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16 05:32

[2] 외국인이 본 한국 식당

-시도때도 없는 '여기요!, 호출벨'
예의바른 한국인, 식당선 돌변
돈 낸 만큼 서비스 받을 뿐… 손님은 무조건 왕? 동의 못해

-식사후 난장판 테이블 더 충격
외교관 등 엘리트들조차 종이컵을 재떨이 삼아… 술 취한 손님 왜그렇게 많은지

올해로 한국 생활 7년 반째인 미국인 제이슨 스트라더(35)씨는 처음 한국 식당에 갔을 때 "너무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영국 BBC 등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인 그는 "사람들이 조용히 식사하는 다른 손님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어 특유의 존댓말과 반말을 구분할 정도가 됐을 때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식당 풍경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한국인들이 식당 종업원들에게 너무 무례하게 행동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 식당은 어떤 모습일까. 조선일보 취재팀은 외국인 특파원·유학생·주재원 중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한국 식당에서 겪은 가장 충격적인 순간'을 물었다. 우리말의 존대(尊待)와 하대(下待) 개념을 아는 그들이 첫손에 꼽은 건 '종업원에게 아무렇지 않게 반말하는 손님들'이었다.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고 있다. 이들은“식당 손님들이 종업원과 옆 손님들을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한국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2010년부터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네덜란드 여학생 포이팅 람(24)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이면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도 존댓말 쓴다면서요? 근데 왜 식당에선 안 그래요?" 그는 말했다. "평소 예의 바른 한국인 친구가 종업원을 툭툭 치며 반말하는 걸 보고 실망했어요. 그래서 '왜 그렇게 나쁘게 해!'라고 말했어요."

자기 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자랑하는 한국인들은 왜 식당에만 가면 달라지는 것일까. 제이슨 스트라더씨는 "한국 사회의 유교적 계급의식(hierarchy) 때문인 듯하다"고 풀이했다. "한국 아저씨들은 나는 명령하는 사람, 나는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 당신은 'just 식당 아줌마'라고 구분하는 것 같아요. 식당 종업원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을 다 그렇게 대하는 느낌이에요. 비행기에서도 택시에서도 그렇고요." 그는 "한국 식당의 어떤 젊은 직원들은 고민도 하지 않고 '안돼요'를 반복하며 고개를 젓지만 아줌마들의 서비스는 '최고'(great and professional)"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한 번도 식당 아줌마들과 다툰 적이 없었다"는 스트라더씨는 "그 아줌마들을 함부로 대하는 건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힘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와 같은 동양권의 일본인들은 한국 식당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으로 손님들이 떠난 뒤의 풍경을 꼽았다. 지난해 교환학생으로 서울에 온 나카니시 사나리(22·도쿄외대 한국어과)씨는 "한국에 온 첫날 식당에서 손님들이 떠난 테이블 위에 빈 담뱃갑과 휴지가 널려 있고 국물로 얼룩져 엉망이 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식당은 '폐를 끼쳐도 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손님들이 음식을 흘리면 휴지로 닦아 한곳에 모아놓고 자리를 떠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다른 손님에게 민폐를 끼치는 한국인들의 식당 매너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 특파원인 도모코(38)씨는 "금연인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겠다고 고집 부리는 손님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외교관 등 사회적 엘리트들도 '괜찮지?' 하며 종이컵을 재떨이 삼아 피우더라"고 말했다. 포이팅 람씨도 "옆 자리 손님들이 밥 먹고 있는데 담배 연기를 뿜는 걸 보고 더 이상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며 "밥그릇에 꽁초를 버리는 건 정말 엽기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꼽은 한국 식당의 충격적인 풍경 5가지.
스트라더씨는 "한국에선 아이들이 많은 식당은 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큰 소리로 떠들어도 한국의 부모들은 제대로 야단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라면 부모가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거나 화장실로 불러 엄하게 야단치고 '네가 오늘 이렇게 떠들었기 때문에 집에 가면 비디오게임은 할 수 없어!'라는 식으로 벌을 줘요. 공공장소 예절에 대해서만큼은 미국 부모들은 엄하게 훈육해요."

술에 취한 손님들이 만들어내는 소란스럽고 살벌한 풍경은 한국 생활 10년이 넘어도 낯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 증권사 근무 경력 10년 차인 한 스코틀랜드인은 "한국 식당에는 술 취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만취해 침을 뱉고 욕설을 주고받는 건 유럽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출신 매드슨씨는 "식당 안의 '여기요!'라는 소리는 손님들이 술에 취할수록 커지고 종업원을 부르는 호출 벨도 마구 울린다"고 말했다.


[웨이터 무시한 후 그가 내 음식에침 뱉는다면… ]

외국인 "손님·종업원은 평등"

한국 식당문화를 체험한 외국인들은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이 식당에서 보이는 한국인들의 태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부모님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람씨는 "우리나라에서도 손님이 간혹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맞춰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람씨는 그러나 "종업원과 손님은 기본적으로 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계약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종업원들이 반말과 욕설을 들어도 무조건 참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 올보르대 경제학과 출신의 유학생 제스퍼 매드슨(23)씨는 "덴마크에선 손님이 무례하게 굴면 종업원은 서비스를 하지 않고 손님을 내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하는 종업원이 손님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건 합리적이지만 손님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트라더씨는 "미국에도 '손님은 항상 옳다'는 서비스 원칙이 있지만 손님들은 종업원도 인격적으로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웨이터를 무시하면 그가 내 음식에 침을 뱉을지 누가 아는가"라고 반문했다.


정경화 | 기자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