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05 10:30

같은 말 불필요하게 반복하는 학생 많아?문맥상 없어도 좋을 표현은 과감하게 생략을
군더더기 많으면 지면 낭비되고 간결·명료한 글의 맛도 못 살려?퇴고할 때 집중 공략하라

체중 줄이기 다이어트만 하지말고 여러분 글에서도 군살 좀 뺍시다. 글에서 군살, 즉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일은 전에 말씀드린 ‘문장 짧게 쓰기’와 함께 간결·명료한 글을 위한 두 가지 원칙입니다. 안 써도 좋을 말을 글에 일부러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글 쓰기를 지도해 보면 많은 학생들이 필요 없는 단어와 어구들을 자신도 모르게 너무 많이 씁니다. 군더더기의 유형도 여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언부언(重言復言)’, 즉 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는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다음 문장을 봅시다.
학생들의 글을 첨삭한 원고. 교정부호 중에서도 '삭제하라'는 뜻의 돼지꼬리 모양 부호가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글에 필요없는 군더더기들을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글을 첨삭한 원고. 교정부호 중에서도 '삭제하라'는 뜻의 돼지꼬리 모양 부호가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글에 필요없는 군더더기들을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데려온 보호자들은 참가정의 아이로 성장시키는 부모님이 되고 싶다면, 내 아이의 귀여움과 내 아이의 자존심을 키우려는 생각만으로 아이들의 무질서를 방관하는 부모님들이 되지 않는 것이 참다운 아이와 부모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문장이 너무 길기도 하지만 ‘아이’ ‘부모’같은 단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고쳐 봤습니다.

<자녀를 참가정의 아이로 성장시키는 부모가 되고 싶다면, 내 아이의 귀여움과 자존심만 생각하여 그들의 무질서를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참다운 아이와 부모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습니까. 문장 분량이 퍽 줄었지만 전달하는 정보의 양은 변함이 없습니다. 좀더 간결해서 글의 맛도 더 있습니다.
글에 들어가는 군더더기의 또다른 유형은 문맥상 쓰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쓰는 것입니다. 어떤 학생은 ‘내 피부는 빛이 너무 검은 편이고 거칠거칠하다. 이건 아버지를 닮은 것이다. 아버지도 이런 피부를 갖고 있다. 라고 썼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전혀 필요없는 말이죠. 또한 앞 문장의 마지막 어구를 뒷 문장 처음에 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다음 문장들은 일종의 ‘꼬리물기’처럼 보입니다.

<나는 머리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싫어서,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정말 짧게 자르고 싶지만 엄마가 허락해 주시지 않는다. >
<인간 동력으로 전구에는 빛이 차츰 켜지고 있다. 빛이 차츰 켜질수록 더욱더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그 학생 곁에서 “야 짱 잘해~” 라는 말로 칭찬을 해주는 학생들도 있다. “

어느 전직 대통령이 즐겨 썼다는 ‘맞습니다. 맞고요~ “라는 표현을 연상시킵니다. 앞 문장에서 두 번째로 나온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라는 표현은 삭제하는 게 정답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인간 동력으로 전구에는 빛이 차츰 켜지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더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그 곁에서 “야 짱 잘해~” 라는 말로 칭찬을 해주는 학생들도 있다.> 정도로 고치면 훨씬 짜임새가 있게 됩니다.

글에서 같은 말을 왜 반복하게 될까요. 상당 부분은 글을 그냥 말하듯 쓰다가 그렇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같은 표현을 반복하는 일이 많습니다. 대화를 녹음해 풀어놓은 ’녹취록‘같은 것을 읽어 보면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글이 말하듯 쓴 글의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행사장에서는 발전기 달린 자전거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자전거를 돌리는 친구들 옆에는 힘들지 말라고 격려와 위로를 해 주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전거를 돌리고 있는 학생들은 덥고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고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돌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열심히 자전거를 돌렸다. 자전거를 돌리고 있는 학생들 옆에는 여러 가지 전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자전거를 돌린다’‘학생’같은 말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말을 할 때는 이렇게 해도 큰 흠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꾸 반복해서 말하는 게 친절하거나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글을 이렇게 쓰면 군더더기가 많아 좋지 않은 글이 됩니다. 지면이 낭비되고 글의 간결한 맛을 해칩니다. 따라서 글 쓰기에서 군살을 빼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위의 글은 이렇게 고칠 수 있습니다.

<행사장에서는 발전기 달린 자전거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옆에는 힘들지 말라고 격려와 위로를 해 주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전거를 돌리는 학생들은 덥고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기록을 세우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했다. 학생들 옆에는 여러 가지 전구도 설치되어 있었다.>

좀 특별한 경우지만, 잘못된 언어 습관인지 불필요한 어휘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글 역시 학생기자 아카데미의 작문 실습 때 제출된 원고입니다.

<이날 화재로 7명이 중화상으로 병원에 이송된 상태이다. 사망자 중 문성찬씨 외에는 신원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소방관 조영길씨는 “출동했으나 레스토랑 창문으로 거센 불길이 나온 상태이고 건물 전체가 연기로 덮인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이송된 상태이다’에서 ‘상태이다’라는 말이 필요할까요? 이런 표현보다는 ‘병원에 이송됐다’가 좋은 표현입니다. 이 글은 ‘상태’라는 단어를 불필요하게, 그것도 여러 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상태’라는 말을 모두 삭제하고 곧바로 동사·형용사로 서술해야 더 좋은 글이 됩니다

군더더기기 없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 쓴 뒤에 반드시 퇴고(推敲), 즉 자기 원고를 스스로 다시 읽어 보면서 고치는 일을 해야 합니다. 퇴고 할 때마다 ‘지워도 되는 말이 없는가’를 염두에 두고 고치다 보면 글이 훨씬 깔끔해 집니다.

물론 글 쓰기에서 군살 빼기란 중복된 표현만 걷어낸다고 해서 끝나는 일은 아닙니다. 불필요한 접속사, 문맥상 굳이 안 써도 되는 말을 생략하는 것도 간결한 글을 위해 필요합니다. 다음의 글을 봅시다.

<프로레슬링은 쇼다. 그래서 망했다. 여기서 누가 이 말을 했느냐는 중요치 않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느냐도 관심 밖이다. 이 사태에서 핵심은 사람들이 프로레슬링을 스포츠가 아니라 쇼라고 믿게 됐다는 사실이다. 프로레슬링 경기를 할 때마다 TV가 생중계를 하고, 암표상이 따라붙고, 경기의 승자가 링 위에서 대통령의 축하전화를 받던 시절의 이야기는 그저 흘러간 꿈속의 일화일 따름이다. >
크게 흠결이 있는 글은 아니지만 더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삭제하는게 좋은 대목들이 많습니다 다음과 같이 고쳐볼 수 있습니다.
<프로레슬링은 쇼다.그래서 망했다. 누가 이 말을 했느냐는 중요치 않다.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느냐도 관심 밖이다. 핵심은 사람들이 프로레슬링을 스포츠가 아니라 쇼라고 믿게 됐다는 사실이다. 경기 때마다 TV 생중계에 암표상이 따라붙고 승자가 링 위에서 대통령의 축하전화를 받던 시절의 이야기는 그저 흘러간 꿈 속의 일화일 따름이다. >
다음 회에는 글에서 빼내야 할 또 다른 군살들에 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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