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05 05:45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예전 미국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독일 최고 인기 방송이라며 '스타켄블로켄'이라는 게임을 소개한 적이 있다. 게임에선 뚱뚱한 독일 아주머니가 정해진 시간 내에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일렬로 배치해야 한다. 찰칵찰칵 돌아가는 시계 소리 아래 겨우 임무를 마치지만, 방에 들어온 (거기에다 나치 유니폼까지 입은) 심사위원은 물건들이 정확히 90도 각도로 나열돼 있지 않다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물론 '스타켄블로켄'이란 쇼는 존재하지 않지만, 독일인들의 정리 정돈 습관은 대단하다. 나도 어릴 적 독일에서 자란 덕분인지 조금이라도 삐뚤어지게 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면 심리적 압박까지 느끼곤 한다. 말도 안 되는 병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사회 전체적으론 도움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야 하고 규칙을 어기면 세상이 망한다는 생각 덕분에 독일 자동차와 기계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는 정반대다. 무책임한 정부와 사회를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지만, 이탈리아 개개인은 재미있고 너그럽다. 덕분에 모두 기계는 독일제를 사용하지만, 친구로선 이탈리아인을 선호하니 말이다.

국민성이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국민성은 영원하지도 않고 자연의 법칙도 아니다. 2000년 전 이탈리아인들은 법과 질서로 로마제국을 탄생시켰지만, 독일인들의 조상은 문명도, 질서도 없는 야만인들이었다. 국민성은 역사의 우연과 한 공동체 사람들 사이의 '서로 모방하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 독일 주재원들이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한국인보다 더 험하게 운전하는 데서 보듯 말이다.

인간의 유전과 뇌는 거의 동일하다. 동일한 생물학적 조건을 갖고도 다양한 국민성들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적이다. 무책임, 무개념, 안전 불감증…. 전염병같이 퍼진 대한민국 사회의 병적 행동들 역시 영원할 필요도, 자연의 법칙도 아니다. 정부는 변하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난센스지만,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정부에만 책임을 넘기려는 행동 역시 논리적이지 않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