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04 04:25 | 수정 : 2014.04.04 09:03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소식을 마냥 즐기기만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겨울 내내 우리를 괴롭히던 끔찍한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껏 기대했던 상큼한 봄 내음은 미세먼지 매캐한 냄새에 밀려나 버렸다. 엎친 데 덮친다고 이제는 중국 서부의 건조 지대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규모의 황사가 덮쳐올 것이라고 한다. 그냥 모래 먼지가 아니라 맹독성의 중금속으로 오염된 황사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밀려오는 황사에는 카드뮴, 비소, 납, 구리, 알루미늄이 잔뜩 들어있고, 심지어 희토류 금속도 검출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중국 산업지대의 오염된 공기 때문이라고 한다.
흙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중금속인 희토류 금속의 조각.
흙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중금속인 희토류 금속의 조각.
인류 문명의 발달에 기여한 중금속

중금속(重金屬)은 말 그대로 ‘무거운 금속’이다. 금속 중에서도 밀도와 비중이 커서 유난히 무거운 철, 구리, 금, 은, 백금 등이 대표적인 중금속이다. 우리 인류는 아득한 옛날부터 자연에서 그런 금속을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구리와 철로 도구를 만들었고, 금, 은, 백금으로는 화려한 장신구를 만들었다. 구리로 만든 청동기와 철로 만든 철기로 인류 문명의 역사를 구분하기도 한다. 맹독성의 비소, 수은, 납도 오래 전부터 널리 이용되어 왔다. 역설적이지만 비소와 수은은 의약품으로 썼고, 단맛이 나는 납으로 주방 용기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가 중금속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였다. 자연에서 채취한 광석(鑛石)에서 여러가지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중금속을 분리하는 야금(冶金)과 제련(製鍊)기술이 발전하고, 서로 다른 금속을 섞어서 합금(合金)을 만드는 기술도 등장했다. 백열전구도 텅스텐이라는 중금속을 이용한 것이었다. 철, 니켈, 크로뮴을 섞어서 만든 합금인 스테인리스 스틸은 녹이 슬지 않고 단단한 소재로 개발이 되었다. 화학합성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중금속은 산업적으로 더욱 다양하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의 정보화 시대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면서 중금속에 속하는 희토류(稀土類) 금속의 소비도 크게 늘어났다. 이제는 희토류 금속이 국제 경제를 뒤흔드는 중요한 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1920년대부터 반세기 이상 전 세계의 대기를 납으로 오염시켰던 납을 첨가한‘보통 휘발유’.  납 첨가물을 넣지 않은 ‘무연 휘발유’가 개발되면서 1986년부터 생산이 금지되었다.
1920년대부터 반세기 이상 전 세계의 대기를 납으로 오염시켰던 납을 첨가한‘보통 휘발유’. 납 첨가물을 넣지 않은 ‘무연 휘발유’가 개발되면서 1986년부터 생산이 금지되었다.
중금속이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광석 속에 단단하게 숨겨져 있던 중금속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중금속은 반응성이 큰 이온이나 유기금속화합물의 형태로 흡수되면 생체에 농축되고, 신경독성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실제로 고대 로마에서는 납으로 만든 주방 용기를 사용하던 귀족들이 납 중독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있다. 중금속 때문에 끔찍한 산업재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193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미나마타병과 1960년대에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이타이이타이병이 그런 경우였다. 미나마타병은 질소비료 공장에서 흘러나온 메틸수은이 생물농축 과정을 통해 어패류를 오염시켜서 발생한 것이었다. 뼈가 물러져서 골절이 발생하는 이타이이타이병은 납과 아연을 채굴하던 일본 기후현의 가미오카 광산에서 흘러나온 폐수에 들어있던 카드뮴이 문제였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공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휘발유의 옥탄값을 높이기 위해 납으로 만든 첨가물(테트라에틸납)을 사용하는 유연(有鉛) 휘발유가 문제였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미즐리가 개발해서 1920년대부터 쓰기 시작했던 유연 휘발유는 전 세계의 대기를 납으로 오염시켜 버렸다. 결국 납 첨가물을 넣은 유연 휘발유는 전 세계적으로 1970년대부터 퇴출되기 시작했다. 우리도 1986년부터 유연 휘발유의 생산을 금지했다.
지표면을 따라 이동하는 중국발 스모그에는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에 들어있는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석탄 속 중금속은 인체에 그리 해롭지 않다.
지표면을 따라 이동하는 중국발 스모그에는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에 들어있는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석탄 속 중금속은 인체에 그리 해롭지 않다.
대부분의 중금속은 흙이나 물에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중국의 산업지대에서 많은 양의 중금속이 환경으로 배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산업지대에서 중금속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중금속은 고체인 금속이나 금속 산화물 또는 황화물 등의 형태로 흙 속에 존재하거나 수용성(水溶性) 화합물이나 이온의 형태로 물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금속 오염이 문제가 되는 것은 토양과 수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직접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유연 휘발유의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 오염과 중금속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장에서의 실내 공기 오염을 제외하면 중금속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중국의 산업지대나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중금속이 들어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산업체·대형건물·가정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저질 석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이다. 굴뚝을 통해 에어로졸이나 초미세먼지의 형태로 배출되는 연기(煙氣)에는 석탄에 들어있던 중금속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차 배기가스나 산업체의 공정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된 중금속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유연 휘발유의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표면에서 높이 떠서 강한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황사에는 건조 지대의 토양에 있던 중금속이 들어있다. 이 중금속 역시 인체에 걱정할 성질은 아니다.
지표면에서 높이 떠서 강한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황사에는 건조 지대의 토양에 있던 중금속이 들어있다. 이 중금속 역시 인체에 걱정할 성질은 아니다.
황사와 스모그에 들어있는 중금속의 정체

