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21 05:42

[4] 中·高校서 감독 커리어를

스타 출신이면 프로감독 OK, 경력 짧아 전술보다 感에 의존… 성적 나쁘면 바로 희생양 돼

-경험·지식 중시하는 선진국
유소년·하부리그서 성과내거나 남다른 지식 있으면 감독 발탁
名將 무리뉴, 프로로 뛴적 없어

브라질월드컵은 수퍼 스타(su per star)보다 조직력과 팀 전술이 뛰어난 수퍼 팀(super team)의 시대가 확고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선수들의 체력과 스피드, 개인기를 팀 전술로 극대화한 독일에 월드컵 트로피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2년간의 대표팀 코치 생활에 이어 2006년 대표팀 감독에 올라 8년간 선수들을 조련하면서 독일 축구의 전통적 장점인 조직력과 체력에 상대에 따라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팀으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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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단조로운 전술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한준희 KBS N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팀은 선수의 이름값이 높은 게 아니라 전술적인 이해도와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팀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님' 일색의 한국 축구

최근 K리그 감독의 지도력을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형님 리더십'이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걸 의미한다. 독특한 팀 색깔이나 절묘한 용병술로 화제가 되는 일은 드물다.

한국 축구가 트렌드에 역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내 K리그의 채용 시스템에 있다. 각 팀의 코칭스태프는 대부분 지도자 경력이 길지 않은 스타 출신들이 맡고 있다. 지도자 자격증은 현장에 입문한 뒤 짬짬이 시간을 내서 딴다. 구조 자체가 감독과 코치들이 공부를 덜 하고 선수 시절의 '감(感)'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여기에 구단의 성적 조급증이 지도자들의 경력 단절 현상을 부채질한다. 팀을 꾸릴 수 있는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는 데다 한 번 실패해 물러난 지도자는 거의 다시 쓰지 않는다.

지난 2012년 말에는 당시 K리그 16개 팀 감독 가운데 10명이 물러나는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 이후 대표팀 감독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 한 명의 사령탑이 가장 오래 팀을 이끈 건 2년 6개월(허정무·2007년 12월~2010년 7월)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독일의 대표팀 감독 평균 수명은 4.16년이었다.

"중·고등학교 팀에서 시작해라"

지난 25년간 한·독 축구 대표팀 감독 비교.
카테나치오(빗장 수비)로 축구 전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이탈리아에선 지도자가 유소년이나 하부 리그 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축구 세리에 A(1부 리그)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압박 축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리고 사키(68)가 대표적이다. 고향 아마추어팀 바라카 투고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사키는 첫 팀에선 팀의 베테랑 선수와 갈등으로 1년 만에 지휘봉을 놓았다. 이후 밤낮으로 공부에 매달린 그는 피오렌티나 유스팀, 당시 3부 리그 팀이었던 파르마 등을 거쳐 명문 AC밀란과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자리에까지 올랐다.

직장을 구하는 데 선수 시절 명성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프로 경력이 100경기도 안 되는 아르센 벵거(65) 아스널 감독은 해박한 축구 지식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교수(The professor)'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유럽 축구 최고의 명장으로 거듭났다.

첼시 주제 무리뉴 감독은 아예 프로 선수로 뛰어본 적이 없다. 체육 교사를 하던 그는 프로팀에서 감독 통역관을 하면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국내 지도자들도 바로 K리그 클래식을 맡을 게 아니라 중·고등학교 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경험을 쌓아야 선수의 재능을 발견하는 눈과 상황에 맞게 전술을 구사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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