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02 11:33
김윤정
김윤정

[당선소감] "밥 뜸 들이는 시간의 의미, 잊지 않을 것"

'당선'과 '소감'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큐레이터로 미술계에 몸담고 있지만, 미술에 대한 저의 생각과 느낌이 타인들과 쉽사리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과 약간의 자책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혼자 쓰고 혼자 읽는 잉여에 그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기쁘게 느껴집니다.

밥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뜸입니다. 그것은 다 되었다고 생각될 때 함부로 열지 않고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는 절제의 시간입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사사키 아타루가 한 말처럼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거나 '한 가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환상에 매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앞으로 저의 평론이 설익은 밥처럼 되지 않도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미술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부족한 제자를 이끌어주신 김영나 교수님, 존경하는 황호경 팀장님과 미술관팀 선후배 큐레이터님들, 무엇보다 바쁜 딸이자 일하는 며느리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배려해주시는 양가 부모님, 그리고 구순을 넘기신 할머님께 고개 숙여 감사를 올립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고마운 남편, 그런 아빠를 똑 닮은 두 살배기 딸아이와 함께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조선일보사에 감사드립니다.

▲1980년 서울 출생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울대 대학원 고고미술사 졸업

▲현 신세계 갤러리 큐레이터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교수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교수

[심사평] 서도호가 재현한 집… 시의성 돋보여

16편의 응모작에서 3편이 다시 읽을 만했다. 그 3편을 재독한 후에 김윤정씨의 '끝없이 여행하는 매혹적인 토템-서도호의 장소 지향적 작업 '집'연작을 중심으로'란 글을 선정했다.

이 글은 동시대 유목미술가들의 장소 지향적 설치작업을 일종의 현대적 토템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서도호의 집 연작을 대상으로 쓴 글이다. 동시대 현대미술의 주된 경향을 다룬 글로서 시의성이 있는 글이었다. 서도호가 재현하는 집은 일종의 의인화된 주체이자 완벽한 토템이 된다는 논지의 이 글은 최근 장소 지향적 작업들이 보여주는 이동성, 그리고 서도호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을 주고 있다. 반면 서도호의 집 연작 자체에 대한 형식적, 내용적 분석의 치밀함이 부족하고 특히 정체성과 관련해서 좀 더 진전된 논의가 아쉬웠다. 작업에 대한 선명한 비평적 관점이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아쉽게 선택되지는 못했지만 강정화씨의 이우환론은 나름 흥미로웠다. 자신이 타자라는 것을 전제로 한 이우환 작품의 일관성을 밝힌 글이지만 그 논리적 근거가 다소 취약해 보였다.

최근의 미술계 상황 속에서 비평의 역할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많다. 자본과 시장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미술 작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별하며 옹호하는 비평은 더 긴박하게 요구될 수 있다. 예술은 가치를 논하고 질을 따지는 일이다. 동시에 그 안에 자리한 세계관, 미술관을 둘러싼 논쟁이기도 하다. 질에 대한 가치와 잣대가 망실되고 안목이 무력화되는 시기일수록 우리는 더 밝고 맑게 뜨인 눈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 눈과 마음을 지닌 미술평론가들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