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결핍 北 영유아·임신부에 지원 시작할 때"

입력 : 2014.02.22 07:44

[보건사회硏·本紙 '통일 인구 포럼']
1990년대 고난의 행군때 성장한 北 10·20代에도 지원 필요…
통일한국 생산가능 인구 늘려야
통일후 결혼·출산율 떨어질 수도… 인구 통합 부작용 막을 대책 시급

21일 조선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일 한국의 적정 인구: 통일 대박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인구포럼에서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일 후 북한 여성들이 현재의 남한 여성처럼 사회 활동에 적극 편입할 경우 결혼율·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고령화 추세만 뚜렷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럴 경우 통일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개선되지 않고 사회복지의 대상이 되는 '특이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이르는 재앙적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통일에 따른 부정적 인구 충격'을 완화·흡수하기 위한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영유아·임신부 지원 확대해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는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 인구센서스를 실시토록 하는 방안이 꼽혔다. 1945년 분단 이후 북한은 1993년과 2008년 두 차례밖에 인구센서스를 실시하지 않았다. 두 번 모두 우리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 유엔이 조사한 것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한이 동일한 문항으로 인구센서스를 조사해야 진정한 비교 연구도 가능하다"며 "유엔에 인구를 통보할 때 남·북한이 각각 자기 측 인구와 함께 남·북한 합산 인구도 통보하면 '하나의 한국'이란 국제적 이미지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 인구 추세를 면밀하게 연구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북한 인구 관련 조사 펀드'를 운영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조선일보 공동 주최로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인구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통일 후 인구와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조선일보 공동 주최로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인구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통일 후 인구와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당시 대기근으로 인해 심각한 영양·발육 부족을 겪었을 북한의 '식량난 세대'를 관리하면서, 새로 자라나는 북한의 미래 세대는 이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임신부와 영유아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해야 미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에 참가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의 방식은 여러 가지로 상정해 볼 수 있으나, 어떤 상황에서든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과 남북 협력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이미 고령화된 인구를 통합 후 무리하게 시장경제로 편입시키는 것은 어렵겠지만 북한의 미래 세대가 제대로 통합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독일도 통일 후 출산율 급감

독일도 1990년 통일 이후 결혼 및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는 심각한 '인구 역설(逆說)' 현상을 겪었다.

동독 지역에서 혼인 건수는 1980년대 후반까지 매년 13만건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갑작스럽게 붕괴된 1989년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 수준인 13만989건으로 떨어졌다. 공식 통일이 이뤄진 1990년엔 10만1913건으로 크게 줄었고, 1991년에는 5만529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1992년에는 4만8232건으로 1980년대 평균의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 사진)2011년 5월 독일 구호단체가 북한 해주의 한 탁아소에서 촬영한 아이들의 모습
(위 사진)2011년 5월 독일 구호단체가 북한 해주의 한 탁아소에서 촬영한 아이들의 모습. /독일 구호단체 캅 아나무르
동독 지역의 출생아 수도 1988년까지 20만명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1989년 19만8922명, 1990년 17만8476명, 1991년 10만7796명, 1992년 8만8320명으로 급감했다. 통일로 인해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혼인과 출산율 모두 급격히 떨어져 버린 것이다.

에버하르트 홀트만 독일 할레대 사회연구센터소장은 "1993년 말 동독 지역의 출산율은 통일 전의 40%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동독 지역의 급격한 실업률 증가, 동독 여성들의 서독 이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염돈재 성균관대 교수는 "동독은 공산정권의 특성상 출산장려정책을 활발히 폈는데 통일 이후 이것이 사라졌다"며 "동독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동독 지역 출산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회복되면서 2008년 이후엔 서독 지역보다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규 | 기자
김진명 | 기자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