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22 05:3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영국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1861~1947)는 서양 철학의 역사는 단지 플라톤의 수많은 글에 대한 해석과 각주들뿐이었다는 주장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플라톤은 이미 2500년 전 철학에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졌다는 말일 텐데, 그중 특히 현실과 진실의 차이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혁신적이다. 사람, 동물, 식물, 정부, 국민. 세상엔 다양한 것이 존재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수많은 예제의 합집합들이다. '개'라는 것이 진돗개, 비글, 시츄, 그레이하운드 같은 다양한 종과 생김새 개들의 합집합이듯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색깔, 크기, 행동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다를 수 있는 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인간의 뇌는 왜 다수를 하나로 받아들일까?

플라톤의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은 사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낄 수도 없는 '이데아'라는 완벽한 세상의 그림자들일 뿐이라고. 현실은 왜곡이지만, 이데아는 참이라고. 다양한 모양의 개를 뇌가 하나로 인식하는 이유는 모든 개가 사실 이데아 세상에만 존재하는 단 하나의 완벽한 개의 완벽하지 않은 복제들이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엔 본질이 다른 두 가지 타입의 복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완벽할 수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코네스'와 현실을 또다시 왜곡하는 '시뮬라크라'들 말이다. 플라톤은 그렇기에 시뮬라크라들이야말로 존재에 대한 가장 큰 범죄라 생각했다. 이미 왜곡된 현실을 다시 한번 왜곡함으로써 인간을 이데아 세상에서 더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현실은 완벽할 수 없다. 정부도, 국민도, 언론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퍼 히어로가 아니다. 완벽함이란 인간의 상상과 비현실적인 기대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유가족인 척하는 유가족 대표, 선장인 척하는 선장, 전문가인 척하는 전문가 시뮬라크라들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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