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2 07:37
<김명환 기자의 글쓰기 교실> ⑪ ‘수식어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라

문장 중간에 수식어구를 이중 삼중 배치하면 독자 스트레스만 불러
맛과 멋도 좋지만, 글의 본분에 충실한 명료한 표현부터 신경쓰자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가장 짜증이 나는 글은 어떤 글일까요. 문장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서 무슨 말인지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글입니다. 군더더기가 많거나 호흡이 너무 길어 숨 넘어가는 글도 불편하기는 하지만 잘 추려 읽으면 됩니다. 난해한 글 중에는 글에 담긴 개념 자체가 어려운 글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차근차근 읽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별 어렵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비비꼬아 놓아 명료하게 이해되지 않는 글은 정말 독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런 글 쓰지 않아야 합니다.

어떻게 쓴 글이 비비 꼬인 글일까요. 한 단어를 꾸미는 수식어구를 너무 길게 혹은 너무 복잡하게 배치해 얼른 파악하기 어렵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학생이 글짓기 시간에 쓴 글의 일부를 봅시다.

<엄마의 흰 피부와 갈색 머리칼, 그리고 아빠의 높은 콧대를 모두 가진 언니는 그 중 한 가지도 가지지 못한 내게는 영원히 선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질투의 대상일 것이다.>

‘언니’를 꾸미는 수식어구 ‘엄마의 ~ 가진’은 글자수가 27자나 되는 긴 어구입니다. 또 후반부의 ‘내’라는 단어를 꾸미는 ‘그 중~ 못한’이라는 어구 역시 11자입니다. 이런 수식어구들을 제외하고 문장을 ‘뼈만 추리면’ < 언니는 내게 선망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일 것이다> 입니다. 이 간단한 문장의 중간에 긴 수식어구를 우겨넣었기 때문에 문장 구조는 복잡해지고 단어들끼리 실타래처럼 얽혔습니다. 주어와 서술어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서 둘 사이의 긴밀한 연결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글을 이렇게 썼다가는 결코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없겠죠.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요. 문장을 세 토막으로 나눠 정리해 보면 이렇게 바꿀 수 있습니다.

<언니는 엄마의 흰 피부와 갈색 머리칼, 그리고 아빠의 높은 콧대를 모두 가졌다. 하지만, 나는 그 중 한 가지도 갖지 못했다. 언니는 내게 영원히 선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질투의 대상일 것이다.>

훨씬 이해하기가 쉬워지지 않았습니까. 우리말에서는 명사 앞에 너무 긴 수식어구를 배치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명사를 주어로 내세우고 서술하는 어구로 설명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또한 엿가락처럼 늘어진 문장을 3개의 단문으로 나누니 더 명료합니다. 수식어구와 관련해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러 개의 수식어구가 한 단어를 꾸미는 식의 복잡한 표현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역시 학생들의 글에서 뽑은 사례를 봅시다.

<내 여동생은 남자아이들의 흔한 장난중의 하나인 못 생겼다는 놀림에도 줄곧 울곤 했다. >
<전관예우는 가장 큰 공정사회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너무 복잡하게 썼습니다. 앞 문장에서 후반에 나오는 ‘놀림’이라는 단어를 수식하는 어구는 2 가지, 즉 ‘남자아이들의 흔한 장난 중의 하나인’ 과 ‘못 생겼다는’ 입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 ‘일’을 수식하는 어구 역시 ‘가장 큰’ ‘공정사회에 반하는’의 2 가지입니다. 문장의 중간에 나오는 두 어구가 한 단어를 동시에 수식하니 복잡해진 것이죠. 이렇게 고쳐봤습니다.

<내 여동생은 남자아이들이 흔히 하는 장난으로 못생겼다고 놀리기만 해도 줄곧 울곤 했다.>
<전관예우는 공정사회에 가장 크게 반하는 일이다>

충분히 명료하게 쓸 수 있는데도 수식어구를 문장에 복잡하게 끼워넣는 문장은 프로들의 글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 12월 11일자 신문 기사의 한 대목을 봅시다.

<9월 5일 밤 '채 전 총장↔이모(55)씨↔임 여인' 사이에 오간 통화 수십 건은, 이처럼 급박하게 잠적한 임씨가 정작 자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현직 검찰총장을 아이 아빠로 사칭(詐稱)했다'고 주장하는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 일으킨, "임씨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아니냐"던 항간의 의혹에 일부 해답을 주는 셈이다.>

저는 이 대목을 읽다가 무슨 말인지 한눈에 이해되지 않아 다시 차근차근 앞 뒤를 꿰어맞추며 읽어봤습니다. 문장 자체가 그렇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수식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문장 중간 <이처럼 급박하게 잠적한 임씨가 정작 자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현직 검찰총장을 아이 아빠로 사칭(詐稱)했다'고 주장하는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 일으킨>과 <임씨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아니냐"던>이라는 두 덩어리의 길다란 수식어구가 뒷부분 ‘의혹’을 꾸밉니다. 무척 복잡한 구조입니다. 수식어구들을 빼내고 추려내면 ‘채 전 총장↔이모(55)씨↔임 여인' 사이에 오간 통화 수십 건은 항간의 의혹에 일부 해답을 주는 것이다.’라는 문장인데,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긴 수식어구를 둘씩이나 끼워넣는 바람에 문장이 복잡하게 꼬였습니다. 글쓴 기자도 복잡하게 되었음을 의식한 듯 수식어구의 앞 뒤에 쉼표를 찍었지만 이해하기엔 역시 쉽시 않습니다.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고쳤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급박하게 잠적했던 임씨는 정작 자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현직 검찰총장을 아이 아빠로 사칭(詐稱)했다'고 주장하는 편지를 언론사에 보냄으로써 "임씨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아니냐"던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9월 5일 밤 '채 전 총장↔이모(55)씨↔임 여인' 사이에 오간 통화 수십 건은 항간의 이같은 의혹에 일부 해답을 주는 셈이다.>

수식어가 실타래처럼 엉키면 명료한 문장이 되지 못합니다. 물론 글쓰기에서 명료한 게 언제나 최우선의 미덕은 아닙니다. 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학작품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는 식의 표현에는 직설적인 표현에서 찾기 힘든 맛과 멋이 있습니다. 수식어구를 복잡하게 배치한 글은 난해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단순한 구조의 문장보다 더 운치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수련해야 하는 기초적인 글쓰기나 정보 전달 위주의 글쓰기라면 명료한 글이 좋은 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명료해야 할 공공 장소 게시문조차도 멋을 부리려다 정보 전달이라는 핵심을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여러 해 전 서울 시청앞에 잔디 광장을 꾸민 서울시가 잔디 보호를 위해 일 주일에 하루씩 잔디밭에 시민들의 출입을 금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서울시는 ‘오늘은 저도 쉬고 싶어요’ 혹은 ‘오늘은 잔디가 쉬는 날입니다.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만 쓴 팻말들을 내걸었습니다. 좀더 부드럽고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한 의도는 알겠지만 ‘오늘은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광장에 들어가시 마십시오’라는 결정적인 메시지가 빠져있습니다.멋만 부려 명료하지 않은 안내판을 보고 저는 실제로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고 어리둥절한 적이 있습니다.

수식어들이 뒤엉키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끝나 명료하지 못한 글들은 독자를 당황하게 하고 짜증나게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남에게 전달한다는 글쓰기의 기본 목표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의 뒤엉키거나 모호한 표현이 내 글에는 없는지 늘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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