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19 05:30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바퀴 안에 갇힌 다람쥐같이 매일마다 반복된 삶을 사는 어느 한 남자. 사랑하는 사람도, 진정한 대화를 나눌 만한 친구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게 된다. 운영체제는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를 가졌고, 재치 있으며, 남자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귀담아준다. 남자는 기계를 점점 사랑하게 되지만, 기계는 '단순한'인간의 사랑을 결국 받아주지 않는다. 'HER'라는 머지않은 미래 세상을 그린 최근 영화 내용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점점 더 외로워지는 현대 인간들. 만약 공감과 대화가 가능한 기계가 만들어진다면 인간은 기계와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기계가 과연 가능할까?"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실 '나'이외에 다른 사람들 역시 '자아'와 '정신'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단순히 타인의 행동, 그리고 대화를 통해 그들의 내면적 세상을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다운'대화가 가능한 기계가 만들어진다면? 그런 기계 역시 '지능'을 갖고 있다고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한 러시아 연구팀이 설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사람과 구별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번 테스트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기술적 모순들을 지적했지만, 이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애플의 '시리(Sir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르타나(Cortana)'에서도 볼 수 있듯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이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는 기계가 등장할 것이란 사실 말이다.

같이 있으면 답답하지만, 막상 혼자 있으면 외로운 게 인간. 19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그렇기에 '혼자 같이'살 것을 추천한 바 있다.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기계가 만들어지는 순간 우리 인간들은 어쩌면 '혼자 기계와 같이'살게 될 수도 있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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