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28 07:40

혁신학교 확대 비롯한 진보의 공동 公約으로 교육 혁신은 요원해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가치관 다양화하는 혁신적 발상이 절실
지역 맞는 人材 육성할 特性化 교육 시도해야

강경희 사회정책부장
강경희 사회정책부장
'불안과 초조의 교정, 수험생보다 가슴 졸이는 부형(父兄)들'(1959년 3월 4일자 서울 39개 중학교 입시 기사) '일류의 집념에 브레이크 건 중학입시 전폐(全廢)와 학교군제. 과중한 심신 부담 없애려'(1968년 7·15 중학교 무시험제 기사) '망국 과외 뿌리 뽑혔으면… 청소년 인간교육 확립 계기, 적자 살림 벗어나 시원하다'(본고사 폐지하고 과외 금지시킨 1980년 7·30 조치 기사) '과외 반드시 근절, 학력보다 개성 존중 교육시대로'(1995년 5·31 교육개혁 기사)

50년 전, 30년 전, 본지에 보도됐던 교육 기사들 제목이다. 오래된 기사를 찾아본 이유는, 2014년 시험대에 오른 한국 교육에 지혜의 단초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오는 7월 1일 진보 교육감 13인이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시대가 기대와 우려 속에 펼쳐진다. 교육 현장마저 이념으로 쪼개져 마치 보수 인사들은 아이들 경쟁을 부추기고, 진보 인사들은 아이들 경쟁을 덜어주려 애쓰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지난 반세기 큰 틀의 교육 개혁을 되짚어보니 대체로 일관된 방향이 있었다. 과열 경쟁을 덜어주고, 사교육을 줄여주며, 인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펴겠다는 목적의식만큼은 어떤 정부든 비슷했고, 이를 위해 늘어나는 교육 수요에 맞춰 공급 확대책이 시행됐다.

1950년대 후반 초등학교 진학률이 90% 넘고, 급증한 초등학생들이 중학교 입시를 놓고 과열 경쟁하니 1960년대 후반 중학교 무시험제가 도입됐다. 고등학교 입시가 과열되니 1970년대엔 고등학교 평준화 조치가 전격 도입됐다. 1990년대에 대학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해 급기야 2000년대 후반엔 대학진학률이 80%대로 치솟아 세계 1위가 됐다. 이젠 학생 수에 비해 대학 정원이 남아도는 걸 걱정할 만큼 대학도 초과 공급이다.

그럼에도 비효율적인 입시 경쟁은 완화되질 않았다. 되레 치열해졌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불안정해진 고용 시장에서 '명문대 거치면 안정된 일자리 얻기가 낫다'는 믿음이 공고해진 탓이다. 두 아들을 특목고 거쳐 명문대 진학시킨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나는 용기가 없어 대안학교나 다른 방식의 삶을 조언해주지 못했다"고 했는데, 진보 이념의 대명사 같은 분도 제 자식 교육에는 남다른 용기를 못 내는데 보통 학부모들 불안감이야 오죽할까.

13인의 진보 교육감은 선거 전에 공동 공약을 내세웠다. 자사고를 폐지하고 혁신학교를 대폭 늘릴 것이며, 프랑스식 대입 자격시험을 도입하고 국립대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여론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빈곤한 공동 정책 보따리로 교육 혁신은 요원하다고 본다.

혁신학교가 해결책이 아니라, 새 교육감들의 발상이 혁신적이어야 한다. '명문대의 좁은 통로가 좋은 일자리,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첩경'이라는 틀이 깨져야 과열 경쟁도 좀 사그라진다. 그러려면 교육 시장에 최후의 공급 확대책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정의하는 좋은 일자리의 가치관 자체가 다양해지는 것을 말한다.

더 많은 맞춤식 교육이 필요한데, 진보 교육감들부터 "무상급식 줄여서라도 교육 인프라와 소프트웨어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시점"이라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너도나도 서울 가지 않으려면 지방에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야 하고 그래야 지방대도 살아난다. 시·도 자치단체장들과 손잡고 기업들이 탐낼 만한 해당 지역만의 매력적인 인재를 배출하도록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시도해 봐야 한다.

교육 자치를 도입한 이유는 교육의 본령인 자율성을 키우는 데 전국 단위의 획일적 행정보다 지역 단위가 낫다는 철학 때문이다. 13인의 진보 교육감은 '공동 공약'이라는 정책 담합으로 뭉쳐 다닐 게 아니라, 교육 자치에 걸맞게 지역 교육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경쟁 마인드부터 갖춰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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