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27 08:54 | 수정 : 2014.05.27 20:08

"소송 착수금만 60억원 받기도…권력에 끈 있으면 전관예우는 다반사"

“수년 전 변호사가 소송 가액 1500억원짜리 사건을 수임해 착수금만 60억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검찰 고위층 출신 변호사였는데 그 한 건 만으로 팔자를 고친 거다.”

법조계 고위직에 있다가 퇴임한 한 변호사는 26일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엄청난 고액 수임 사건이 구조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고위직에 있었다고 모두 고액 수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고액 수임 여부는 당사자가 권력층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법조계 고액 수임이니 전관예우니 하는 문제는 정치권 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수십년 전부터 있었던 전관예우니 고액 수임이니 하는 말이 왜 없어지지 않나.
“우리 풍토가 문제다. 누구 할 것 없이 힘있는 사람한테만 몰리는 것이다. 힘없는 놈 한테는 아예 입도 안 뗀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J씨 경우가 대표적이다. 학맥을 타고 청와대 참모로 들어가더니 이내 모 선배의 추천을 받아 감사원장으로 내정됐다가 결국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지 않았느냐. 모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니 그게 정상인가. 실세라고 소문이 나고 권력층에 줄이 있으니 고액 보수를 준 것이다.”

―안대희씨도 고액 보수로 말들이 많다.
“실세라고 소문이 나면 가만 있어도 사건이 들어온다.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를 한 적이 있는 인물이고 한광옥씨와 인사 문제로 맞설 정도의 힘이 있었으니 각광을 받았을 것이다. 진보 성향으로 소문났던 P 전 대법관도 대법관 되기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코드가 맞고 대법관 후보 1순위라는 소문이 있어 고액 보수를 받지 않았는가. 대법원 출신의 L씨도 노 전 대통령과 밀접한 인연이 있어 퇴임 후 거액 보수를 받은 것으로 유명했다.”
전관예우 관련 서울변호사외 설문 조사
전관예우 관련 서울변호사외 설문 조사
―고위직 출신을 쓰면 진짜 효과가 있나.
”저 사람이 세니까 로비해주겠지, 도와주겠지 하는 기대를 누구나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스카우트해 가는 로펌이나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그런 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소송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고액 보수나 수임료를 지급해도 결국 남는 장사인 것이다. 삼성 관계자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돈을 준 것도 언젠가는 총장할 가능성이 있고 총장을 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투자한 것 아니겠는가.”

―검찰이나 법원에 전화 로비를 해주면 검사장 출신은 한 건에 2000만원, 대법관 출신은 월 5000만~1억원을 준다는 소문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 당대 권력 실세와 얼마나 가까운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모 로펌은 검사장 출신이 퇴임해 고문으로 가면 세후로 월 3000만원 정도를 주는 걸로 알고 있다. 대법관 출신은 5000만원 이상이다. 또다른 로펌은 사건을 물어오는 실적에 따라 보수를 달리한다. 로펌에 소속이 되면 정권과 특별한 친분이 없는 한 임기가 오래 보장되진 않는다. 퇴임 법조인 중 총리나 감사원장, 민정수석 등 고위직 하마평에 오를 정도의 사람은 엄청난 액수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법조 고위직 출신이면 다 그런 혜택을 누리나.
“그렇지 않다. 권력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은 찬밥신세가 허다하다. 현직 시절 대규모 조폭을 검거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J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존경을 받았으나 퇴임 후 로펌 대표로 있다가 사건을 물고 오지 못해 쫓겨났다. 정권에 끈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모 지방법원장은 옷을 벗고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한 이틀 뒤 자기가 일했던 법원을 찾아갔다가 경비가 방문증 없이는 못 들어간다고 막는 바람에 결국 화가 나서 뛰쳐나온 적도 있다. 신문에 보도되는 고액 보수나 수임 사례는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법조계에 전관예우가 어느 정도로 남아있나.
“과거에 비해선 많이 없어졌다. 선배가 변호사가 돼 부탁한다고 쉽게 부탁을 들어주진 않는다. 이것 역시 당사자가 얼마나 권력 실세와 가까운지가 관건이다. 뒤에 권력 배경이 있는 사람은 전화 한 통만 해도 부탁이 통하는 반면 그런 배경이 없으면 후배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된다 안된다 정도의 설명만 해줘도 감지덕지다.”

―퇴임 후 청렴한 길을 걷는 고위 법관들도 있지 않나.
“언론에 보도된 몇몇 사람들은 극소수 사례다. 좋게 얘기하면 청렴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무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일부는 의도의 순수성 여부가 의심스러운 사람도 있다.”

―법조인들은 권력에 어떻게 끈을 대나.
“지연과 학연 등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지만 계획적으로 간접 홍보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밥 사고 술 사고 친해 놓으면 기자들은 법조 최고위층이나 정계 고위층과 접촉이 잦기 때문에 추천을 해줄 수 있다. 내가 법조 현직에 있을 때 모 선배가 “일 열심히 하는 것보다 기자들한테 선심 써서 출세하는 게 훨씬 빠르다”고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기자들 잘 사귀어서 출세한 사람 많다.”

­―우리 사회는 왜 법조인들을 이다지 중용하는가.
“여러 전문가 집단 중 그래도 법조 출신이 능력이 있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평가가 있다. 내가 언젠가 각계 전문기관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업무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타 기관에서 온 여러 명이 검사 한 명을 못 당하더라. 법조 출신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분야가 문제가 아니라 능력있는 사람을 제대로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법조에 묵묵히 일하는 묻혀있는 인재들이 많은데 항상 정계에 후원금 내고 밥사고 하면서 끈을 대는 사람들이 올라가더라.”

―미국도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하지 않나.
“미국은 사람 중심이 아니라 일 중심으로 움직인다. 거기도 로비가 있고 인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할 줄 알아야 인정을 받는다. FBI의 경찰 요원 78%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우리처럼 변호사 자격증 있는 사람이 대단한 특권층이 아니다. 다만 그 사람들도 한국에 오니 한국 상황에 재빨리 적응하더라.”

―해결책이 뭔가.
“누구는 고위층 인사 청문회가 너무 가혹하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의 10배 쯤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처음엔 청문회가 겁이 나서 공직에 나서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제도화되고 일상화되면 거기에 맞춰 조심하게 된다. ‘현실이 그러니 좀 봐주자’는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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