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장(2007년 당시 김만복 원장) "영남 40%·호남 20%" 지시… 출생지 꿰맞춰 승진

입력 : 2014.07.15 05:30

-대법원 판결로 세간 소문 확인
盧정부때 지역 안배 人事
인사팀장, 영남→호남 변경
해임되자 소송… 4년만에 승소

대법원 "실제 태어난 곳으로 출생지 바꾼건 허위입력 아냐"

노무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말 승진 대상자의 지역 안배를 위해 직원 출생지를 임의로 바꿨다는 이유로 해임된 국가정보원 전(前) 인사팀장 김모씨가 4년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 당시 국정원 인사에서 출신 지역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었고,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직원의 출생지까지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인사가 정권에 따라 차별적으로 운용되고, 특히 출신 지역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능력보다 출신 지역이 우선(?)

14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국정원 인사팀장으로 일하던 김씨는 대선이 임박한 2007년 12월 초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으로부터 인사 지침을 하달받았다. 대통령 선거(2007년 12월 19일) 전에 모든 인사를 끝내고, 4급 승진은 영남 출신 40% 미만, 호남 출신 20%대로 하라는 지시였다. 이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출신 지역이 편중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고 판결문은 적고 있다. 부산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90%가 넘는 지지를 몰아 줬던 호남 유권자층으로부터 "호남에서 표만 받고 자기 고향 사람들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씨는 그해 12월 5일부터 이틀간 부서별 1순위 승진 대상자 46명을 추렸다. 영남 출신이 60.9%인 28명, 호남 출신은 4명(8.6%)으로 영남 출신은 기준을 훨씬 넘는 반면, 호남 출신은 기준에 훨씬 못 미쳤다. 김씨는 지역 비율을 맞추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 국정원장에게 "문모씨는 인사 자료상 출생지는 경북 영일이지만, 실제 출생지는 전남 해남"이라고 보고했다. 문씨 호적등본과 국정원 신원진술서의 출생지는 아버지의 고향인 '경북 영일'이지만 실제 태어난 곳은 어머니 원적지인 '전남 해남'이었다. 국정원장은 문씨 출생지를 전남으로 바꾸라고 지시했고, 김씨는 문씨 출생지를 바꿨다. 문씨는 4급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인사 하루 만에 김씨는 "출생지는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호적상 출생지를 기준으로 하라"는 기조실장의 지시를 받고 문씨 출생지를 다시 경북으로 바꿔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일주일 전이었다.

◇대법원 "출생지는 호적·본적·출신학교 등 다양한 의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원 물갈이가 되면서 문제가 됐다. 김씨는 '임의로 직원 출생지를 바꾸고, 국정원 직원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09년에 파면됐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소청 심사에서 해임으로 낮아졌지만 김씨는 2010년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출생지는 태어난 장소를 따지기보다는 출생 당시 부모의 생활 장소나 출생 신고가 이뤄진 곳, 특히 호적등본에 기재된 출생지가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증빙서류 등 정식 절차 없이 문씨 출생지를 바꾼 것은 허위 정보 입력에 해당돼 해임이 정당하다"며 김씨에게 패소판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과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특히 대법원은 "기업체나 국가기관 인사 자료에 기재하는 출생지는 부모의 생활 장소나 출생신고가 이뤄진 호적상 출생지, 원적지·본적지 또는 출신학교 소재지 등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씨가 실제 태어난 곳인 전남으로 출생지를 바꾼 것은 허위 정보를 입력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김씨가 승진 인사의 출생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증빙서류 확인 등 국정원 지침을 위반해 출생지를 임의로 바꾸고, 국정원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면서도 "국정원장과 기조실장 등 부당한 지시를 내린 상급자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채 김씨 혼자만 해임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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