우리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중국발 황사와 스모그에 중금속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포에 떨 이유는 없다. 중국 서부의 건조지대에서 발생한 황사에 들어있는 중금속은 자연 상태의 광석이 부서져서 만들어진 흙먼지에 들어있는 것으로 대부분이 화학적 반응성이 거의 없는 중금속의 산화물이나 황화물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산업 지대에서 발생한 스모그의 경우에도 석탄에 들어있던 화학적으로 안정한 형태의 중금속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희토류 금속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희토류 금속의 제련 과정에서 대기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피해를 줄 수는 있겠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건조 지대의 흙이나 석탄에 들어있는 ‘자연산’ 중금속 때문에 더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대기 오염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정부에서도 무작정 중금속의 함량만 강조할 일이 아니다. 미세먼지에 들어있는 중금속이 실제로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화학적으로 안정한 금속이나 산화물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중금속이 우리 몸에 독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황사와 스모그는 전혀 다른 것

중국 서부의 건조지대에서 발생하는 황사와 대도시와 산업지대에서 만들어지는 스모그의 구별도 필요하다. 지표면에서 3~5킬로미터 상공을 통과해서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황사가 중국 산업지대의 오염된 공기 때문에 중금속에 오염된다는 주장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대도시나 산업지대에서 발생한 스모그가 낮은 구름이 떠 있는 1킬로미터 이상의 높이로 올라가서 황사를 오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욱이 중국발 스모그가 ‘지표면에서 부는 북서풍에 의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강한 바람을 따라 이동하는 황사와 달리 스모그는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사라져 버린다. 실제로 지난 2월 27일에는 북서풍 덕분에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중금속의 정체에 대한 혼란도 있다. 화학 분야의 국제기구인 국제순수 및 응용화학연합(IUPAC)에서는 2002년부터 중금속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왔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중금속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중금속의 인체 및 환경 독성도 중금속의 화학적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크로뮴산 이온은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지만 스테인리스스틸에 들어있는 크로뮴은 인체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주석의 유기물은 바다에 서식하는 굴이나 고동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지만 순수한 금속 주석은 아무 독성이 없다. 중금속이라고 무작정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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