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06 15:02 | 수정 : 2014.05.07 10:34

"야당 정치사상 이런 폭거 없었다. 새정치라는 게 얼마나 허구인가"

이용섭 의원은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향해 “도덕적으로 용납이 안된다”며 격렬히 비난했다. 두 대표가 6·4 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에 안철수 측 사람인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의원은 두 대표가 지난 2일밤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하자 이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용섭 의원.
이용섭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주요 후보들은 이 의원과 강운태 광주시장, 윤장현 후보였다. 이 의원과 강 시장이 여론조사 지지도 상 1,2위를 다퉜고 윤 후보는 3위권이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경선 없이 윤 후보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광주의 변화를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 했다. “윤 후보가 새정치연합의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 의원과 강 시장은 탈당했고, 지도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이용섭 의원은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안철수의 새정치가 얼마나 허구인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완전히 구태정치로 돌아갔다”며 “과거 야당 정치사에도 이런 폭거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안철수 대표가 전략공천을 빙자해 자기 식구 챙기기 공천을 했다”며 “김한길 대표는 지난해 나와 당 대표 경선을 했는데, 그때의 앙금으로 나에게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3개월 이상 준비해온 후보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심야에 007작전 하듯이 전략공천한 것은 용납이 안된다. 지금까지 두 대표와 주변 사람들은 전화 한통 없다”며 “21세기 공당에서 이렇게 독재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어디 있나”라고 했다. 그는 “이번 광주시장 선거는 민주 세력 대 반민주 세력, 시민 후보 대 낙하산 후보 간 싸움이 됐다”며 “민주 세력, 시민 후보가 이기는 길이라면 강운태 광주시장과의 단일화를 포함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인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국세청장, 행자부 장관, 건교부 장관 등을 지냈다. 18대 총선 때 광주 광산을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19대 총선 때 재선에 성공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지난해 5월 전당대회 때는 대표 선거에 나서 김한길 대표와 맞대결을 벌였지만 패했다. 친노(親盧) 인사로 분류되지만 온건 성향이다.

“안철수·김한길 눈이 어두워져버렸다”

―이번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이유가 뭔가.
“광주시장은 광주시민이 뽑아야 한다. 더구나 광주에서는 사실상 본선이 없다. 그러면 경선에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 시민들의 참정권을 박탈해버린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아직도 광주에서는 공천만 하면 당선된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민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려 버리고 시민들의 시장 선택권을 빼앗아가 버렸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광주시민들을 무시하고 우롱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왜 전략공천을 했다고 보나.
“우선 안철수 대표가 자기 식구 챙기기, 자기 식구 심기를 한 것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하면서 약속이 됐지 않겠나. 김한길 대표는 지난해 저와 당 대표 경선을 했다. 그 때문에 앙금이 있어 저에게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준 측면도 있다. 김한길 대표가 어떻게든지 안철수 대표와의 (지분 나누기)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광주를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미 다섯 사람의 국회의원이 특정인을 지지할 때부터 그 구도 하에 치밀하게 움직인 것이다.(김동철·강기정·장병완·박혜자·임내현 의원 등 광주가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5명은 지난 4월13일 윤장현 후보 지지선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연휴를 앞둔 금요일 심야에 007 작전하듯이 그렇게 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안철수·김한길 대표가 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야당의 대표라면 원칙을 지키고 시민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는데 자기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래 놓고 박근혜 정부에게 ‘불통정부’라고 할 수 있나”

―당 지도부가 후보들의 의견은 수렴했나.
“한번도 토론이 된 적이 없다. 민주적 공당(公黨)이라면 공천심사위에서 먼저 논의를 하고 의견수렴을 한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고 발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의견을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3개월이상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후보들에게 ‘당의 입장을 이해해줄 수 없나’라고 양해라도 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다. 당내 소통이 전혀 안되는 것이다. 그래놓고 어떻게 박근혜 정부에게 ‘불통정부’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통합할 때부터 광주 전략공천을 미리 약속했다고 보나.
“사전에 광주에 대해 약속했는지는 제가 알 수 없다. 두 사람만 아는 일이다. 어쨌건 5대5 지분 나누기를 약속했다. 지금 결과적으로 보니까 그 결정판이 광주였다. 광주는 사실상 독점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공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히 수도권은 그렇게 할 수가 없지 않느냐. 하지만 광주시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더 이상 광주시민들이 인내하지 않을 것이다.

