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25 05:31

사진·동영상 찍어 질문하면 다른 사용자가 답해주는 앱
서울교육청 "우연의 일치"… 벤처측 "공공기관이 이러는데 우리같은 기업, 살 수 있겠나"

지난해 벤처 기업이 개발해 출시한 스마트폰 앱을 표절했다는 논란을 빚은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최근 또 다른 벤처 기업의 교육용 앱을 표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앱은 서울시 교육청 산하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2월 공개한 문제 풀이 앱 '꿀박사'다. 이 앱의 핵심 기능은 학생이 공부 중에 궁금한 문제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면, 다른 사용자가 동영상이나 글로 풀이 과정을 답변해 주는 것이다. 이 기능은 벤처 기업 바풀(옛 아이앤컴바인)이 개발한 앱 '바로풀기'의 핵심 기능과 동일하다. '바로풀기'는 2012년 6월 출시돼 20만 회 넘게 설치된 앱이다.

벤처 기업 바풀이 2012년 6월 출시한 ‘바로풀기’(왼쪽)와 서울시 교육청 산하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2월 공개한 ‘꿀박사’(오른쪽)의 실행 화면
벤처 기업 바풀이 2012년 6월 출시한 ‘바로풀기’(왼쪽)와 서울시 교육청 산하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2월 공개한 ‘꿀박사’(오른쪽)의 실행 화면. 아이콘 크기와 위치가 다르지만, 두 앱 모두 스마트폰으로 문제의 사진을 찍어 질문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답해주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꿀박사 앱을 기획한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정보원의 김용삼 교육연구사는 "카피캣(모방 제품) 논란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2005년부터 운영한 '꿀맛닷컴'이라는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스마트폰용으로 바꾸다 보니 우연히 기능적으로 유사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문의했을 때도 "별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한다. 김 연구사는 "사진으로 질문·답변을 하고, 사용자끼리 협력하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표준화된 아이디어"라며 "꿀박사 앱에는 음성 질문·답변, 전자 노트 등 '바로풀기'에는 없는 기능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PC용 온라인 서비스를 스마트폰용으로 옮겼기에 비슷해졌다'는 주장은 PC용 메신저 '네이트온'을 모바일용으로 옮기면 '카카오톡'이 된다는 것만큼이나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IT업계에서는 지적한다. 모바일 기반에서 개발한 카카오톡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바풀 측에서는 "표절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서울시 교육청의 밀어주기"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주 초·중·고등학교를 통해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생들이 '꿀박사'를 쓰도록 권유했다. 바풀 측은 "특히 교육대학과 사범대 학생들이 꿀박사에 답변을 달면 '교육재능기부 봉사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민간기업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특혜"라고 주장했다. 바풀의 이민희 대표는 "기능을 베낀 것은 우리가 앱을 더 잘 만들어서 극복할 수 있지만 공공 기관이 밀어주기를 하는 건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극복할 수 없다"고 했다.

초기 벤처 기업 육성 프로그램 'K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변광준 아주대 교수는 "공공 기관이 벤처 기업을 키워주기는커녕, 비슷한 앱을 외주로 만들어 뿌리는 것은 벤처 생태계를 망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에도 '앱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아이엠스쿨'이라는 앱을 만든 아이엠컴퍼니 정인모 대표가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교육청이 우리 제품을 보고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아이엠스쿨은 각 학교 가정통신문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으로 2012년 4월 출시됐다. 서울시 교육청이 만든 유사 앱 '학교쏙'은 2013년 1월 공개됐다.

이인묵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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