재조명해 독자의 관심을 환기하고 도서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IST는 스테디셀러 기준 마련을 위한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주간 판매 부수 100부 이상, 판매 지속 25주 이상' 또는 '주간 판매 부수 70부 이상, 판매 지속 30주 이상' 등의 기준을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교보 관계자는 "꾸준히 오래 팔리지만 묻혀 있는 책이 알려지도록 배려할 것"이라며 "연구 용역 결과대로 큰 방향은 잡았고, 세부적으로 더 검토해 8월 중 새 기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전자책도 새로운 베스트셀러 집계 기준에 포함될 전망이다. 전자책 시장 성장률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베스트셀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때 반영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원활한 환경 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재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순위에 새로 진입했거나 순위가 급상승한 책이 뭔지 독자가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행 베스트셀러 기준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도서 상품에 접근하기 어렵고 선택에 한계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았다"며 개선안을 반겼다.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 지성인이 무엇을 읽는지 가늠하는 상징인데, 판매량만으로 집계하니 할인 판매를 많이 한 책, 심지어 스티커북까지 목록에 오른다"며 "사재기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게 여전히 숙제지만, 수정 방향에 대체로 공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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