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12 05:30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다리 위를 지나가다 우연히 먼 곳에서 달려오는 기차를 발견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다리 아래 5명이 묶여 있는 게 아닌가? 얼마 후 모두 기차에 치이게 될 위험한 상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직접 내려가 사람들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휴대폰도 없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단, 다리 위에 서 있는 유일한 다른 한 사람을 밀어 철도에 떨어지게 한다면 기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람은 죽겠지만, 묶여 있는 5명은 살릴 수 있다. 묶여 있는 5명도, 다리 위 한 사람도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다. 당신은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하겠습니까?

윤리 수업에 단골로 등장하는 도덕적 딜레마 중 하나다. 대부분 사람은 아무리 5명을 살릴 수 있더라고, 죄 없는 한 명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대답한다. 생명의 가치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묶여 있는 사람의 수를 5명에서 50명, 500명, 5000명으로 늘리는 순간 결과는 달라진다. 다수를 위해선 개인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스토리를 조금 바꿔 사람을 직접 손으로 밀 필요 없이 단순히 버튼 하나만 눌러도 된다면? 처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5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해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코스타(Albert Costa) 교수 연구팀은 최근 도덕적 딜레마를 듣고 이해하는 언어 그 자체 역시 우리의 기준을 바꿔놓는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같은 상황을 어릴 때 배운 모국어와 나중에 배운 (하지만 유창한) 외국어로 듣는다면? 외국어로 들을 때는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해도 된다는 조금 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모국어로는 개인을 절대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감정적'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다.

결국 인간에게 도덕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상황·언어·상태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판단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도덕성이 높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덕적 판단을 최대화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와 언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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