옛날 민주당은 어렵고 힘들 때면 광주에 내려와서 ‘광주는 민주당의 심장’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작 광주시민들을 무시하고 선택권을 빼앗아가버렸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얼마나 허구인지 여실히 증명”

―지도부는 광주에서의 변화와 기득권 포기가 새정치의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좋은 변화도 있고 나쁜 변화도 있다. 이런 변화는 매우 나쁜 변화다. 일찍이 야당 정치사상 이런 폭거가 없었다. 민주 정당은 과정과 절차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광주에서는 민주당이 독점 체제 하에서 과거 이런 식으로 공천했다. 변화라는 것은 그 반대로 가는 것이 변화다. 똑같이 과거처럼 하면서 이게 변화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최고위원들 다수가 반대하는 것을 두 대표가 밀어붙이는 것이 무슨 변화인가. 완전히 구태정치로 돌아간 것이다. 새정치가 아니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얼마나 허구인가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표증(表證)이다.”
이용섭 의원이 지난 3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용섭 의원이 지난 3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당헌에 따라 전략공천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지도부 입장도 아니다. 김한길과 안철수의 입장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때 최고위원들 다수가 반대했는데 두 대표가 밀어붙인 것이다. 당헌상 전략공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전략공천이 아니라 낙하산 공천, 지분 공천이다. 나와 강운태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 1,2위를 다퉜다. 둘의 지지율을 합치면 80%정도였다. 윤장현 후보는 지지율 15% 안팎이었다. 그런데도 윤장현 후보를 공천했다. 전략공천이라는 이름만 빌렸을 뿐이지, 자기 루9)
식구 챙기기 공천이다. 더 이상 민주당은 여권의 낙하산 인사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탈당까지 해야 했나?
“광주시민들의 자존심을 세우고 참정권을 확보해드려야 할 책무가 있다. 이렇게 광주시민을 무시하고 참정권을 빼앗아버렸는데 그대로 있는다는 것은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미워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다. 김한길·안철수 대표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지금 당을 떠나지만 일제 강점기 하에서 사랑하는 조국을 구하기 위해 만주로 떠나야 했던 독립군의 심정으로 잠시 떠나는 것이다. 안철수·김한길 지도체제로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이 해방되면 다시 돌아와서 정권교체에 헌신할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물러나야 복당한다는 말인가.
“두 사람이 물러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진영의 맏형으로서 제대로 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돌아올 것이다.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과는 어떤 정치철학이나 가치도 공유할 수 없다. 이런 상태로는 정권교체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밖에 나와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용납이 안된다”

―이번 일과 관련해 김한길·안철수 대표 측이 연락한 적 있나.
“그런 정도의 인간성이라도 있다면 제가 얘기도 안한다. 그 사람들뿐 아니라 그 주변에서도 전화 한 통 없다. 제가 광주시장 출마할 때 김한길 대표와 상의도 했다. 통합 이후에도 ‘광주는 경선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3개월 이상 준비해온 사람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007 작전 하듯이 전략공천한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이 안된다. 21세기 공당에서 이렇게 독재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대명천지에 어디 있나.”

―함께 탈당한 강운태 광주시장과의 단일화 얘기가 나온다.
“광주 시장 선거는 민주 세력 대 반민주 세력, 낙하산 후보 대 시민 후보 간의 싸움이 될 것이다. 민주 세력과 시민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단일화가 이기는 길이고 시민이 원하는 길이라면 당연히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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