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 전공한 외국인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입력 : 2014.03.03 05:33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학중앙원구원(옛 정신문화연구원) 대강당에서는 2014년 한국학대학원 전기 석박사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이중 석사학위를 받은 30명 중에 외국인만 17명이다. 이들은 평균 2년에 3년 동안 직접 한국인들과 어울리고 살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 사회 제도 등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과연 이들이 우리에게 보고 들으며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들어 보았다.

“내가 백인이어서 좋아하나?” - 밀러사브례비츠 옐레나 (27.세르비아)

세르비아 공화국(옛 유고연방 독립국)에서 유학 온 밀러사브례비츠 옐레나(27)씨는 베오그라드 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다. 일어를 공부하던 중 우연히 한글이 적힌 글을 보고 귀엽게 생긴 모양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노숙인들이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Big Issue)’를 석사논문 주제로 쓰면서 한국 사회를 좀 더 깊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엘레나씨는 “한국은 짧은 시간동안 발전한 자본주의국가라 갑자기 잘 살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안정됐지만 사회 문제는 아직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내가 키가 크고 여자인데다 한국말도 잘하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지만, 동남아시아나 흑인 친구들에게는 다르게 대한다. 분명히 차별이 있다고 생각됐다”며,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한테 무시하듯 말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한국은 여전히 조선 시대가 살아 있다” - 플레이아 베네딕트(29. 독일)

독일에서 온 플레이아 베네딕트(29)씨는 원래 대학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한국영화 ‘JSA'를 본 후,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이하게도 조선시대 인조때 무기 보급에 관한 논문을 썼다.

베네딕트씨는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한국의 상하(上下)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유교적인 문화가 너무 강하다. 예를 들면, 연장자에겐 우선권이 주어지고 나이가 적으면 대체로 따라가야 한다. 토론할 때는 특히 어려웠다”며 지금의 한국 사회도 여전히 조선시대 사람들이 추구한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또, “신기하게도 공부를 할수록 한국은 아직 조선시대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살던 사람들의 생각과 관습이 유지되고 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은 지금 없지만 한국엔 고시가 있지 않은가? 시험과 학식에 대한 집착, 모든 사람들이 양반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것이 한국의 과거에서 나온 것 같다” 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은 따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 - 크루펜니 코바 율리아(28. 러시아)

러시아 바이칼호 남쪽 울란우데에서 온 크루펜니 코바 율리아(28)씨는 부랴트 국립대학교에서 동양학을 공부했다. 한국은 살기에 편한 나라 같다고 했다. 인터넷, 은행, 교통 같은 것이 자신이 살던 곳과 비교하면 훨씬 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낼 수 없었다고 했다.

율리아씨는 “학교에서도 외국인들은 따로 논다.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아직 낯설다. 선배와 후배를 엄격히 따지거나, 한 살이라도 많으면 대우를 받으려 하는 게 좀 불편했다”며,“이것이 나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외국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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