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20 05:39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1조, 3조, 20조라는 돈을 상상할 수 있을까? 수만 개 아파트·학교·병원은 물론이고 최첨단 항공모함 여러 대, 전투기 수백대까지 살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들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돈을 들여 인수한 회사 직원이 불과 수십 명뿐이라면? 대부분 직원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며,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회사라면? 당연히 너무나 무모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아니,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변했다. 페이스북(Facebook)은 찍은 사진들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인스타그램(Instagram)을 1조원에 사들였고, 휴대폰으로 서로 간단히 연락할 수 있게 하는 왓츠앱(WhatsApp)을 20조원에 사들였다. 구글(Google) 역시 스마트한 실내온도 측정기를 개발한 네스트(Nest)사를 3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조 단위로 평가받을 만한 특별한 기술도, 지적재산도, 인력도 없는 회사들이다.

디지털 시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이끈다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모두 제정신이 아닌 걸까? 물론 그럴 수 있다. 17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금융 시스템을 가졌다는 네덜란드에서 한동안 튤립 한 뿌리가 1억원 넘게 거래되는 '튤립 버블'이 생겼듯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할 만한 무언가를 얻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데이터'다. 땅과 공장과 주식이 19세기, 20세기식 가치의 상징이라면 21세기엔 데이터 그 자체가 부와 가치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화폐 사용이 불가능한 감옥에선 담배가 돈 역할을 한다. 비슷하게 디지털 세상은 가치적으론 감옥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 내부 회사들은 돈을 벌 필요도, 흑자를 낼 필요도 없다. 최대한 많은 사용자만 확보하면 된다. 사용자는 데이터고, 디지털 세상의 수퍼 갑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실물경제에서 다시 수십, 수백 조의 현찰과 교환할 특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다양한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시에 우리는 이미 나 자신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무료로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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