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02 06:00

글의 핵심 압축한 첫 문장(리드), 독자 끌도록 쉽고 인상적으로 써야
화제 기사의 리드엔 현장스케치나 인용문 내세워 호기심 자극하기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의 첫 출발이 중요하듯 글의 첫머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신문 기사를 쓸 땐 맨 첫 부분에 기사 내용의 핵심을 한두 문장으로 압축해 내세웁니다. 이 첫 부분을 전문적인 용어로 기사의 리드(lead)라고 합니다.

신문 기사는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례차례 ’역 피라미드‘ 형식으로 쓰므로 맨 첫머리엔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내용을 쓰게 됩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이렇게 맨 먼저 쓰게 된 사실들이 그대로 리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기사를 쓸 때는 기사 내용을 압축한 문장을 따로 만들어 리드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작년 12월 31일자 조선일보의 두 기사를 봅시다. 밑줄 친 부분이 기사의 리드인데 작성한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엘살바도르의 차파라스티크 화산이 29일(현지 시각) 폭발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면적 2만1041㎢인 엘살바도르는 활화산 23개가 있는 '화산의 나라'다.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동쪽으로 140㎞ 떨어져 있는 차파라스티크 화산은 이날 오전 화산재와 가스를 분출했다. 당국은 반경 3㎞ 내에 있는 주민 5000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

<천안함 희생자 유족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 돕기 성금을 전달했다.
천안함46용사유족회(유족회) 대표 5명은 30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회관을 찾아 성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유족회는 작년 12월 3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만원의 성금을 내고 "매년 봉사 활동과 모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의 화살 폭발 기사에서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등이 포함된 맨 앞 부분이 자연스럽게 리드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두 번째 천안함 유족들의 성금 전달 기사는 기사의 내용을 압축한 문장을 따로 작성해 리드를 만들었습니다. 천안함 유족 기사에서는 리드를 삭제해도 기사가 전하려는 사실들은 모두 전달이 됩니다.
기사 앞 머리에 핵심 내용을 요약한 리드를 써 주면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가 쉬워집니다. 친절한 기사 쓰기의 방식인 셈이죠.

20세기 초까지 신문 기사에서는 대체로 리드를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사실들을 죽 서술한 겁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부터 뉴스 매체들이 내용 압축형 리드를 기사 앞머리에 쓰게 됐습니다. 바쁜 독자들이 기사 전체를 읽지 않아도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 요약형 리드를 쓰게 된 것이죠.

리드는 신문 기사의 얼굴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몸 전체를 보기에 앞서 얼굴만 보고도 여러가지 느낌을 받듯, 리드가 기사의 첫인상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리드가 매력적이면 그 기사를 다 읽어 보게 되겠지만 리드를 시시하게 썼다면 독자의 시선은 바로 다른 기사로 옮아갈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기사의 리드는 매우 인상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써야 합니다. 리드의 스타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위 예문 중 화산폭발 기사의 리드는 ’사실 나열형‘이고 천안함 유족 기사의 리드는 ’내용 함축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절하게 핵심부터 알려주는 리드입니다.

반면 화제 기사의 경우에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핵심부터 알려주는 대신 현장을 조금씩 스케치(묘사)하거나 기사 내용을 암시하는 어떤 사람의 말을 대뜸 인용하기도 합니다. ‘현장 스케치형’ 리드를 쓴 기사를 봅시다.

30일 오전 11시 15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중ㆍ장년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비석 뒤에 박스를 두고 가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노송동에서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의 세밑 전설이 이어졌다. 지난 2000년부터 숨은 기부 14년째인 천사는 올해도 '천사마을' 기념비 뒤에 약 5000만원을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10여일 전부터 언제 걸려올지 모를 그의 전화에 마음을 졸여 왔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난 1969년 7월 21일 인간이 달에 처음 착륙할 때의 기사를 보면 여러 매체들이 서로 다른 스타일로 기사를 시작했습니다.

A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21일 오전 5시 1분 45초 달의 남서쪽 고요의 바다에 착륙, 오전 11시 56분 닐 암스트롱 선장이 인류 사상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딛었다.
암스트롱은 “이것은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의 거대한 도약이다”라고 말했다.…>

B
<“이것은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의 거대한 도약이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미국 우주인 닐 암스토롱이 21일 오전 11시 56분 인류사상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내딛었다. 이에 앞서 아폴로 11호의 착륙선은 21일 오전 5시 1분 45초 달의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다.>

C
<인간이 마침내 달 위에 섰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21일 오전 11시 56분 인류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 내렸다. 이에 앞서 아폴로 11호의 착륙선은 21일 오전 5시 1분 45초 달의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다.…>

A는 사실 나열형, B는 인용문형, C는 내용 함축형 리드를 쓴 것이죠. 여러분은 어떤 리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까. 이런 역사적 대사건의 경우에는 A같은 평이한 리드보다는 B, C 같은 리드가 어울리는 듯합니다.
2013년 12월 28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시내의 허름한 만두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줄을 서서 만두를 사고 있는 모습. 특별한 화제 기사를 보도한 우리 매체들은 첫머리를 좀더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2013년 12월 28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시내의 허름한 만두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줄을 서서 만두를 사고 있는 모습. 특별한 화제 기사를 보도한 우리 매체들은 첫머리를 좀더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며칠 전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시내의 한 허름한 식당에서 만두를 사 먹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사진과 글이 올라 알려지게 된 일인데요, 이를 보도한 우리 신문들의 리드들이 여러 방식이었습니다. 두 타입의 기사를 비교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일반인과 함께 줄을 서서 만두를 사 먹었다.
웨이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낮 12시 베이징시 시청구의 칭펑 만두 웨탄 지점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는 7, 8명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맨 뒤에 서서 기다렸다 차례가 되자 파를 넣은 고기 만두 6개와 야채 반찬 등을 주문하고 21위안(약 3,700원)을 계산했다. 시 주석은 쟁반에 만두를 받아 들고 탁자로 가 일반 손님들과 함께 식사했다. 일부 손님들은 시 주석과 직접 악수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

<28일 정오, 베이징 중심 웨탄 공원 부근의 칭펑 만두가게에 트렌치코트 차림의 중년 남성 한 명이 나타났다. 가게에는 만두를 주문하려는 손님 예닐곱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남성은 맨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 때 식사를 하던 한 손님이 갑자기 “총서기 아니십니까”라고 외쳤다. 중년 남성은 시진핑 주석이었다. ‘설마’했던 시민들은 일제히 시 주석 주변으로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악수를 청하기 바빴다.주석을 알아본 식당 지배인이 “줄 서지 마시고 바로 주문하시라”고 권했지만 주석은 듣지 않았다. 시 주석은 차례가 되자 시민들이 추천해준 돼지고기 만두를 선택했고 추가로 돼지 간볶음과 갓요리를 주문했다. 21위안(약 3648원)은 직접 지불했다.>

역시 색다른 내용은 색다른 리드를 써야 돋보입니다. 기자들은 최선의 리드르 쓰기위해 한참을 고민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처럼 리드에 신경 쓰는 글 쓰기 방식은 신문 기사뿐 아니라 여러 형태의 보고문을 쓸 때도 참고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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