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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일본내의 嫌韓(혐한), 91년前 그때와 흡사"

입력 : 2014.06.17 05:28

[일본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알린 책이 베스트셀러로… 著者 가토 인터뷰]
- 책을 낸 계기?
"편견은 차별과 폭력을 낳고 결국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것… 방치땐 같은 일 또 일어날수도"
- 베스트셀러 왜?
"일본의 잘못된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

한국과 한국인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혐한(嫌韓) 서적'이 판을 치는 일본에서 관동(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실상을 기록한 '9월, 도쿄의 거리에서'가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 3월 발매한 이 책은 지난달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일본사 분야 1위, 산세이도(三省堂)서점 인문서 분야 2위까지 올랐다. 교도(共同)통신·도쿄(東京)신문은 "혐한 서적을 차단하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문학평론가 사토 미나코( 藤美奈子)씨는 "91년 전 도쿄에서 벌어진 조선인 학살 당시 분위기가 현재와 유사해 아연했다"는 서평을 냈다.

저자인 가토 나오키(加藤直樹·47)씨는 15일 본지와 만나 "혐한 시위와 출판물이 조장하는 차별과 편견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알리는 책을 준비했다"고 했다. 출판사 프리랜서 편집자인 그는 거의 매주 혐한 시위 현장을 찾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토 나오키씨(사진 왼쪽)과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실상을 기록해 베스트셀러가 된 ‘9월, 도쿄의 거리에서’(사진 오른쪽) 사진
‘9월, 도쿄의 거리에서’ 저자 가토 나오키(사진 왼쪽)와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실상을 기록해 베스트셀러가 된 ‘9월, 도쿄의 거리에서’(사진 오른쪽). 일본 군경이 조선인을 찌르는 장면을 담은 책의 표지 그림은 대지진 당시 일본 초등학생이 그린 것이다.

―책을 낸 계기는.

"작년 도쿄 한인타운에서 '한국인을 죽이자'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도쿄는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를 했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평범한 시민들까지 나서 조선인을 학살한 도시다. 당시 학살의 명분이었던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한 조선인)이라는 플래카드가 이번에 혐한 시위에 등장했다. 방치할 경우,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현재 일본 사회가 당시 분위기와 유사하다고 느끼는가.

"관동대지진 발생 4년 전인 1919년 한반도에서 '3·1 독립운동'이 발생했다. 당시 미디어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켜 일본인을 살상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 때문에 보통 일본인 사이에 '조선인은 무섭다'는 편견과 차별, 공포가 자리 잡았고 재해가 발생하자 학살로 이어졌다. 지금 일본의 서점과 방송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부추기는 내용이 넘쳐난다.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다. 편견이 차별과 폭력을 낳고 결국 제노사이드(Genocide, 종교·인종·이념에 따른 대량학살)로 이어진다."

―일본 사회는 학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 문서에도 조선인 학살 기록이 나오고 교과서에도 언급돼 있다. 관동대지진 직후인 1923년 12월 국회에서 '1000명 이상의 조선인이 학살된 만큼,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한 의원도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조사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도쿄의 학살극을 처음 알았다는 50대도 많다. 인터넷에서는 관동대지진 학살 조작설이 퍼지고 있다. 학살을 부정하는 것은 미래의 학살을 준비하는 것이다."

―광고도 하지 않고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일본의 잘못된 변화에 대해 그만큼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출판계에서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혐한 서적에 대한 반성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책에 지도와 사진이 많다.

"90년 전에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도 학살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날짜별로 학살 현장 지도와 현재의 사진을 함께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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