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03 05:41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스위스 심리학자 피아제(Jean Piaget)는 인지발달이론으로 유명하다. 자라는 아이들이 단계별 발달 과정을 통해 인지적으로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①반사적 행동 위주인 '감각운동기(sensormotor stage)'②직관적이고 자기 중심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전조작기(preoperational stage)' ③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벋어나 외향적 변화와는 별개로 근본적 보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구체적 조작기(concrete operational stage)'그리고 ④논리적 가설과 추론이 가능한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stage)'다. 이 중 전조작기 단계 아이들(보통 2~7세)의 사고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인공론적'이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보는 걸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 역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들은 모두 자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며 남을 배려하지 못한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자신과 동일한 관점, 선호도, 감정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에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광고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비빔밥 광고 간판이 걸리고, 뉴욕타임스에 국내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가 불고기와 비빔밥을 홍보한다. 물론 문화와 전통 소개는 언제나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재미교포 외엔 솔직히 아무도 모를 국내파 유명인들이 느닷없이 "비빔밥?" "불고기?" 라는 대사를 던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슷하게 아무리 '어벤져스 2'영화에 서울이 등장하고 수백 번 부서진다고 대한민국 수도 이미지가 좋아질 리 없다.

나 자신이 알기에 타인한테도 의미 있고, 나에게 맛있기에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해야 하며, 내가 사는 서울이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이제 이 정도 잘살게 되었구나'라고 느끼는 감동을 전 세계인들이 다 느낄 거라는 착각.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는 여전히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전조작기 과정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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