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27 05:12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두 유 노 김치?" "두 유 노 싸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자주 듣는 질문들이다. 물론 피부가 까만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이 '선호하는'파란 눈에 금발 외국인들 말이다. "노"라는 대답엔 어깨가 처지고 한숨이 나오지만 "예스"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거기다 외국인이 말춤까지 추어준다면) 우리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한다. 어디 그것뿐일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홍보 영상엔 단골로 백인 사업가가 등장해 칭찬한다. 한국이 최고라고. 사업하기도 제일이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무조건 다 좋다고. 정부뿐만이 아니다. 호화 아파트나 호텔 광고엔 으레 행복한 백인 가족이 등장하곤 한다. 결국 메시지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되려면, 서양인이 사랑하고 칭찬해야 한다고.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Maslow)는 뇌에선 다섯 가지로 구별되는 욕구가 단계별로 형성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선 '생리 욕구'가 있다. 인간은 먼저 의식주와 성욕에 집착한다는 말이다. 생리 욕구가 만족되면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서 보호받으려는 '안전 욕구'에 집착한다. 의식주와 안전을 얻은 후 원하는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소속 욕구'와 타인에게 존경받고 싶은 '존경 욕구'가 중요해진다.

세계 최악의 빈민국이었던 대한민국. 피눈물 나는 노력과 열정과 소질로 드디어 선진 국제사회에 소속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칭찬과 사랑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물론 칭찬받는 게 혼나는 거보다 낫고, 사랑받는 게 미움받는 거보다 좋다. 하지만 사랑도 칭찬도 집착하는 순간 병이 된다. 매슬로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욕구가 만족된 후 인간은 '자아 실현'의 중요성을 발견하게 된다. 의식주, 안전, 소속, 존경을 받은 후에야 드디어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중요성과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이제는 서서히 "두 유 노 싸이?" 식 칭찬 욕구에서 졸업해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결정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