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04 05:42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인간이란 무엇일까? 사람같이 생기고,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면 사람이겠다. 그렇다면 사람하고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 마네킹 역시 사람일까? 물론 아니다. 거꾸로 사고로 팔·다리가 잘리고 온몸에 화상을 입어도 사람은 분명 여전히 사람이다.

그럼 말과 행동은 어떨까? 인공지능 기술 발달 덕분에 인간의 언어와 행동을 모방하는 기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잘 만들어진 기계일 뿐이다. 결국 '인간'의 본질은 인간같이 생각할 수 있는 인지능력 그 자체에서 시작된다고 가설해 볼 수 있다. 인종·생김새·기억·신분·능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뇌'라는 특정 기계를 갖고 있기에 세상을 보고, 느끼고, 기억할 수 있다. 기억하고, 느끼고, 지각한 현실은 우리에게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세상을 느끼고, '나'라는 존재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바로 뼈와 세포 덩어리로 만들어진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인간의 본질인지 모른다.

최근 개봉한 영화 '로보캅'을 볼 기회가 있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사고로 신체 대부분을 잃은 한 경찰관이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한 회사의 도움으로 '기계인간'으로 재탄생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뇌와 행동할 수 있지만 생각할 수 없는 기계를 연결한 것이다. 그는 여전히 '인간'일까? 아니면 단순히 '뇌'라는 세포 덩어리 기계를 얹어놓은 로봇일까? 핵심은 '자유의지'다. 세상을 인식하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면 그는 여전히 인간이다. 반대로 모든 선택을 기계인 그의 몸이 내린다면 그는 단지 잘 만들어진 기계에 불과하다.

영화 ‘로보캅’에서 ‘자유의지 착시 칩’을 넣는 장면
영화 ‘로보캅’에서 ‘자유의지 착시 칩’을 넣는 장면.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완성된 기계인간의 성능은 실망스러웠다.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행동하는 기계와는 달리, 뇌는 '나는 진정으로 그걸 원하는가'라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인간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기에 기계보다 더 느리고 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로보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 회사는 결국 그의 뇌를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한다. 앞으로 그의 모든 선택은 몸이 자동으로 내린다. 대신 뇌에 새로 심어진 '자유의지 착시 칩'을 통해 실행된 행동들이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는 착시를 만들어준다.

'로보캅'은 물론 영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많은 뇌 과학 결과들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 역시 이미 '자유의지 착시 칩'을 착용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대부분 행동은 '뇌'라는 잘 만들어진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선택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그 선택이 결국 '나'라는 자아의 자유의지적 결정이었다는 믿음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다. 만약 이 가설이 맞는다면 우리가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왜 인간은 '자유의지'라는 착각을 갖도록 진화된 것일까?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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