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07 05:39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나무가 잘못 자라 쓸모없게 됐을 때 톱 대신 쓰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온 마을 사람이 모여 나무를 향해 증오와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이다. "너는 살 가치가 없어!" "우린 널 사랑하지 않아!" "차라리 죽어버려!"…. 나무에 상처가 될 말을 계속 하면 나무는 시들시들 앓다 말라죽는다고 한다. 독이 들어 있는 인간의 말은 이렇게 무섭다.

▶그런가 하면 상대를 존중하는 말 한마디는 듣는 이를 움직이고 세상을 훈훈하게 한다. 반상(班常)이 엄격하던 시절 양반 둘이 김씨네 푸줏간에 들어왔다. 한 양반은 "이봐 백정, 쇠고기 한 근 줘" 했고 다른 양반은 "이보게 김씨, 나도 한 근 주시게" 했다. 백정은 말없이 한 근을 달아 먼저 양반에게 줬다. 다른 양반에게는 "어르신, 여기 있습니다" 하며 육질 좋은 고기를 공손히 건넸다. 먼저 양반이 "왜 고기가 다르냐"며 화를 내자 백정은 이렇게 답했다. "그쪽은 백정이 자른 것이고 이쪽은 김씨가 자른 것이라 그렇습니다."

[만물상] 존댓말의 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했다. 우리말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경어법(敬語法)이 발달했다. 같은 말이라도 '합쇼'와 '하오' '하게' '해라'가 엄연히 달랐다. 60~70년 전만 해도 고등학생·대학생 정도부터는 일가친척이나 가까운 사이 아니면 함부로 "해라"를 하지 않았다. 이런 대접을 받다 보면 스스로 어른스러워져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던 것이 언제부턴가 거친 말, 헐뜯는 말, 남을 깔아뭉개는 말들이 우리 언어생활을 지배하게 됐다.

▶서울 신용산·재동초등학교 등 10여개 초등학교가 어린이들에게 존댓말 교육을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서로 이름을 부를 때 '○○씨'나 '○○님'이라고 하거나 '…습니다' '…해요'라고 경어를 쓰게 하는 식이다. 처음엔 어색해하다가 높임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 사이 싸움·욕설·왕따도 눈에 띄게 사라졌다. 재동초등학교는 작년 싸움 없는 날이 연속 293일을 기록했다.

▶우리 사회에 폭력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오가는 말이 거칠어진 탓이 크다. 어른들이 쓰는 병든 말을 아이들이 배우고 이 아이들이 자라 더 험한 말을 주고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상대를 존중하는 존댓말 쓰기가 몸에 배면 마음과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右腦)가 풍부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존댓말 교육이 널리 퍼져 사회 전체에 상생(相生)과 평화의 언어가 자리 잡게 됐으면 좋겠다.

김태익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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