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06 05:43

統一 말하며 불안해하는 우리… 北은 核 폐기할 뜻 전혀 없어
그러나 구한말보다 더 허약… 통일은 意志와 戰略이 있어야
2000년대 초 찾아왔던 통일 기회… 잘 준비해서 두 번째 기회 잡아야

김희상 육군중장(예)·정치학박사·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김희상 육군중장(예)·정치학박사·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금년 새해에는 통일이 화두다. 그런데 입으로는 희망을 말하면서도 은근히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는 누리고 산 셈인데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이라는 이도 있다. 아마도 걸핏하면 군사 도발에 핵까지 휘둘러대고 그나마 좀 이성적이라던 고모부까지 참살(慘殺)하는 철딱서니 없고 잔혹한 북한의 어린 지도자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남북 관계 개선을 말했다는 이번 신년사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인 '핵'을 폐기할 가능성은 한마디도 비치지 않았다. '적화통일의 원동력'이라는 북한 핵이 폐기되지 않는 한 우리에게 관계 개선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저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파탄 난 경제를 되살리려면 개혁·개방이 불가피하지만 그것은 북한 체제, 아니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고, 사실상 적화통일을 실제로 달성하는 외에는 김정은이 항구적 체제 위기를 극복할 길이 아예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법도 하다. 결국 당장 궁핍하기는 한데 고모부 참살의 충격이 너무 커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서 잠시 억지 미소로 숨을 고르고 있을 뿐 머지않아 김정은이 무엇을 하려들 것인지 뻔히 내다보이는 것이다.

전망은 다양하다. 위기라는 경고가 있는가 하면 김정은이 자신의 버팀목을 제거해버려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한데 온 세계가 잔혹한 김정은 체제에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으니 자유통일의 기회라는 이도 적지 않다. 하긴 '북한 급변사태'를 내다본 지 언제인데 오늘 북한 체제는 조선 고종(高宗) 때보다도 더 허약하다는 어느 미 정보 관계자의 귀띔도 있다.

실은 우리도 21세기를 살아남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자면 자유통일 외에는 길이 없다. 우리 사회를 이리저리 찢어 놓고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종북 바이러스의 병원(病原)이 대부분 평양에 있고 북한에 핵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항구적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는데, 자유통일 외에는 북한 핵을 폐기하고 평양에 있는 '질병의 뿌리'를 도려 낼 길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은 강고(强固)한 의지와 지혜로운 전략이 있어야 가능한 꿈이다. 노태우 정부 때 우리는 그런 꿈을 그렸다. 북방 정책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북한에서 떼어내고, 대북 개방 정책으로 모든 독재의 바탕이 되는 정보 통제 체제를 해체하면서, 8·18 사업으로 우리 군(軍)을 재정비해서 기회가 오면 자유통일을 잡아채려는 꿈이었다. 그 의지와 지혜가 계속 이어졌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1999년 황장엽씨는 국방대학교에서 '자유통일, 5년이면 될 것'이라고 피맺힌 목소리로 절규했다. 이때는 공산주의 종주국 구소련을 포함해서 세계의 공산 독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가운데 중국도 북한보다는 우리 눈치를 볼 때였고, 미 CIA, 연합사, 온 세계의 전문가가 다들 북한의 조기 붕괴를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살았더라면 동족 간의 이 불합리하고 불행한 갈등 관계는 벌써 끝이 났을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김정일 체제는 살아남았다. 아니 오히려 사상 초유의 군사력과 핵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해 왔다.

참으로 기적적인 일이다. 생전의 황장엽씨는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가슴을 쳤고, 2002년 넘어온 한 탈북동포도 "한동안 흔들리더니 남측에서 돈이 들어오면서 살아나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살려 낸 덕분에 우리는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많은 희생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우리가 같은 실수를 또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랬다가는 아예 우리 미래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바는 자명(自明)하다. 그것도 서둘러야 한다. 오늘 세계사의 큰 흐름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도약'으로 특징지어지고 있는데, 만약 장차 항모를 앞세운 중국은 계속 조·중 동맹 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북한 핵은 기정사실이 되는데 한미연합사는 슬그머니 해체되고 말면 자유대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래서 은근히 조심스럽다. 모름지기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법인데 자유통일을 준비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의 앞잡이 노릇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심지어 그 중심에 서야 할 국정원의 무장해제나 서둘고 있으니 말이다.

김희상 | 육군중장(예)·정치학박사·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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