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30 08:04

서울 올림픽 유치(3)

☜ 2편에서 계속

“그런데 일본 사람들만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우리를 방해를 하는 거에요. 20명이 나와서 뛰고 있는 거죠. 일본이 어떻게 얘기를 하냐 하면 남북이 대치해있기 때문에 휴전선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 거리인 서울에서 올림픽을 하는 것은 88올림픽을 취소하는 거나 같다고 선전해요. 그러니 북한은 일본을 위해서 일하는 셈이죠. 소위 중간지역국가들 단체 있죠? 비동맹국가들, 우리는 거기에 못 들고 북한은 들어있잖아요. 북한은 비동맹국가 표를 일본에 모아 주는데 활동하고 동구권 표도 모아주는데 활동하는 거죠. 일본은 IOC위원들에게 세이코 시계를 나눠 준다는 정보를 들었어요. 우리는 그러고 있는데, 내 참, 서울시장이 서울에서 들어오지를 않아요. 일본은 20일부터 일본 선전관 개관이 되었고 일본 IOC위원, 나고야 시장 등이 18일에 다 들어와서 활동을 하는데 우리는 IOC위원도 서울 시장도 안 들어와요.

IOC위원이 안 들어오면 어떤 어려움이 있느냐 하면 IOC위원들은 신변보장 때문에 한 호텔에 모아놓아서 다른 사람은 못 들어가요 IOC위원이 만나겠다고 허가한 사람만 들어가서 만나는 거죠. 건물에 들어가야 활동할 텐데 IOC위원이 안 들어와서 호텔을 들어갈 수가 없는 거에요. 장기영씨와 월터정, 그분들이 IOC위원에 면식이 있어서 준 IOC위원 대접으로 그 호텔에 묵게 됐어요. 그 양반들을 면회한다고 들어갔죠. 그분이 들어오라고 해서 활동을 하기는 하는데 부자유스럽죠. 그 후에 김택수씨가 22일 저녁에 왔어요. 그래서 잘 왔다고 우리가 IOC위원들에게 화환을 보내려고 했는데 당신이 안 와서 못했는데 당신 이름으로 보내려고 준비를 해 놓았다고 하니 그분 얘기가 영어로 뭡니까 – 무슨 “콜” (프로토콜-의전)에 위배되어서 가만히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내가 같은 IOC위원인데 IOC위원들에게 꽃을 보내느냐” 이거에요. 한국이 올림픽 유치하려고 하니 그런거 떠나서 보내자 했더니 자기 격이 떨어져서 안 된대요. 할 수 없이 내 이름으로 보냈죠.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날 알기나 합니까. 어쨌든 꽃은 꽃가게에서 일일이 정성을 들여서 기가 막히게 해서 보내게 했습니다.

한 이틀 있다가 서울 시장이 왔어요. 앞서 보낸 꽃이 3-4일 지내면 시드니까 과일 상자를 해서 시장이름으로 보내고 했는데,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주효했어요. 리셉션 때 만나면 일본 사람으로부터 시계를 받았다고 고맙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아름다운 꽃을 보내서 고맙다고 내놓고 인사하는 거에요. 방안 제일 좋은 곳에 근사한 꽃이 있으니까 잘 만나주고요. 아무것도 아닌데 큰 효과를 봤어요. 미국 IOC위원들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잘해보라”고 하는 표는 미심쩍지만 일본이 이러저러하니까 한국은 이렇게 하라고 코치하는 표는 우리 표에요. 감을 잡아서 그 표는 우리 표라고 생각하는 거죠. 독일의 아디다스가 올림픽 공식후원업체인데, 그 사람들을 내세워 남미국가들 표를 얻고 남미나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의 IOC위원들에게는 부부를 한국에 초청한다고 조중훈씨가 왕복 비행기표를 보낸다고 해서 그게 주효했어요. 그래서 표를 얻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초청하는 사람이 왕복비행기표를 주는 거니까요. 그 사람들 입이 크게 벌어졌어요. 이렇게 했는데 마지막에는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됐어요.

한편 우리는 방해하고 다니는 이북 사람들에게 참 잘 대해 주었어요. 거기에 온 북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욕을 해도 우리는 웃으면서 대응하자고 했습니다. 우리가 같이 싸우면 IOC위원들이 남북한이 긴장 상태라 안되겠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북한 사람들이 목청을 높여도 우리들이 웃으면서 대응하면 외국사람들은 우리가 농을 언성을 높여서 하는 줄 알 거다 하면서요. 좋은 얘기만 하고 이북의 명산대천, 온천, 원산해수욕장 등 좋은 것만 칭찬해주니까 입이 이렇게 커지고 하나도 싸울 일이 없어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2월 19일 나가노 국제21호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마란치 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훈장을 받았다./조선일보DB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2월 19일 나가노 국제21호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마란치 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훈장을 받았다./조선일보DB
개표 전날 서독신문이 우리를 막 때렸어요. 하계올림픽은 일본에서 하는 걸로 다 끝났는데 한국사람들 울면서 돌아가야 할 것들이 아직도 웃으면서 표 얻으러 다닌다고. 전날 아침에 이북 대표를 만났는데 그들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선생 그만 수고하고 돌아 가시죠.”
“왜 돌아갑니까? 끝장을 보고 돌아가야죠.”
“엊저녁 서독신문 봤죠?”
“독일 말 몰라서 못 봤습니다.”
“다 끝났다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시죠. 도저히 되지도 않을 것, 몇 표 나오지도 않을 텐데, 왜 애 쓰고 다닙니까?”
“몇 표 나올 것 같습니까?”
“세 표 나올 겁니다.”
“어디어디 표가 나옵니까?”
“한국표 하나하고, 대만표 하나, 미국표입니다.”
“세 표면 됐습니다. 안심입니다.”
다투어도 소용없거든요.

개표 전날 우리나라 어느 특파원이 나를 보고서 “정회장님 자기하고 내기하자”고 해요.
“어디가 된다고 생각합니까?”
“난 한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됩니다.”
“그럼 내기 합시다.”
“당신 걸고 싶은 데로 걸으시오.”
마음먹고 20불 걸었어요. 나도 20불 해서 이병규 부장을 주었어요. 우리가 되니까 그 돈 내가 싹 먹었죠. 개표하니까 52표 대 27표 되었어요. 우리 경제인들이 분발해서 각국 별 경제협력위원장들, 회장단 등 모두 갔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포기했던 것을 우리 경제인이 독일 바덴바덴에서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전경련 회장을 안 했으면 끌고 갈 힘이 없었고 생각도 해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경련 재임 중에 전경련 바깥 일이긴 하나 국가를 위해서 한 덩어리가 되어서 그렇게 일해 본 것이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보람되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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