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0 05:21 | 수정 : 2014.04.09 11:50
북한 2인자 장성택의 실각에 관해 의논과 추측이 분분하다. 그는 무슨 죄를 지었는가?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북한이 ‘왕국’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국가를 왕조국가라는 틀에 넣어 추측해보면 해답의 윤곽이 잡힌다.

왕조국가에선 보통 새 임금이 즉위하면 ‘살공신(殺功臣)’을 감행하여 권신과 귀족들을 대거 숙청한다. 그들의 반역이 두려워서이다. 능력이 약한 군주일수록, 능력이 강한 대신이 많을수록, 숙청은 더욱 광범위하고 잔혹하다. 중국 역사상 숙청을 가장 잔혹하게 한 군주는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과 명태조(明太祖) 주원장(朱元璋)이다. 둘 다 비천한 신분으로 궐기하여 대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숙청을 비교적 적게 한 군주는 당태종(唐太宗)이다. 본인 능력이 비상했고 주위의 대신들이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평화적 정권교체와 관련, 중국 역사에 ‘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이라는 말이 있다. 술 한잔 대접하며 군권을 포기시킨다는 뜻이다. 송태조(宋太祖)가 당나라 말 대군벌의 폐해를 기억하고 있다가 군 거물들에게 후한 은혜를 베풀며 군권을 하나하나 포기시킨데서 나온 말이다.

김일성은 별 신분과 능력 없이 소련을 등에 업고 북한의 1인자가 됐다. 당시 김일성보다 출신 성분이나 능력이 훨씬 우수한 사람이 주위에 많고도 많았다. 그가 1956년부터 1968년까지 남조선공산당, 친소련파, 친중국파 등을 수없이 숙청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가는 정권교체는 대체로 평화적이었다. 김정일은 1972년부터 권력을 이양받기 시작해 1982년, 즉 김일성이 죽기 10여 년 전에 거의 북한의 최고 권좌에 올라앉았다. 김정일은 ‘배주석병권’이 아니라 ‘선군정치’라며 군을 더 우대해주며 그들의 환심을 샀다.

보통, 나이 어린 군주를 올려 앉히면 기존 권력층이 한동안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편안히 해먹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구 권력층은 나이 어린 군주의 즉위를 선호한다. 아마 북한의 권력층은 김정은을 올려 앉히면서 한 10년은 무사할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큰 오판이며 착각이었다. 30세란 나이는 한 나라를 이끄는 데는 어릴지 몰라도 정적을 물리치기에는 충분한 나이이다.

장성택은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 의미 없는 질문이다. ‘살공신(殺功臣)’은 원래 구체적 죄명 없이 행하는 숙청이다. 최고 권력자가 정적을 제거할 마음만 먹으면 없는 비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 ‘계란 안에서도 뼈다귀를 찾아낼 수 있다(鷄蛋裏能挑出骨頭)’는 중국말이 그런 뜻이다. 중국역사 경험을 보면 공신을 제거해도 혈연이 아주 가까운 사람은 웬만해서는 살려주었다. 이번에도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죽이지 않고 한직에 두면서 반(半)연금 상태에서 여생을 보내게 할 가능성도 있다.

금자탑 꼭대기의 몇몇만 제거해도 그 뿌리까지 뽑으면 몇 만 명이 된다. 김정은은 작년에 15명, 금년에 40명의 측근을 제거하였다. 이 많은 사람들의 뿌리까지 뽑아매면 총 수만 명이 처벌을 당하게 된다. 8000만 인구의 명나라에서 3만여 명을 제거한 주원장이 무색할 정도이다. 이렇게 큰 죄악을 저지르고도 태평무사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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