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09 06:00

요리의 시작이 장 보기부터라면 글 쓰기의 출발은 사실을 모으는 취재
취재원에게 예의 지키고 '말할 기분 나게 해 줘야' 얻을 정보를 얻는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좋아야 하듯, 좋은 글을 쓰려면 글의 재료를 잘 모아야 합니다.수필이라면 생각을 잘 정리하는게 좋은 글재료겠지만, 사실 전달 위주의 글이라면 취재를 잘 해야 합니다. ‘취재’를 기자들의 전유물인 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글을 쓸 때 사실과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다 취재입니다.가령 ‘장애인들이 서울 시내를 다닐 때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라는 글을 쓰는 숙제를 하려고 그들을 만나 문답을 나눈다면 그게 바로 취재입니다.

기자는 흔히 ‘발로 뛰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죠. 취재를 위해 흘린 땀의 양 만큼 기사가 좋아집니다. ‘발연기’라는 말은 연기자에 대한 큰 비판일 수 있지만 ‘발로 쓴 기사’라는 표현은 커다란 칭찬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취재만이 ‘발로 뛰는 취재’는 아닙니다. 가령 인터넷 서핑도 훌륭한 취재입니다. ‘우리나라 목조 문화재 발달의 역사’에 관해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검색해 자료를 모으는 것도 취재이고, 1년치 일간신문철을 뒤지며 ‘신문의 정정기사 게재 실태’를 알아보는 것도 취재입니다. 요리가 장 보기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면 신문 기사 쓰기, 글 쓰기는 취재부터입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카톡 등 문자로 소통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낯설어하고, 잘 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헤어지자’는 통보도 애인에게 문자로 한다는 것이죠.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잘 못하면 취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도 요령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점은, 취재원이 ‘말할 기분이 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예의를 지키는게 옳으니까 지키라는 게 아니라 그보다 앞서 취재를 제대로 잘 하려면 예의 지키지 않고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예의란 무엇입니까. 남이 좋은 기분을 갖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처음 만나면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기본 예의입니다.말하는 동안에는 취재원이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관심이 쏠린 한 취재원을 놓고 열린 기자회견 모습. 글 쓰기를 잘 하려면 취재를 잘 해야 하며, 어떤 사람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하여 정보를 얻어내는 취재를 잘하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사회적 관심이 쏠린 한 취재원을 놓고 열린 기자회견 모습. 글 쓰기를 잘 하려면 취재를 잘 해야 하며, 어떤 사람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하여 정보를 얻어내는 취재를 잘하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제가 영화담당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할리우드 톱 스타 톰 크루즈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라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당시 한국 기자들 수십 명이 함께 인터뷰를 했는데, 초반에 어느 기자가 톰 크루즈의 신경을 건드리는 질문을 던졌다가 인터뷰 분위기를 깬 일이 있었습니다. 그 한국 기자는 “영화를 보니 당신은 주연이라기보다는 조연이다. 아카데미상에 후보로 오르더라도 남우주연상 보다는 조연상 후보에 오를 듯한데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라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을 하는 순간 많은 기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톰 크루즈의 얼굴에도 순간 당혹스런 빛이 감도는 듯했습니다. 물론 대스타답게 당황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유머로 받아넘기고 다음 문답을 이어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그랬는지 이날 톰 크루즈의 답변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엔 취재원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해서 색다른 재미가 있는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은 이야기를 많이 나눈 뒤, 끝 부분에 던지는 게 좋겠죠. 더구나 혼자 하는 인터뷰도 아니고 수십 명의 기자들이 함께 묻는 공동 인터뷰에서 초반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면 동료 기자들에 대한 실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문답을 나눌 때 중요한 것 또 하나는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만날 사람에 관해 파악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취재원의 출생, 성장 과정, 경력 등 중요한 인적사항은 당연히 자료를 검색해 파악해 놓는 것이 기본이죠. 어느 학자를 만나 “선생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말하면 그 분의 기분이 어떻겠습니가. 자료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을 면전에서 물어보는 건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사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불성실한 기자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면 이후의 문답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이어질 지는 뻔합니다. 손해를 누가 보는지도 뻔하고요.

사전 조사할 때 취재원이 최근 상을 받은 일 같은 게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만났을 때 첫 인사로 “상을 받으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정말 축하드립니가‘라고 인사한다면 취재원의 기분도 좋아질 것이고 인터뷰가 좋은 분위기 속에 진행될 것은 자명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할리우드에 가서 숱한 영화 감독과 배우들을 인터뷰했는데, 대스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하나의 불문율은 그 사람의 신작 영화를 언급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작품을 인상적으로 잘 봤습니다.즐겼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일종의 기본 예의입니다.물론 이런 에티켓도 기자 본인이 취재를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인터뷰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첩 혹은 녹음기를 꺼내는 것도 눈치를 잘 보고 해야 합니다. 취재를 ‘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약간 긴장하게 됩니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데 기자가 만나자 마자 대뜸 수첩과 볼펜을 척 꺼내들거나 녹음기를 켜면서 물어보면 떨려서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저는 인터뷰 할 때마다 본론을 초반부터 꺼내지 않습니다. 만난 직후엔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농담을 나누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본론으로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녹음이나 메모도 처음부터 하지 말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을 때에 시작하십시오. 말을 나누다 자연스럽게 수첩을 슬며시 꺼내고 적습니다. 녹음기를 쓰기 전엔 “말씀하신 내용을 정확히 옮기기 위해서 녹음 좀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양해를 구하는게 좋습니다.

이야기 나누는 동안 상대를 존경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답변을 경청하는 태도를 가져야 호감을 줍니다. 열심히 말하는데 기자라 휴대폰을 들여다 보거나 딴 곳을 응시하면 취재원이 말할 기분이 나겠습니까. 상대의 말을 함부로 끊지 않는 것도 기본적 예의입니다.

기자는 세상의 부조리한 면을 고발하는 직업이기에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매사에 비판적이 되기도 하고 성격도 조금 모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날카로운 게 기자의 미덕이라 하더라도 취재원 만날 때만은 부드러운게 미덕입니다. 취재원에게 좋은 느낌을 주려면 궁극적으로는 좋은 품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자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하는 거죠. 특종을 뽑아내려고 취재원에게 거짓말까지 하는 기자도 있습니다.또 그런 기자가 당장은 성과를 내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야비한 기자는 큰 생명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문답 취재 요령은 기자들에게 뿐 아니라 남을 만나 어떤 도움말을 얻을 때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까지 6회에 걸쳐 기사 쓰기의 기본적 원칙과 요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신문 기사 쓰기의 급소를 정리한 것이지만, 잘 응용해서 여러 분들 글 쓰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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