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16 05:39
조선 왕조에서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추앙받는 분으로는 세종대왕을 첫손 꼽지 않나 생각됩니다. 정치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라하고 싶어 하겠죠. 그렇지만 아무리 세종대왕이라도 따라 해선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건강하게 장수하셨다면 더욱 많은 업적을 남겨서 조선이 대단히 부강한 나라가 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54세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죠. 그것도 여러 가지 질병을 앓아 마치 종합병동 같은 경우가 되어 고생고생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세종대왕의 건강관리는 따라 하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세종대왕께서 건강장수하지 못하였던 이유를 알아볼까요.

세종대왕은 타고난 몸이 허약했을까?

세종대왕의 할아버지인 태조 이성계는 당시로서는 대단하게 74세까지 장수하였고, 무인 집안 출신입니다. 당연히 세종대왕도 튼튼한 골격을 물려받아 체격도 좋고 힘도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22세에 임금이 된 다음 해에 큰아버지인 정종 임금, 어머니 민씨 그리고 아버지 태종이 잇달아 사망하여 7년 동안 국상을 치르느라 술과 고기를 비롯한 기름진 음식을 멀리 하면서 제사에 일일이 참여하다 보니 심신이 지쳤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세종대왕은 젊은 시절부터 온갖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눈병에다 각기병, 임증, 종기, 설사, 이질, 두통, 부종, 그리고 소갈(消渴), 즉 당뇨병 등입니다. 그 중에서 주된 병은 당뇨병이었고, 나머지는 대개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
세종대왕
세종대왕이 당뇨병을 앓게 된 원인은?

흔히 당뇨병을 ‘부자병’이라고 하는데, 육류 등의 지방질 음식, 술, 단 음식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첫째 원인이죠. 왕실에서는 과도한 영양섭취를 하면서 운동이 부족했기에 당뇨병 환자가 많았는데, 세종대왕도 식성이 좋은 대식가였고 고기가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을 만큼 육류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실록에 의하면 세종이 왕위에 오른 뒤에 상왕인 태종이 수렴청정하다가 자리에 눕게 되자 신하들에게 “주상은 고기가 없으면 밥상을 받지 않으니 내가 죽은 뒤 상중에도 고기를 들게 하라”는 유지를 내렸다고 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몸도 비만형이었고, 늘 앉아서 정사를 돌보고 책을 읽느라 과로한데다 운동이 되는 사냥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뇨병이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당뇨병의 유발 원인과 악화 요인으로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화를 내거나 근심 걱정을 많이 해도 금방 혈당치가 치솟게 되고 합병증이 나타나기 쉽지요. 세종대왕도 그토록 많은 업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고, 며느리 즉 세자빈 2명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으며 왕비와 아들들의 연이은 사망으로 병이 심해져 결국 사망에 이르렀던 것이죠.

세종대왕의 당뇨병은 얼마나 심했을까?

30세 무렵에 이미 당뇨병이 생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록에 의하면 43세 때의 6월에 “소갈증이 있어 열서너 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나았다”고 하였죠. 그 해 7월에는 “소갈병을 앓아서 하루에 마시는 물이 어찌 한 동이만 되었겠는가”라고 하여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고생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46세에는 소갈에 눈병이 심해져 도저히 정사를 볼 수 없어 중국과의 외교관계와 군정 이외의 모든 사무를 세자(뒷날의 문종)에게 맡기려고 하였으나 대신들의 반대로 미루었고, 결국 다음 해에 세자에게 섭정을 맡겼던 것입니다.

소갈과 당뇨병

당뇨병을 한의학에서는 ‘소갈(消渴)’이라 합니다. 소(消)는 태운다, 소모한다는 뜻이고 갈(渴)은 마른다는 의미로서, 음식을 먹으면 금방 눈 녹듯이 녹여버려 돌아서면 배고프고 입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죠. 음식을 자꾸만 많이 먹으면서도 기운이 없고 몸이 야위게 되니, 연비가 낮아서 기름을 많이 먹는 자동차처럼 비경제적인 만성 소모성 질환입니다. 소갈은 뱃속, 즉 위장과 대장에 열이 많으므로 음식물을 빨리 소화시키고 열이 올라와 답답하면서 입이 마르는 상태입니다.

세종대왕이 앓았던 질병들은 대개 당뇨병으로 인해 생겨나거나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는 환자는 방어 능력이 감소되어 각종 감염증에 쉽게 걸리고 또한 쉽사리 낫지 않지요. 특히 피부 감염, 결핵, 폐렴, 요도염, 방광염을 비롯하여 담낭염, 치은염, 비염, 악성 외이도염 등이 잘 합병됩니다. 왜냐하면 고혈당에 의한 삼투압 증가 등에 의해 백혈구의 기능이 감소되어 있고, 모세혈관의 벽이 두터워지기 때문에 백혈구의 이동이 방해를 받고, 인슐린과 영양소 등이 혈관 밖으로 확산되는 것도 감소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처를 입어도 치유가 느리기 때문에 병원성 균종의 피부내 침입이 용이합니다.

조선시대에 왕이나 백성들의 삶을 괴롭혔던 ‘종기’도 당뇨병이 있으면 잘 생기고 잘 낫지 않습니다. 또한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중풍이 오는 비율이 2배가 넘고, 신장병, 당뇨병성 망막증, 백내장 등을 비롯하여 성기능장애도 옵니다. 특히 당뇨병의 진행 과정은 노화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당뇨병이 있으면 장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100세 넘게 장수한 사람들은 거의 당뇨병이 없습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당뇨병 방지를 위한 대책은?
조선시대 왕들이 당뇨병 방지를 위해 먹던 팥.
조선시대 왕들이 당뇨병 방지를 위해 먹던 팥.
왕이 받는 수랏상에는 흰쌀밥 외에 팥물밥도 있었습니다. 흰쌀밥과 팥물밥 중에서 그 때 그 때 골라 먹었죠. 팥물을 쓴 이유는 붉은 팥이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는데다 맛도 좋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며 곪은 것을 배출시키고 해독작용이 있어 염증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소갈’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소갈은 열로 인해 몸에 물기가 빠지고 건조해지게 되는데, 팥은 약간 차가운 성질이며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성질이므로 갈증을 풀어주며 열을 가라앉혀 줍니다. 또한 팥은 숙취에서 잘 깨어나게 해 주고,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긴 당뇨병, 즉 ‘주갈(酒渴)’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 술을 자주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으며 운동이 부족한 왕들에게 팥이 소갈 예방약이 되었던 것이죠.

당뇨병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서에 가장 금하라고 한 것은 술, 짠 음식, 밀가루 음식으로서 이것만 잘 지키면 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고 하였습니다. 술을 절제하고 있다가 한 번 왕창 마셔도 혈당치의 변동이 매우 커지고, 담배를 피우는 당뇨병 환자들이 합병증에 훨씬 잘 걸리고 사망률도 높지요. 그밖에도 피해야 할 음식은 굽거나 볶은 음식, 단 음식, 열이 많은 음식으로서 고추, 마늘, 꿀, 설탕, 사탕, 초콜릿, 케잌, 아이스크림, 과일 통조림 등입니다.
좋은 음식으로는 보리, 콩, 팥, 율무, 녹두, 참깨 등의 곡류, 배추, 양배추, 무, 상추, 미나리, 시금치, 마, 오이, 당근 등의 채소입니다. 미역, 김, 다시마 같은 해조류도 괜찮고, 과일로는 비교적 당이 적은 딸기, 토마토 등이 무난하고 생선이나 살코기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음식이든 포식이나 과식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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