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27 13:55 | 수정 : 2014.03.31 17:08

일류 의술과 그림 솜씨로 몸과 마음 다스려

다산의 의술은 어느 정도였을까?

다산은 의원으로서 조정의 부름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69세에 당시 세자였던 익종의 병세가 위독하자 부호군에 임명되어 남양주에서 궁궐로 불려왔지요. 그런데 약을 올리기 전에 익종이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다산이 요행히 세자의 병을 낫게 하면 좋고, 만약 세자가 다산이 지어 올린 탕약을 복용하다가 세상을 떠나면 책임을 물어 다산을 죽이거나 귀양 보내려는 노론의 술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산은 세자의 상태를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으로 정확히 파악하고는 집에 있는 특별한 약을 써야 한다며 사람을 보내 가져오게 하였던 것이죠. 그래서 약을 가져왔는데 그 사이에 세자가 사망했던 겁니다. 이것은 환자의 생사 예후를 정확히 진찰하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서 다산이 용한 한의사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그리고 73세 때 순조임금의 환후가 급해 또다시 소명을 받고 상경하게 되는데, 도성에 도착할 무렵에 승하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귀향했습니다.

다산의 그림 솜씨는 어느 정도일까?
매화쌍조도
매화쌍조도
유배 13년째에 부인이 신혼 시절에 입었던 색이 바랜 다홍치마를 보내왔는데, 치마를 잘라 서첩을 만들어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맞은 두 아들의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앞날의 지침이 될 만한 글을 써서 보내주고, 작은 천 조각에는 못다 한 부정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지난 해 혼인했던 외동딸에게 보냈습니다. 그 그림이 바로 <매화쌍조도(梅花雙鳥圖)>입니다.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새 한 쌍은 바로 부부의 상징이니, 매화꽃의 그윽한 향기를 찾아 신혼의 딸 내외가 찾아 들어온 모양을 표현한 것이죠.

매화는 올곧은 선비의 지조와 정신적 지향을 상징하는 꽃으로서 한겨울에 피어나는 동매(冬梅)의 품격은 온전한 지조를 갖춘 선비의 상징입니다. 풍성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조촐한 모습이지만 온 천지가 차가운 날에 어느 꽃보다도 먼저 깨어나서 단아하고 청초하며 맑고 깊은 향을 머금은 꽃망울을 피워냅니다. 그러니 이 매화꽃은 유배지에 있는 다산 자신의 분신인 셈입니다. 유배지에 격리되어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능력도 없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그저 무기력한 아비가 외동딸 내외에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라는 그림이죠.

심신이 고달팠던 다산에게 활력을 되찾게 해 준 호박죽

다산은 장기현에서 1년 만에 다시 한양으로 압송되어 취조를 받고는 전남 강진으로 내려와 17년을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강진에 도착했으나 아무도 만나주지 않고 방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천주교도로 몰렸던 대역죄인이기에 재앙을 부르는 인물로 여겼기 때문이었죠. 다행히 읍성의 동문 밖에 있던 밥과 술을 파는 주막집 노파가 선심을 써서 방을 주었는데요, 흙으로 담을 쌓아 위에 몇 개의 서까래를 걸치고 짚으로 이은 집이라 겨우 비바람을 가려주는 정도였습니다. 거기서 4년을 지냈다고 합니다. 주막집에 있을 때 다산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죠. 팔다리가 저리기도 하고 병치레도 잦았는데요, 입맛도 떨어져 곡기를 입에 넣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병치레로 입맛을 잃은 다산은 주모가 미음도 쑤어 올리고 입맛 당길 만한 젓갈도 만들어 줬지만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마침 주막에서 일을 거들던 표서방이라는 사람이 유배지에서 고생하는 다산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는 음식 솜씨 좋은 딸을 시켜 호박씨를 까서 갈아 만든 죽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다산은 고소한 냄새가 나는 호박죽을 대하고는 모처럼 입맛을 찾아 한 그릇을 다 비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읽고 산책도 했다는 것이죠.

늙은 호박은 따뜻한 성질로서 비위장을 보충하고 기를 끌어올려 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호박의 노란 색은 오장 중의 비장에 해당되는 색으로서 주로 비장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늙은 호박은 소화 흡수가 잘 되어 비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질병을 앓은 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좋습니다.
늙은 호박
늙은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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