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14 05:46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캐나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사라 폴리(36)는 열 살 때 어머니를 암으로 잃었다. 두 오빠와 두 언니는 "넌 아빠랑 안 닮았다"며 막냇동생 사라를 놀렸고, 아버지마저 "이번 주엔 누가 네 아빠니?"라는 농담을 자주 했다. 한국에서 어린 애한테 하는 "넌 다리에서 주워왔다" 수준의 얘기였을 것이다. 어른이 된 폴리 감독은 어머니가 외도를 한 적이 있단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가 생부가 아니라고 의심한다.

2007년 자신이 어머니의 외도로 낳은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폴리 감독은 다큐멘터리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원제 'Stories we tell')를 기획한다. 그는 직계 가족과 어머니 친구들, 생부(生父)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과거를 되살리려고 했다. 어머니에 관련된 과거의 이야기는 8㎜수퍼카메라로 재연됐다.

어린시절의 사라 폴리(오른쪽) 감독과 그의 어머니 사진
어린시절의 사라 폴리(오른쪽) 감독과 그의 어머니. /영화사 조제 제공
폴리 감독의 생부는 어머니의 주변인들이 다큐멘터리에 구술자로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 "중심인물에게 이야기를 들은 주변 인물은 이야기를 들려준 이와의 관계에 따라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폴리 감독은 중심인물과 주변 인물에게 비슷한 비중을 두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나가며 생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다큐의 초점은 이야기의 불일치예요. 전 개개인이 인생을 전하는 방식과 과거의 덧없고 미묘한 진실에 관심이 많답니다."

폴리 감독이 원한 것은 진실이나 어머니의 실체가 아니라 바로 이야기의 본질, 그 자체이다. 어머니를 두고 어떤 이는 "쾌활하고 숨기는 게 없는 인물"이라고 하지만, 다른 이는 "쾌활하기 때문에 비밀을 숨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머니와 그의 삶에 대해 각자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이것이 모여 결국은 '어머니'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영화 제목이 '어머니'와 무관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아버지가 담당했고, 녹음 과정도 다큐멘터리의 일부로 삽입됐다. 연극배우 출신이라 안정적인 중저음과 발성을 가진 그는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문장에 리듬을 싣는다.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어웨이 프롬 허'와 '우리도 사랑일까'로 감독의 재능까지 인정받은 폴리 감독의 예술적 기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짐작할 만하다. 그의 아버지는 영화 말미에 이렇게 읊는다. "내 행운의 순간 중 하나는 아내를 사랑해준 해리(생부) 덕분에 생겼지. 세상에 유일한 존재인 사라는 아내와 해리의 사랑으로 태어났으니까. 내가 친부였다면 다른 녀석이 나왔겠지만, 지금과 같은 사라의 모습은 절대 아니었겠지."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변희원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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