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31 05:36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독일과 브라질이 제안한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보호 권리(Right to privacy in digital age)' 결의가 얼마 전 유엔 총회에서 받아들여졌다. 왜 하필 독일과 브라질일까?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브라질 대통령과 독일 총리 도청 사건과 연관 있을 것이다. 이번 유엔 결의에 따르면 각 국가들은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존중해야 함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규정을 통해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정한다.

그런데 사생활 정보, 프라이버시란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우선 나의 생각 그 자체가 나의 최우선 프라이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들 간의 정보 전달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생각'은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오로지 나만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은 선호도를 만들어내고, 선호도는 선택으로 실천된다. 고로 선택은 나의 두 번째 핵심 프라이버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의 프라이버시는 공공장소에서 나라는 존재를 숨길 수 있는 권리를 말하겠다.

사회와 기술이 발달하며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공공장소에서 존재감을 숨기기는 유명인들에게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 역시 수많은 CCTV와 스마트폰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NSA(미 국가 안전 보장국) 같은 정부기관들은 우리들의 선택을 탐지하고 빅데이터(Big Data) 처리 기술을 통해 우리들의 미래 선택을 예측할 수 있다. 어디 NSA뿐일까?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같은 기업 역시 '예측분석'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선호도와 미래 선택을 수학적으로 추론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브레인 리딩(brain reading)'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개개인의 생각 그 자체 역시 '도청'과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로마시대 공중화장실 사진
로마시대 공중화장실. 칸막이가 없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면 악마의 변호사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왜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꼭 보호해 줘야 할까? 프라이버시란 어차피 인간의 영원한 기초 인권이라기보다 역사적 배경을 통해 만들어진 근대 현상 중 하나가 아닌가? 칸막이 없는 공동 화장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고대 로마인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구글사의 전 CEO인 에릭 슈밋(Schmidt) 같이 "불법 행동을 하지 않으면 프라이버시를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으냐"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프라이버시는 인간의 원초적 권리가 아닐 것이다. '자유, 인권, 정의' 역시 사회적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후천적 권리들이듯 말이다. 프라이버시가 인간의 기본 권리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 사회에서 프라이버시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를 지금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대식 |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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