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와인 다른 맛… 비밀은 병에 있죠

입력 : 2014.06.13 05:34 | 수정 : 2014.06.13 06:53

레드와인은 산소 통하는 코르크 마개, 화이트엔 공기 차단성 높은 스크루캡
작은 병은 숙성 빠르고 떫은맛 약해… 큰 병, 변질 가능성 낮아 장기보관용

와인 향기를 맡고 있는 와인 전문가 뱅상 크뤼즈.
와인 향기를 맡고 있는 와인 전문가 뱅상 크뤼즈. /이덕훈 기자
화이트와인 2잔이 앞에 놓였다. 왼쪽 잔에 담긴 와인은 밝고 투명한 노란빛인 반면, 오른쪽 잔에 담긴 와인은 더 짙고 깊이 있는 황금빛을 띠었다. 맛과 향도 달랐다. 왼쪽은 산미가 산뜻하고 과일 향이 풋풋하다면, 오른쪽은 숙성이 더 진행돼 원숙한 맛이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명가 '앙드레 뤼통(Andre Lurton)'의 와인 메이커 뱅상 크뤼즈(Creuze)씨가 "시음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완전히 다른 와인 같다"고 하자, 그가 씩 웃었다. "두 잔에 담긴 와인은 똑같이 2007년 생산된 '샤토 라 루비에르 화이트'입니다."

◇스크루캡 對 코르크 병마개

와인은 포도 품종과 재배 지역, 생산 방식에 따라 맛과 가격이 천지차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와인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와인병'과 '병마개'다. 더 정확히는 병마개의 종류와 와인병의 크기. 지난 3일 서울 강남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열린 '앙드레 뤼통 와인 아틀리에'는 병마개와 병 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는 기회였다.

앞서 시음한 화이트와인은 생산연도와 포도 품종, 재배 지역은 같지만 병마개가 달랐다. 왼쪽은 알루미늄 재질 스크루캡(screwcap)이고, 오른쪽은 전통적인 코르크 마개였다. 크뤼즈씨는 "똑같은 와인이라도 어떤 병마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숙성 과정에서 맛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코르크 마개는 액체 밀봉 효과는 뛰어나지만 공기 밀봉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또 나뭇결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마개마다 차단 효과도 일정하지 않죠. 반면 스크루캡은 액체뿐 아니라 공기도 99% 이상 차단합니다."

◇큰 와인병 vs. 작은 와인병

화이트와인에 이어 레드와인 4잔이 등장했다. 이번엔 크뤼즈씨가 먼저 "앙드레 뤼통에서 생산한 '샤토 보내 리저브 레드' 2006년"이라고 와인 종류를 알려줬다. 같은 와인이라는데 미묘하게 달랐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떫은맛이 강했다. 색깔도 자줏빛을 띤 진홍색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주황·갈색이 테두리에 희미하게 보였다.

크뤼즈씨는 "같은 와인을 서로 다른 크기의 와인병에 숙성시켰을 때의 차이"라고 말했다. 가장 왼쪽 와인잔에는 '반 병(half bottle·용량 375mL)', 그 옆은 일반 와인병(750mL), 오른쪽 둘째는 일반 와인병의 2배 크기인 '매그넘(magnum·1500mL)' 병, 가장 오른쪽은 '더블매그넘(double magnum·3000mL)' 병에서 각각 숙성된 레드와인이었다.

"와인 숙성은 산화, 즉 공기와 얼마나 접촉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깁니다. 반 병과 더블매그넘은 병목에 있는 공기의 양은 거의 같지만, 와인의 부피는 8배나 차이 납니다. 작은 병에 담긴 와인일수록 산소와의 접촉이 많아 빨리 숙성됩니다.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약해지면서 부드러워지고, 색깔도 주황·갈색이 생기고요."

크뤼즈씨는 "큰 병에 담긴 와인은 천천히 숙성되기에 더 높은 복합성과 품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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