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21 06:00

찬-반 양론 팽팽한 주제들 찾아내 친구와 토론하거나 짧은 글 써 보라
'햄버거집 장시간 손님' 등 뉴스 속 쟁점 택해 '논쟁의 재미' 느껴보길

고등학교 시절 저에겐 ‘말싸움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같이 뭘 자주 먹는 친구도 있고, 등교나 하교를 함께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 친구와는 주로 만나면 말싸움을 했습니다. 치고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말로 싸우는 것. 즉 토론하고 논쟁하는 단짝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이든 방과 후든 만나기만 하면 우리 둘은 등나무가 늘어진 교내 휴게 공간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야 우리 토론해 볼까”라고 시작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도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느 틈에 말싸움이 됐습니다.

논쟁이라고 해야 ‘거창한’ 주제를 가지고 한 한건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때리는 건 옳은가’ 처럼 그 당시 우리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문제들을 주제로 올렸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한 표씩 투표권을 주는 보통선거가 최선인가?’ ‘사형 제도는 필요한가’ 처럼 조금 버거운 듯한 주제로도 가끔 토론을 했습니다.

대체로 저는 ‘선생님의 체벌은 필요하다’ ‘흉악범은 극형에 처할 필요가 있다’는 등 불의에 대한 엄격한 응징 쪽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그 친구는 인권 쪽에 무게를 두는 신중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감정적으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논리적으로 상대를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낑낑댔던 기억들이 납니다.

고등학생 둘이 토론해 봐야 어느 편이 화끈하게 이기는 식으로 결론이 날 리가 없었죠. 어떤 때엔 “야, 이건 너나 나나 잘 모르겠다. 그만 하자.”며 머쓱하게 논의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입에 침이 튀도록 옥신각신 말싸움하는 우리를 보며 친구들은 좀 이상한 눈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그런 논쟁을 자주했던 건 묘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친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논점을 찾아내 ‘이러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식으로 한방 강하게 먹였을 때 그 친구가 당황한 듯 이렇다할 대응을 못 할 때는 정말 묘한 쾌감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말싸움은 ‘이런 연습을 하면 두뇌 발달이나 사고력 함양에 좋을 것’이라는 식의 계산 같은 것은 전혀 없이 그냥 재미삼아 계속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세월 흐른 뒤 돌아보니 정말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과 주장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일이나 논설문 작성을 위한 좋은 훈련을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기의 시작은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연필을 드는 순간부터가 아닙니다. 뭘 쓸지 구상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부터 글 쓰기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기사를 더 잘 쓸 수 잇도록 취재 요령을 익히는 것이나, 논설문을 잘 쓸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모두 넓은 의미에서 글 쓰기 훈련입니다.
뉴욕의 한 맥도널드 매장이 오랜 시간 좌석에 앉아 있는 한인 노인들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해서 벌어진 논란을 다룬 미국 언론 보도. 이처럼 찬성-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거가 짧은 글을 써 보면, 논설문 작성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캡쳐
뉴욕의 한 맥도널드 매장이 오랜 시간 좌석에 앉아 있는 한인 노인들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해서 벌어진 논란을 다룬 미국 언론 보도. 이처럼 찬성-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거가 짧은 글을 써 보면, 논설문 작성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캡쳐
논설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뭔가를 따지고 시비하고 주장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뉴스를 꼼꼼히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늘 관심을 가져 보십시오. 그런 문제들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의견이 떠오르면 그냥 마음 속에만 묻어두지 말고 그걸 정리해 표현해 보는게 중요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했던 것처럼 누군가와 논쟁을 벌이면서 자기 주장을 펴 볼 것을 강력하게 권하지만, 말싸움 할 만한 상대가 없다면 자신의 의견을 짤막한 글로 적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긴 글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2백자 원고지 3장 정도만 써도 좋습니다.

글의 주제로는 흥미로운 쟁점을 선택하십시오. 특히 찬성-반대의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주제들 중에서 고르면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매스컴을 들여다 보면 어느 편이 옳은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쟁점들이 떠오릅니다.인터넷 뉴스마다 붙은 댓글도 잘 읽어 보십시오. 정반대 의견들이 많을 것입니다. 찬성-반대 쪽 논리들이 각각 어떤 것인지를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꼭 정치적,사회적 중대 논점이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쟁점들이 많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휴대폰 사 주는게 옳은가’ 같은 것도 좋습니다. 신문을 보니, 며칠 전 미국 뉴욕의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 측이 매장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한인 노인들을 쫓아낸 일이 큰 논란 거리가 된 적이 있는데 이런 쟁점도 토론의 대상으로 삼기에 좋습니다.

햄버거 매장 좌석 독점 문제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손님이 식사를 마친 뒤에 담소하면서 좀 머무를 수도 잇는 것인데, 경찰까지 불러서 쫓아낸 것은 너무했다.” “백인들에게는 그러지 않던 매장이 유독 한인 노인들만 쫓아낸 것은 인종 차별적인 태도다”라며 한인 할아버지들을 옹호합니다.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남의 영업장에서 식사를 마친 뒤에도 여러 명이 장시간 죽치고 앉아 있는 건 일종의 영업 방해이다.” “몇 시간씩 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할아버지들 때문에 어떤 손님이 음식을 받고도 자리가 없어 환불을 요구하는 일까지 있었다는데 이건 나라 망신 아닌가.”라고 비판합니다. 이 정도의 정보만 접해도 뭔가 “나의 의견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지 않으세요? 그러면 글을 쓰든지 논쟁을 해 보세요.

사회적 쟁점으로 글 써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방송보다 신문을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신문은 쟁점을 보도할 뿐 아니라 그같은 문제에 대한 의견을 글로 정리해 놓은 논설, 칼럼도 싣고 있기 때문에 논설문 공부의 자료로 좋습니다.

글쓰기든 공부든 운동이든 잘 할수 있으려면 어떻게든 재미를 붙여야 합니다. “이걸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려면 한계가 빤하고 괴로울 뿐입니다. 토론과 논쟁이란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자기 주장을 펼치며 상대를 설득해 보는 일은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찬반 토론을 구경하는 일에도 ‘싸움구경’의 재미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 방송사들이 시사 토론 프로를 매주 방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논설문 쓰기를 딱딱하고 따분하게만 느끼면 늘지 않습니다.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사자나 고양이는 어릴 때부터 시간만 나면 끊임없이 어미나 형제들과 서로 물고 할퀴고(물론 아프지 않게)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재미삼아 장난치는 것 같지만 사냥을 위한 훈련이기도 한 것이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의 논쟁에 뛰어들어 다소 어설프더라도 자기 주장을 펴 보는 연습을 한다면, 논설문 쓰기를 위한 더 없는 훈련이 될 것입니다. 논설문에서 논리적인 주장을 펴려면 어떤 골격을 갖춰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다음 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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