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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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비슷한 일을 하는데, 조직을 둘로 나누면 당연히 중복 비용이 들 것이다. 코레일 자회사를 만들어 2015년 시작하는 수서발(發) KTX 운영을 맡기는 것도 조직 중복 등 비합리적인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왜 수서발 KTX를 별도 법인에 맡기려는 것일까. 정부 관계자는 "코레일의 방만 경영이 워낙 뿌리 깊어 자회사라도 만들어 경쟁시키는 것이 중복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레일의 운영과 조직이 심각하게 비효율적이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코레일의 비효율은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다. 반면 철도노조는 "자회사는 민영화 수순"이라며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철도요금이 오르고 사고가 빈발할 것"이라며 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는 데 참고할 만한 전례가 하나 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수도권전철은 코레일, 1~4호선은 서울메트로, 5~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 9호선은 민간회사인 메트로9호선㈜ 등 4개사가 각각 운영을 맡고 있다. 초기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는 만성적자와 파업 등 노사 문제에 시달렸다. 당시 서울메트로와 지금 코레일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1994년 굳이 서울메트로를 놔두고 5~8호선 운영을 도시철도공사에 맡길 때도 서울지하철노조는 지금 철도노조와 같은 논리로 강하게 반발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결과를 보면, 운영선로 1㎞당 직원은 서울메트로가 75명인데, 도시철도공사 45명, 9호선 22명이다. ㎞당 영업비용도 서울메트로는 86억원인데, 도시철도공사는 52억원, 9호선은 36억원(한국교통연구원 자료) 정도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민간회사 순으로 비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하철 요금을 통제하기 때문에 요금이 폭등하지도 않았다.

일본과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들도 이미 80년대부터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1987년 민영화를 추진해 현재 JR 여객 6개사, 민간 137개사가 운영 중(2012년 국토부 자료)이다. 그렇다고 일본 철도 요금이 크게 오르거나 사고가 많이 생긴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영국의 경우 철도 민영화 이후 요금 인상과 잦은 사고 등으로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 파업의 진짜 이유는 민영화든, 자회사든 경쟁 체제가 싫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신의 직장'이 좋은데 굳이 자회사라도 나타나 임금·운영비 등에서 비교당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가 나타날 경우 지금 철도노조가 하는 것처럼, 국가 철도망 독점을 무기로 파업을 하면서 높은 임금 인상과 복지를 요구하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코레일의 비효율적인 운영 유지, 철도노조원들의 높은 임금과 복지는 그만큼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거나 더 많은 철도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민철 | 사회정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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